금년 1월19일에 31코스를 답사한 이후 무려 8개월만의 해파랑길 트래킹이다
2월 3일 대전 보문산 산행 때 왼쪽 발목을 다쳐 3개월 여 산행에 나서지 못하였고
6월에는 기차표 예매를 못해 여행을 포기해야 했으며
한여름은 지독한 무더위를 피해 죽은 듯이 몸을 사려야만 했다
이번 여정은 2박3일 동안 32코스부터 34코스까지 연이어 걷는다
첫날인 오늘은 트래킹 시작시간이 늦어 추암해변까지는 못가고 삼척항에서 스톱을 하고
나머지 구간은 내일 33코스와 연계하여 걷기로 한다
부전역 08:57발 강릉행 ITX-마음 열차
2025년 1월 1일부터 동해선 완전 개통과 함께 부전발 강릉행이 하루 왕복4회 운행하기 시작하였다
기차로 강릉까지 간다는 호기심에 개통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예매 시작일인 출발 한 달전부터 서둘러도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지난 6월에는 예매를 못하였는데
이번에는 한 달여 전인 8월 23일에 가도 예매를 할 수 있었다
부전역에서 강릉까지 5시간 23분이 걸리는데 첫 차가 5시33분에 있고 이 차는 그 다음 차이니
출발시각 인터벌이 긴 편이라 시간활용에 불편한 점이 있다
내부 모습
13:17 삼척역 도착 (4시간 20분 소요) / 비가 내리고 있다
삼척(三陟)은 본래 실직국(悉直國) 이었는데 신라(新羅) 5대 파사왕(婆娑王)때 신라에 항복하여
제22대 지증왕(智證王) 6년 (505)에 실직주(悉直州)라 하여 군주를 두었다가
제27대 선덕여왕(善德女王) 8년(639)에 진주도독부를 두고
제29대 무열왕(武烈王) 5년(658)에 북진(北鎭)으로 고친 후
제35대 경덕왕(景德王) 19년(760)에 와서야 삼척군(三陟郡)으로 하여 지금까지 그 지명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삼척(三陟)이란 지명의 유래는
세 개의 하천 즉, ➀ 五十川 長直谷, ➁ 北三面 北川直谷, ➂ 麻邑川直谷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뜻으로
陟자는 높다, 겹치다, 포개진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삼척역 건너편의 삼척 번개시장
이 번개시장은 새벽시장으로 아침 일찍 잠깐 열렸다가 곧 문을 닫는 일종의 파시인데
싸고 싱싱한 생선이나 횟감을 구하기 위해 삼척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삼척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하맹방에서 내리고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운다
14:23 하맹방해수욕장(下孟芳 海水浴場)에서 트래킹을 이어간다
하맹방 앞바다의 덕봉산(德峰山)은 비 속에 조용히 엎드려 있다
오른쪽 덕산방향이 모래사장으로 겨우 연결되어 있어 '섬'이 아니라 '산'이다
비 속의 맹방해변
'맹방(孟芳)'이라는 이름은 매향 의식을 치르던 곳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향을 묻는 곳이라는 의미의 '매향방(埋香芳)'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고려시대에 향나무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묻어둔 후
3백 년 뒤에 꺼내어 향을 피우면 냄새가 좋다고 향나무 묻기를 했다고 한다
매향방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맹방으로 변했다
동해안은 예로부터 향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동해안의 바닷가 동네를 걷다보면 담벼락 밖에 어울리지 않는(?) 향나무가 줄지어 있는 것을 종종 보게된다
상맹방(上孟芳) 한재밑해변 쪽의 전에 보지 못했던 다리와 시설물
아마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발전소 선박 접안시설과 관련된 것인듯 한데
해변의 풍광을 헤치고 있어 보기에 그리 좋지않다
봄이면 화려한 모습으로 둔갑하는 맹방 유채꽃 단지
2016년 10월에 그당시 해파랑길을 트래킹하던 친구를 따라 부구에서 옥계까지 3박4일간을 함께 걸었을 때
임원에서 출발한 둘째 날 이곳 맹방 유채밭 인근의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었었다
그 친구는 그때 옥계까지 34구간을 걸은 뒤 무릎이 고장나서 지금까지도 트래킹을 쉬고 있다
이제 삼척시내를 향해 한재(한치/漢峙)를 넘어야 하는데
한재는 급경사는 아니지만 구불구불 완만한 고개길이 한참이나 계속된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발전소 시설물인데 발전소 핵심시설은 산 안쪽에 있다
한재밑해변 접안시설까지 실어온 석탄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발전소까지 운반하고 있는데
발전소 건설 당시 환경보전단체들로부터 반대시위가 많았다
15:40 25분 걸려 도착한 한재 고갯마루
고개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맹방해변
가까이 보이는 삼척블루파워발전소 시설물 너머 명사십리 맹방해변은 비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어른 주먹보다도 큰 석류가 탐스러운 모습으로 싱그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오십천과 삼척 봉황산(鳳凰山)
오십천을 따라 형성된 강변 산책길은 봄이면 활짝 핀 벚꽃 터널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이 길은 오랍드리산소길로서 삼척시에 있는 도심 둘레 길이다
오랍드리는 강원도 방언으로 ‘집 주변’을 뜻하며
오랍드리산소길은 봉수대길, 봉황산길, 강변길, 삿갓봉길, 해변길 등 5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16:19 삼척교
1980년 삼척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하여 동해시로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고
1981년에는 장성읍과 황지읍이 통합되어 태백시로 승격되어 삼척에서 분리되어 나갔다
'동해'와' ‘태백'을 떼어 주면서도 정작 삼척은 1986년에야 삼척읍이 삼척군에서 분리되어 삼척시로 승격되었고
1995년에는 삼척군을 흡수하여 통합 삼척시로 바뀌었다
파장한 번개시장
삼척여고 옆을 지나고
삼척문화예술회관
엑스포공원 다리 위에서 조망되는 오십천 변의 죽서루
오십천(五十川)은 삼척시와 태백시 경계인 백병산(白屛山 1,259m)에서 흘러내려 미인폭포를 이루었다가
도계읍·신기면·미로면을 지나고 삼척시 마평동에서 동쪽으로 흐르다가
오분동 고성산(古城山 97m) 북쪽에서 동해로 흘러든다
〈동국여지승람〉에
"오십천은 삼척도호부에서 물의 근원까지 47번을 건너야 하므로 대충 헤아려서 오십천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또,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50구비나 흘러 동해로 흐른다고 五十川이라고도 한다
16:59 죽서루 도착
죽서루 경내에 있는 용문바위(龍門岩)
신라 문무왕이 사후 호국용이 되어 동해바다를 지키다가 오십천으로 뛰어들 때
이 바위를 뚫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다는 전설의 바위다
1275년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李承休)가 창건하였고
1403년(태종 3) 삼척부사 김효손(金孝孫)이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관동팔경의 제1루이며 국보인 죽서루(竹西樓)는
동쪽의 죽림(竹林)과 죽림 속에 있는 죽장사(竹藏寺)의 '서쪽에 있는 루'라는 뜻에서
竹西樓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죽서루는 그 하층이 17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9개는 자연암반위에 세웠으며,
8개는 석초(石礎) 위에 건립하였다는 건축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7개 기둥의 길이가 각각 다르다
보물 제213호이었던 죽서루는 2023년 12월 28일 국보로 승격되었다
2021년 11월 19일부터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에 부여된 문화유산 지정 번호가 사라졌다
지정번호가 붙여진 순서는 단순히 지정된 날짜 순인데, 사람들이 자꾸 이를 가치 서열로 오해해서 폐기하였으며
이 때문에 2021년 7월 기준 문화재청 홈페이지(정확히는 국가유산청 홈페이지 내 '국가문화유산포털' 홈페이지)나
국가유산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 견문록 앱'에서는
전부 '국보'로만 표기되고 몇 호인지 표시되던 것은 모두 삭제하였다
다만, 정렬 순서는 기존의 숫자 순서대로 되어있어 흔적은 남아있게 하였다
관동팔경의 정자들은 한결같이 바다에 면하고 있거나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언덕 위에 있는데
죽서루는 강변 절벽 위에,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이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죽서루를 꼽아 왔다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정철은 관동팔경을 유람하고 죽서루가 으뜸이라 하였고
허목도 관동팔경을 여행한 이들이 죽서루가 제일이라고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죽서루는 ‘죽서루’라는 현판보다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죽서루 앞에서는 삼척예술제 경축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죽서루 경내에는 옛 죽장사 터에 자리잡고 있는 삼장사(三藏寺)와 죽림(竹林), 송강 정철 가사 터 등이 있지만
비도 계속 내리고 있고 시간도 늦어 서둘러 발걸음을 돌린다
오십천 건너편의 삼척여자고등학교
장미공원 주차장
장미공원 전경
삼척시 정상동 오십천 일원 8만5000㎡ 규모에 조성된 삼척 장미공원에는
총 218종 13만 그루 1천만 송이의 장미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량을 가진 공원으로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야간에는 장미꽃 군락이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한다
산책로와 포토존을 비롯해 장미터널과 이벤트 가든, 바닥분수, 잔디광장, 맨발공원, 인라인 스케이트장,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각종 휴양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문화와 휴식, 여가공간이다
삼척의 자랑거리로 매년 5월경 장미축제가 열린다
삼척 정라동 입구의 육향산(六香山)
삼척 정라진(汀羅鎭)은 옛날부터 국방 요충지의 군항이었다
1898년까지만 해도 육향산(六香山) 밑에는 석성(石城)이 있었는데
동해를 지키기 위하여 설치한 조선시대의 삼척포진성(三陟浦鎭城)이다
삼척포진성은 동해의 9개 군의 수군을 관장하던 진영으로 지금으로 치면 동해방위 해군사령부다
그 유서 깊은 성곽은 1916년 삼척항 축조공사로 인해 헐어 없어지고 표석만이 육향산정에 남아 있다
저 육향산에는 삼척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 대한평수토찬비(大韓平水土贊碑)와 우전각(禹篆閣)
관찰사들의 선정비, 육향정(六香亭) 등의 유적들이 모여 있지만
예전에 여러번 가 보았고, 시간도 늦는데다가 비도 오고 있어 답사는 생략을 한다
삼척 척주동해비 : 2012. 3. 21
나의 옛 처가집 동네였던 정라동과 나릿골감성마을 전경
저 나릿골감성마을은 내일부터 답사를 시작할 코스 초입이다
삼순이매운탕으로 이름이 나 있는 옛집식당은 내일 아침 식사로 남겨두고
비내리는 삼척항을 잠시 둘러본다
18:04 나릿골감성마을 앞에서 오늘의 여정을 마감한다
경남 통영의 동피랑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비슷한 분위기다
생겨난 배경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나름 지역경제의 한 축을 이루었던 마을들이다
어느 곳이든 방문을 열고 나가면 마당인지 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공간이 이어진다
'나릿골'이라는 이름은 계곡에 나루가 있던 곳이라 나릿골이라 했다는데 이름이 이쁘다
예전에는 이곳 정라동이 삼척항의 중심지였다
풍성한 어족 자원으로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정어리 공장에서는 정어리기름으로 비누와 양초가 생산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어업이 더욱 번성하여 항구에는 노가리와 오징어가 산더미로 쌓이고
나릿골 집집마다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풍경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정라동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어 죽서루 주변에 숙소를 잡은 뒤 인근의 식당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죽서루에서 열리는 삼척예술제 경축공연을 즐기기로 한다
경축공연은 밤 늦게까지 진행되었고 이렇게 첫날밤은 서서히 깊어 간다
첫댓글 코스가 2018.11월에 비하여 더 세련되게 정비가 되었네.나머지 코스도 파이팅.
땡큐~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