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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탈명리(屣脫名利)
명예와 이익을 헌신짝처럼 벗어 버린다는 뜻으로, 속세에 실망하여 절연하는 것을 의미한다.
屣 : 짚신 사(尸/11)
脫 : 벗을 탈(月/7)
名 : 이름 명(口/3)
利 : 이익 리(刂/5)
출전 : 홍재전서(弘齋全書) 卷三十四 / 교5(敎五)
이 성어는 정조(正祖)가 역적으로 죽은 유몽인(柳夢寅)의 신원을 복원하면서 한 말에서 나온 것이다.
유몽인(柳夢寅)은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저자이다. 이름자 끝의 인(寅)은 12간지의 하나인 호랑이(寅))를 상징한다. 그의 호 어우(於于)는 ‘과장하며 자랑하는 모습’이란 뜻으로 장자의 천지편에서 가져왔다.
공자를 비판하는 말로 쓰인 말을 자신의 호로 삼아 특정한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방식대로 살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는 특정한 스승 밑에서 배우지 않고 홀로 사찰을 돌아 다니며 공부하면서 자유로운 정신을 배워갔다.
31살에 장원급제했을 때 징비록의 저자인 유성룡은 그의 답안지에 대해 ‘백 년 이래 처음 보는 기이한 문장’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관직에 오르면서 그는 실망스러운 현실을 목도해야 했다. 당시 조선 사회는 붕당 정치가 형성되고 있었다. 붕당은 개인의 신념보다는 당파적 입장을 우선할 것을 요구했고 줄을 세워 무리를 지었다.
유몽인은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각에서 벗어나 양심을 따르는 삶은 고달프고 외로운 길이다. 왕따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삶의 기반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당파의 이익을 따르지 않고 옳다고 믿는 길을 가기로 했다. 뜻과 생각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당파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귀었다.
이후 유몽인은 정치 현실에 실망하여 벼슬의 뜻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살았다. 왕이 불러 다시 벼슬살이를 했으나 북인(北人)이 인목대비 폐위를 주장했을 때 당파의 입장을 따라가지 않고 반대했다가 실각(失脚)했다.
5년 후 인조반정이 일어나 서인이 집권하자 이번엔 광해군 복위 운동을 꾀한다는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광해군 시절엔 집권 세력인 북인의 견해에 반대했다가 죽을 위기까지 겪었음에도 서인이 권력을 잡자 북인이라는 이유로 역적으로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170여 년이 흐른 정조 대에 이르러 그의 신원은 복원되었다. 신원을 하교하는 글에서 정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故) 참판 유몽인(柳夢寅)에게 증직하고 증시(贈諡)하라는 하교
스산한 비바람이 낚시터에 스칠 때, 고기와 새 함께 기심(機心)을 잊던 위천(渭川) 땅, 강태공(姜太公)은 어인 일로 늘그막에 응양장군(鷹揚將軍)이 되어, 속절없이 백이숙제(伯夷叔齊) 고사리 캐게 하였나’ 하였는데, 여기서 응양이라 한 것은 정난 훈신(靖難勳臣)에 견준 것이고 백이숙제는 자신을 비유한 것으로, 고(故) 처사(處士) 김시습(金時習)의 제위천수조도(題渭川垂釣圖)라는 시와 같은 뜻이 있다. (...)
유몽인은 일찍이 이조 참판으로 있다가 대제학으로 올라갔다. 자기의 특성을 나타내지 않고 속세를 따랐다면 무슨 벼슬인들 하지 못하였겠는가.
그러나 사악한 의론을 반대하고는 명예와 이익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 기꺼이 산꼭대기와 물가에서 스스로 방랑 하였으며, 시를 잘하는 승려나 도를 깨달은 승려와 함께 어울려 승려처럼 지내었다. 이는 김시습이 세속을 하찮게 여기고 세속을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려 한 청광(淸狂)다운 본색과 같은 것이었다. (...)
夢寅嘗佐銓衡。而躋文苑矣。和光同塵。何官不做。而顧乃歧貳凶論。屣脫名利。甘自放於山巓水涯。與韻釋悟僧。記臘結夏。此時習之傲世逃俗。永矢不歸之淸狂本色. (...)
또 내가 그의 글 가운데 필사되어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구해서 보니, 시문(詩文) 몇 편이 대부분 이소경과 같이 억울하고 불평스러운 심정을 토로한 것이어서 책을 덮어도 감흥이 일어났다.
그래서 등급을 더하여 장려하는 은전을 시행하고자 한 지 오래되었다. 그럴 즈음에 그의 족손(族孫)이 어가가 행차하는 길에서 호소하는 것을 보고 더욱 그의 아들과 조카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
그의 아들 약(瀹)은 아비와 함께 죽었고 그 조카 찬(澯)은 혼조(昏朝) 때 벼슬을 하지 않고 관모를 벗어 던진 채 북관(北關)으로 달아나 들어갔다가 그의 숙부 일이 일어남에 연루되어 귀양 간 뒤로 용서받지 못하였다고 하니, 또한 그 사람의 아들이며 조카답다고 이를 만하다.
고 이조참판 겸 예문관제학 유몽인에게 정경(正卿)의 관작을 추증하고 좋은 시호를 내리도록 하라. 그의 아들 약은 관직을 회복시켜 주고 그의 조카 찬도 당상 3품관을 추증하라. 호조와 충훈부를 막론하고 몰수하여 들인 노비를 모두 계산하여 즉시 내주라. 이어 여러 유씨(柳氏)들로 하여금 방파(傍派) 중에서 사손(嗣孫)을 정하여 그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되, (...)
▶️ 屣(신 사, 신 시)는 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주검 시(尸)와 뜻을 나타내는 옮길 사(徙)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屣(사, 시)는 ①신, 짚신 ②(짚신으로)여기다 ③(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 ④(신을 끌고)바삐 나오다, 그리고 ⓐ신, 짚신(시) ⓑ(짚신으로)여기다(시) ⓒ(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시) ⓓ(신을 끌고 바삐)나오다(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헌 신을 이르는 말을 폐사(敝屣),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뜻으로 대단히 반가워하는 것을 형용한 말을 도시(倒屣),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뜻으로 아깝게 여기지 않고 버림을 이르는 말을 여탈폐사(如脫弊屣) 등에 쓰인다.
▶️ 脫(벗을 탈, 기뻐할 태)은 ❶형성문자로 脱(탈)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제거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兌(태, 탈)로 이루어졌다. 살에서 뼈를 제거하다의 뜻이 전(轉)하여 빠지다, 벗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脫자는 ‘풀다’나 ‘벗어나다’, ‘나오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脫자는 ⺼(육달 월)자와 兌(빛날 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兌자는 兄(맏 형)자 위로 八(여덟 팔)자를 그린 것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린 兌자에 ⺼자가 결합한 脫자는 육체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脫(탈, 태)은 ①벗다 ②벗어나다 ③벗기다 ④사면하다 ⑤풀다 ⑥나오다 ⑦빠지다 ⑧떨어지다 ⑨거칠다 ⑩소홀하다 ⑪잃다 ⑫혹시(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⑬만일 ⑭전부 ⑮매우 그리고 ⓐ기뻐하다(태) ⓑ허물을 벗다(태) ⓒ느리다(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몸을 빼쳐 도망함을 탈출(脫出), 당원이 당적을 떠남을 탈당(脫黨), 밖으로 빠져서 새는 것을 탈루(脫漏), 빠져 버림을 탈락(脫落), 관계를 끊고 물러남을 탈퇴(脫退),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북한을 탈출함을 탈북(脫北), 법망을 교묘히 뚫거나 벗어남을 탈법(脫法), 납세자가 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탈하는 일을 탈세(脫稅), 기차나 전차가 선로에서 벗어남을 탈선(脫線), 옷을 벗음을 탈의(脫衣), 들인 물색을 뺌을 탈색(脫色), 벗겨 버림을 탈거(脫去),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을 제거함을 탈수(脫水), 우리를 빠져 도망하는 토끼의 기세라는 뜻으로 매우 신속하고 민첩함을 탈토지세(脫兔之勢), 모자를 벗어서 정수리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예의에 구애되지 않음을 탈모노정(脫帽露頂), 물고기가 그물에서 벗어나 연못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다행히 재난을 면하고 기뻐함을 탈망취연(脫網就淵), 몸을 빼쳐서 달아남을 탈신도주(脫身逃走) 등에 쓰인다.
▶️ 名(이름 명)은 ❶회의문자로 夕(석; 초승달, 어두움)과 口(구; 입, 소리를 내다)의 합자(合字)이다. 저녁이 되어 어두우면 자기 이름을 말해서 알려야 했다. ❷회의문자로 名자는 ‘이름’이나 ‘평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名자는 夕(저녁 석)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夕자는 초승달을 그린 것으로 ‘저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이야 한밤중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어두운 저녁 저 멀리 오는 누군가를 식별하기 위해 이름을 불러본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名자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래서 名(명)은 (1)이름 (2)숫자 다음에 쓰이어 사람의 수효를 나타내는 말 (3)사람을 이르는 명사의 앞에 붙어서 뛰어난, 이름난, 훌륭한, 우수한 또는 무엇을 썩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이름 ②평판(評判), 소문(所聞) ③외관(外觀), 외형(外形) ④명분(名分) ⑤공적(功績) ⑥글자, 문자(文字) ⑦이름나다, 훌륭하다 ⑦이름하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컬을 칭(稱), 이름 호(號)이다. 용례로는 세상에서 인정 받는 좋은 이름이나 자랑을 명예(名譽), 명목이 구별된 대로 그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분수를 명분(名分),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다른 것 끼리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을 명칭(名稱), 세상에 떨친 이름을 명성(名聲), 이름이나 주소나 직업 따위를 죽 적어 놓은 장부를 명부(名簿),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성명과 해당 사항을 간단히 적은 문건을 명단(名單),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승(名勝), 명분과 의리 또는 문서 상의 이름을 명의(名義), 이름난 의원이나 의사를 명의(名醫), 일년 동안의 명절날과 국경일의 통칭을 명일(名日), 뛰어나거나 이름이 난 물건 또는 작품을 명품(名品), 이름이나 직위 등을 적어 책상 따위의 위에 올려놓는 길고 세모진 나무의 패나 문패 또는 명찰을 명패(名牌), 잘 다스려서 이름이 난 관리를 명관(名官),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소(名所), 이름과 실상이 서로 들어맞음을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난 큰 산과 큰 내로 경개 좋고 이름난 산천을 명산대천(名山大川), 남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깎는 일을 명예훼손(名譽毁損),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란 헛되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명불허득(名不虛得) 등에 쓰인다.
▶️ 利(이로울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勿(물)은 여기에서는 쟁기와 흙을 나타내는 모양이며 논을 갈아 엎는 모양이다. 禾(화)는 벼라는 곡식을, 利(리)는 곡식을 만드는 밭을 가는 쟁기로, 쟁기날이 날카롭다, 나중에 날카롭다는 것과의 관계로 부터 勿(물)을 刀(도)로 쓰게 되고, 또 刀(도)는 돈과 관계가 있으므로 이익의 뜻으로도 쓰여지게 된 듯하다. ❷회의문자로 利자는 ‘이롭다’나 ‘유익하다’, ‘날카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利자는 禾(벼 화)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벼와 칼을 함께 그린 것이니 利자는 벼를 베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利자는 본래 칼이 벼를 벨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였다. 利자에 아직도 ‘날카롭다’나 ‘예리(銳利)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利자는 후에 ‘이익’이나 ‘이롭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는데, 벼를 베어 추수하는 것은 농부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利(리)는 ①이롭다, 이하다(이익이나 이득이 되다) ②이롭게 하다 ③유익하다 ④편리하다 ⑤통하다 ⑥날카롭다 ⑦이기다 ⑧날래다 ⑨탐하다 ⑩이자 ⑪이익(利益) ⑫승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더할 가(加), 더할 증(增), 더할 첨(沾), 더할 첨(添), 더할 익(益),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해할 해(害)이다. 용례로는 편리하게 씀을 이용(利用),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된 것을 이익(利益), 이익을 얻음을 이득(利得), 남에게 돈을 빌어 쓴 값으로 무는 일정한 비례의 돈을 이자(利子), 돈벌이를 하는 동안에 남는 돈을 이윤(利潤), 적을 이롭게 함을 이적(利敵), 자기 이익만 꾀함을 이기(利己), 이익을 탐내는 욕심을 이욕(利欲), 다른 이에게 이익을 주는 일을 이타(利他), 겨루어 이김을 승리(勝利), 이익이 있음을 유리(有利), 편하고 이로우며 이용하기 쉬움을 편리(便利), 빌려 준 돈의 이자를 금리(金利), 조건이나 입장 따위가 이롭지 못함을 불리(不利), 날이 서 있거나 끝이 뾰족함을 예리(銳利),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폭리(暴利), 이익을 얻음을 득리(得利), 실지로 얻은 이익을 실리(實利), 이해 관계를 이모저모 따져 헤아리는 일을 이해타산(利害打算),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함을 이용후생(利用厚生), 이로움과 해로움, 얻음과 잃음을 이해득실(利害得失), 이익과 손해가 반반으로 맞섬을 이해상반(利害相半), 이욕은 사람의 밝은 지혜를 어둡게 만듦을 이령지혼(利令智昏), 이해에 관하여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따진다는 이석추호(利析秋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