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했습니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고, 8월 말까지만 매장을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이제 한달 남았네요~ㅎㅎ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라면...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집에 5살자리 조카가 있는데, 가끔 동화책을 갖고 와서 읽어달라고 합니다.
6월 말경 읽어달라고 갖고 온 동화는 바로 "크리스마스 캐롤"...
열심히 구연동화를 하듯 읽어주고 있는데...
그... 유령이 나와서 스크루지 영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게에서 일만 하고, 놀러온 아이들을 혼내거나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조카를 박대하는 모습...
그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울컥~ 했습니다...
마치... 저의 최근 몇년동안의 모습을 보는 듯 했거든요...
그래서 조카한테 "잠깐만~"하고 냉장고로 가서 차가운 냉수를 들이키고는 다시 가서 읽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방에 들어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휴대폰 업계에 발 들여놓은지 거의 10년째이고...
지금 사장님 밑에서 소사장제로 매장을 맡아 운영한지는 3년 좀 넘은 것 같은데...
이 일을 하는 10년동안 잃은게 참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휴대폰 매장을 소사장제로 운영하는터라 빨간날은 커녕 평일에 제대로 쉰 적도 한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출근하는 날 오늘이 빨간날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대형마트 안에 있는 매장이라서 마트 지정 휴무일 월 2회만을 쉬면서 일했었죠...
매출이 그다지 크지도 않고, 그냥 저 혼자 먹고사는 정도라 직원(또는 알바) 쓸 생각도 안했고...
상대적으로 매출이 높은 주말에도 제대로 쉴 수가 없어서 친구들, 아는 지인들 경조사에 참석한 적이 없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돈도 안모이고...
지금까지 뭐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처음에는 그냥 쉬고싶은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위 사장님한테 말씀드렸었죠.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다시 생각해줄수 없냐며 여러 조건을 제시하셨었습니다.
쉬고 싶다면 쉬게 해주겠다. 얼마 정도의 기간을 원하느냐고 물으시길래, 한달 정도라 대답을 했습니다.
당연히 그 정도는 안된다고 하시죠~ㅎㅎ
그래서 그럼 최소 2주라고 했더니... 그것도 힘들다고 하시며...
그러면 전 안되겠다. 그만 두겠다 했더니 그럼 준비할 시간을 달라시길래, 협의 끝에 8월 말까지만 있어주기로 했습니다.
뭐 일단 7월은 그냥저냥 넘겼고, 이어받을 새 직원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뜻대로 안되네요...
그만두는건 그만두는데...
마음 비우고 그냥 남은 기간 열심히 하다가 나가자 했는데...
날이 갈수록 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만 느껴지는 거겠지만, 참...
구체적인 얘기를 하자면 좀 그렇지만...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이 사장님 밑에서 소사장제로 운영한 3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이 느껴질 정도로...
협의한 내용이 있어서 8월 말까지야 제가 그냥 참고 있어줘야 하는거겠지만...
서운한 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지...
형편상 돈을 안벌면 안되는 상황이라서 오래 놀지도 못하겠고, 앞날이 걱정되기도 하고...
가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결심한 퇴사고...
첫댓글 앞으로 훨씬 더 잘되시겠네요. 그 1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잃어버린 인생이 아닌, 앞으로 뭘 하시든 분명히 하나의 밑거름이 되실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도 해봅니다.
좋은 경험으로 삼아야겠죠~ㅎㅎ
좋은 판단 하셨으리라 믿습니다..일단 결정을 하셨으면 그 결정에 최선을 다하시는게 후회도 덜게 되리라 믿습니다. 한가지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마무리는 깔끔하게 잘하시고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사장과의 관계는 좋게(?)마무리 지으시는게 좋지 싶어요. 사람일이란게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거든요. 새출발 측하드립니다.
넵.
오랫동안 알던 동갑내기 사장님이라 안좋게 끝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리도 없고~ㅎㅎ
마무리 잘 해야겠죠~
그동안 열심히 뛰어왔으니, 바람불면 잠시 쉬어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헛된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다가 올 시간들에게도 다른 추억은 만들어줘야죠.
잠시동안이지만 백수되실거 미리 축하해요(?)ㅎㅎㅎ
재밌고, 즐거운 시간 맞이하시길!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힘들어서 3년간 이직 3군데 하면서 2년 가까이 해외여행 빼고 다해봤는데 재밌었어요 다만 6개월놀면 두려워지긴 합니다
용기 있으시네요.
과연 저라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항상 현실에 타협만 하고 사는 저라서 그런지 더 대단해 보입니다!!
앞으로 잘되시길 바랄게요~
저도 한 3년전에 그냥 때려친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때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행도 다니시고 좋은시간 가지세요
열심히 하셔서 미련도 별로 없으신거 같군요. 본인에게도 참된 휴식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분명히 쉬면서 좋은 시간이 되실겁니다~!
선즈 팬이신가요?ㅋ. 더 잘아시겠지만 마트에서 판매하셨던건 일반 매장보다 더 힘든일이죠@@. 잘하신 겁니다. 같은 계열로 다시 취직한다 해도 더 좋은 조건으로 가실수 있을것 같네요@@
충전의 시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않습니다!! 좋은 경험되시길!!!
처음으로 휴식을 하고 있는데 빨리 제기 하려니깐 오히려 계속 안 좋아지더라구요 편하게 생각하시고 푹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