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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다헌 - 醉茶軒
 
 
 
카페 게시글
차 이야기 스크랩 하동차의 내일을 묻다.
춘수 추천 0 조회 129 10.03.31 07:38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현재, 우리 봄잎차의 가격은 100g에 대략 20,000 ~ 100,000 원이고, 중국차는 한 근(500g)에 50 ~ 1,000 위엔 가량입니다. 중국차를 환율을 따져 계산해보면 100g에 우리 돈으로 대략 2,000 ~ 40,000 원인데, 언듯 보면 두 나라의 소득수준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1창 2기를 기준으로 삼는 우리 우전차와 입하차(흔히 세작으로 부름)보다는 기창차(1창 1기) 위주의 중국차의 생김새가 더 낫습니다. 사실 우리 세작은 세작설(細雀舌, 가는 참새 혀)이라기보다는 대취조(大鷲爪, 큰 수리 발톱) 같고, 대부분의 우리 우전차는 고급차라 하기에는 그 생김새가 거칠고 성근 편입니다.

 

차의 품질은, 차밭 조건(토질, 경사도, 표고, 물빠짐, 일조량, 강수량, 습도, 바람 등)과 재배 방식(조밀도, 비료주기, 가지치기, 제초, 제충 등)과 차잎따기의 시기와 방식 등에 따라 결정되는, 원료 차잎의 우열과 그기에 적합한 제다법(규모, 자동화, 기계화, 숙련도 등)이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사실 우리가 우전(雨前)이라고 부르는 차에는 곡우 5일 전부터 곡우까지 난 차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지역이나 차밭 조건과 재배 방식 등에 따라 첫물차가 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채엽시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고지대 미경작 산비탈에 성글게 심어 무비료 무농약으로 길러 이른 봄에만 엄지와 검지로 꺾어 딴 차잎으로 소량을 손으로 덖어 만든 차와 저지대 평지나 구릉지에 빽빽하게 심어 늦봄부터 가을까지 기계채엽으로 티백용 차를 만들다가 이른 봄에는 훑어 따서 자동화된 대규모 찐차 시스템으로 만든 차를 어찌 같은 우전차라 부를 수 있을까요?

 

우리차 애호가들 가운데에는 아직도 포장에 ‘야생 수제 전통 가마솥 덖음차’라고 씌여진 차를 천연의 차잎을 솥 덖기와 멍석 비비기를 되풀이 하여 만든 차라고 알거나 믿고 싶거나 우기고 싶은 분들이 적지 않은데, 우리의 ‘야생 전통 수제 구증구포 부초 녹차’ 가운데에는 야생차는 없고 손 덖음차는 드물며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비벼 만든 차는 억지입니다.

 

현재 우리 덖음차의 주류는 원통형 기계 솥에서 익히고 비빔기로 비벼서 털고 널어 열풍이나 열판 또는 냉풍으로 말린 차입니다. 반구형 솥인 과(鍋)를 사용하더라도 제법은 크게 다르지 않고, 밥 짓는 가마솥인 부(釜)를 사용하여 아홉 번 덖고 아홉 번 비벼 만든 우리 전통차(?)를 재현했다고 우기는 이들도 가끔 있기는 합니다만...

 

차잎은 본래의 성미가 차고 떫고 거칩니다. 차잎을 발효시키거나 가열하면 성질은 따뜻해지고 향미은 달고 부드러워집니다. 소엽종에 비해 크고 단단하며 성미가 더욱 차고 떫은 중대엽종은 발효차로 발전하였고, 녹차는 찐차에서 덖음차로 덩이차에서 잎차로 발전함으로써 단위 차잎에 대한 가열량을 늘여 온화한 성미를 갖춘 찻잎을 얻게 된 것입니다.

 

造茶(조다; 차 만들기)

新採, 揀去老葉及枝梗碎屑. 鍋廣二尺四寸. 將茶一斤半焙之, 候鍋極熱, 始下茶急炒, 火不可緩, 待熟方退火. [3]撤入篩中, 輕[4]團那數遍. 復下鍋中, 漸漸減火, 焙乾爲度. 中有玄微, 難以言顯. 火候均停, 色香全美, 玄微未究, 神味俱疲.

신채, 간거노엽급지경쇄설. 과광이척사촌. 장차일근반배지, 후과극열, 시하차급초, 화불가완, 대숙방퇴화. 철입사중, 경단나수편. 복하과중, 점점감화, 배건위도. 중유현미, 난이언현. 화후균정, 색향전미, 현미미구, 신미구피.

[3] 撤(거둘 철): <다서전집>본에는 徹(통할 철)로 잘못 실려 있음.

[4] 那(그 나)는 ?(비빌 나)와 통한다. 두 손으로 차잎을 둥글게 감싸 쥐고 비빈다는 뜻.

 

새로 딴 차잎에서 센 잎과 가지와 부스러기를 골라낸다.

 

덖음 솥의 지름은 2척 4촌(약 80cm)이 알맞다.

 

차는 한번에 1근반(약 900g)을 덖어 익히는데, 솥이 충분히 달구어졌을 때, 차잎을 넣고 잽싸게 덖는다. 열도(熱度)가 약해서는 아니 되고, 익었다고 판단되면 바로 물린다.

 

체에다 거둔 차잎은 가볍게 덩이 지어 여러 번 비빈다.

 

다시 솥에 넣은 차잎을 덖어 말리는데, 조금씩 열도를 낮추는 것이 덖어 말리기의 척도(尺度)이다.

 

차 만들기는 현묘(玄妙)하고 미묘(微妙)하여, 말로는 다할 수 없다.

 

열도를 고르게 잘 맞추어야 색과 향이 모두 좋고, 적절(適切)함과 치밀(緻密)함이 모자라면 제대로 된 맛을 갖출 수가 없다.(張伯淵 著. 河春樹 譯)

 

윗글은 1595년 전후에 쓰여진 초의선사 <다신전(茶神傳>의 원전인 장원(張源) <다록(茶錄)>의 조다편 전문입니다. 윗글에는 ‘손 덖음 잎 녹차’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위의 ‘조다편’은 이미 400 여년 이전에 정립된 제법입니다. 그대로 차를 만들면서 함수율 5% 이하의 완성차를 얻으려면 4~50분 이상 차를 덖어 주어야합니다. 현재 중국의 명우녹차(名優-)들에서는 위의 제법이 더욱 정교(精巧)해졌는데, 원료엽의 투입량을 더 줄여 솥에 들어간 차잎은 꺼내지 않고 솥 안에서 익히고 비벼서 말려냅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차에 비해 중국차는 등급의 범위가 넓고 세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우선주의 체제 이후 근래 중국의 차 산업은 민영화의 열풍 속에서 대규모 밀식 차밭과 기계식 제다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옛 향미와 품격을 지닌 차들은 고위층과 신흥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시장에서 만나는 극품 특급 명차들은 생김새는 더 가지런해졌으나, 맛은 밋밋하고 찐차의 풋내마저 진동합니다. 중국차의 파행이 우리에게는 기회일까요? 아니면, 악영향만 끼칠까요?

 

현재, 우리차와 일본차와 중국차의 년간 생산량은 대략 5,000:80,000:1,000,000 ton입니다. 지금 우리차는 외형을 부풀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내용을 충실하게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협소한 소비시장과 열악한 음다문화 위에서의 양적 팽창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위태로울 뿐이기 때문입니다.

 

근래 하동차는 잔류농약 검사를 강화하여 친환경 인정을 받지 않은 원료엽은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티백용 원료엽이 가격 폭락으로 판로가 막히게 되자, 그동안 비료를 주어가며 1년에 서너 번씩 따던 차나무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약을 끊으면 안전성을 얻을 수 있지만 비료주기를 멈춘다고 해서 차나무가 바로 자연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밀식된 차나무를 솎아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황폐화된 토질을 되살리면서 차나무의 비료 중독을 씻어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친 김에, 규모의 대소는 불문하고 화개 지역 전체 차밭을 유기농 차 지구로 선포하기를 바랍니다. 공동경작단을 조직하여 농약을 엄금하고 유기질 비료만 주면서 봄가을에만 따서 만드는 유기농 티백으로 특화한다면 그동안 늘어난 밀식 차밭도 살리고 한둘 아니게 들여놓은 아닌 일본제 티백 기계시스템도 활용할 수 있겠지요. 말 나온 김에... 서남해안과 제주도의 대규모 밀식 차밭에는 레일을 깔아 승용형 관리기를 활용하고 생산시설에는 투자를 늘리는 등 자본의 집약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떨까요?

 

고급차는 대중차와 더불어 그 나라 차산업의 양 날개입니다. 지리산과 백운산과 조계산을 휘돌며 유장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양 쪽 기슭은 하늘이 내린 우리차의 보물창고입니다. 그렇지만, 봄이면 옥구슬처럼 영그는 그 차잎을 제대로 길러 만들어 고르게 나누지 못한다면 우리차의 내일이 있을까요?

 

- 좋은 차밭을 어떻게 일구고 가꿀 것인가?

- 차잎을 어떻게 따고 신선엽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좋은 차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차의 품질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차의 바른 가격과 원활한 유통.

 

위의 주제들에 대한 강호 제현의 하교를 기다립니다.<100218 月江茶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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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3.31 08:35

    첫댓글 모처럼 글로 뵙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올해에도 좋은 차 많이 만들어 주시길...

  • 작성자 10.03.31 12:32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청락한 차생활되시기 바랍니다.

  • 10.03.31 09:51

    개인적으로 차를 마시면서 평소 생각해오던 것을 이렇게 정확하게 글을 올리신 글을 보니 너무나 기쁩니다.
    제다인은 아니지만 평소 우리차를 마시면서 좀 아쉬운 점과 생각을 정리하여 의견을 올립니다.
    대량생산을 추구하는게 아니고 전통 수제차를 추구한다면 - 좋은 차밭은 유기비료조차 뿌리지 않은 자연상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발효차를 마셔보면 제대로 만든 발효차인지 십중팔구 의문스럽습니다.(제 주관적 판단입니다)-
    -차의 품질은 좋은 원료에서 시작되어 제대로 된 제다공정을 거쳐야 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좋은원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 10.03.31 10:01

    발효차에 대한 졸견을 답글로 올려드립니다.

  • 차의 품질은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등급을 판정해주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텐테요... 왈가왈부 말도 줄거고... 기준세우기가 넘 힘들라나?? 좋은차 만드러 먹자는 욕심에 100여평 차밭을 관리하는데 생각보다 힘듭니다... 믿을만한곳에서 사먹는게 맘편할듯합니다....

  • 작성자 10.04.04 07:50

    스스로의 품다 능력을 길러 스스로 골라서 마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0.04.04 22:05

    차농사 짓기 참 힘들것 같네요.. ㅠㅠ 책중에 콜럼코츠가 쓴 살아있는 에너지라는 책이 있는데 농사 짓고 차 만드는데 도움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 보시는것도 좋을듯 하네요...^^ 한국도 지하수와 토양이 좋아지면 좋을 텐데요..쩝쩝

  • 작성자 10.04.05 10:21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흙과 물의 양과 질은 좋습니다. 망치려드니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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