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높은 폐업률이다.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대로, 자영업의 5년 내 생존률은 약 20% 선에 불과하다. 조사한 시기와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이 선을 오르내린다. 즉 10개의 가게가 오픈했을 때, 5년 후에도 문을 닫지 않고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2군데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자영업의 생존률이라고 하니, 10곳 중에서 2곳만 영업하고, 나머지 8곳은 쫄딱 망한 줄로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지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알아야 한다. 자영업의 생존률과 폐업률은 사업자 등록의 신고와 폐업, 그리고 부가세 납부를 기준으로 한다. 성공한 사람과 쫄딱 망한 사람이 기준이 아니다.
폐업, 꼭 망해서 하는 게 아니다
폐업 신고에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다. 먼저 장사가 되지 않아서 접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고 집기를 처분하면 초기 투자금 중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망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이렇게 회수한 초기 투자금으로 다시 다른 사업을 한다. 그래서 특히 대도시에서 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에게는 권리금의 회수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결론적으로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는 등 초기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했다면 망했다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폐업 신고의 이유는 사업 아이템이 괜찮은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매출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사업 구상 당시에 아이템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봐서 기대수익률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순수익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실제는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 경우 사업자들은 사업을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3년 만기, 연 2%의 정기예금에 넣었는데, 2개월 후 회사 동료가 3.5%의 예금상품에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자. 그럼, 이자 손해고 뭐고 당장 은행에 찾아가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3.5% 금리를 주는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자영업에도 이러한 사업자들이 있다. 모두가 10년, 20년을 갈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또한 망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장사는 그럭저럭 잘했지만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사업을 접는 경우이다. 이는 적어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에 벌어둔 돈이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또 다른 경우로는 사업자의 질병이나 육체적, 정신적 고갈로 인해 장기간 쉬는 경우다. 특히 영세한 1인 사업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영업주가 장시간 혼자 일하며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 초기에 잠깐이면 몰라도, 매해 그렇다면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제법 좋은 상품을 팔고 수익성도 좋았지만, 심신의 부담이 너무 커서 영업을 지속하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 또한 망했다고 할 수 없다.
장소 이전도 때로 폐업에 포함된다
사업장소의 이전도 사유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영업했던 장소에서 계약이 만료되어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경우이다. 이때 이전할 장소를 미리 계약하고, 현 장소에서 폐업함과 동시에 새로운 장소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현 장소에서 계약이 끝나면, 그때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아 그 돈으로 새로운 장소를 계약한다. 사업자등록증의 주소를 변경하려면 이전할 장소의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한데, 계약 전에는 주소를 변경할 수 없고, 전 임차인의 주소 변경이나 폐업 신고 전에는 사업자등록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장소에서 계약 종료 시 폐업 신고를 하고 새로운 장소를 알아볼 겸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것이 폐업률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드물지만, 간이과세자 혜택도 폐업의 한 사유이다. 사업자등록 신고를 할 때는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 간이과세자를 선택할 경우, 첫해 매출이 4,800만 원 이하이면 계속 간이과세자로 남지만, 그 이상이면 다음 해에 일반과세자로 전환된다. 그래서 간이과세가 유리한 경우에는 폐업 후 신고를 새로 하면 첫해는 다시 간이과세자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제대로 보인다
이렇듯 폐업의 사유는 장사가 안 되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들이 있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5년 내 폐업률 80%가 무시무시한 숫자로 다가오겠지만, 이렇게 쪼개어볼 경우 생각만큼 무섭지 않은 숫자가 된다.
첫댓글 다 먹고 빠지는곳이 대다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