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첫장면
녹색의 들판 그 끝 쯤에서 마치 십자가의 형상 같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영화의 결만 부분을 먼저 던져주고 영화는 시작된다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졌던 과거를 태우고 다시 태어나는.. 마치 성령의 불 같은..
영화 ‘마더’의 첫장면을 연상시킨다
영화 마더, 들판에서 김혜자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춤을 춘다
아들이 여학생을 죽였음을 알고도 그 아들의 무죄를 주장한 빗나간 모성을 그렸던
영화 마더, 그때의 김헤자의 얼굴과 춤은 아들이 살인자임을 알고도 무죄를 받아낸
엄마의 심리적 갈등을 표현햇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두 영화의 시작장면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사랑이 이긴다’를 문학에 비교한다면 산문이 아닌 운문, 운문 중에서도 참 현학적이다
산문의 특징이 글을 풀어내는 것이라면 운문은 비유적 상징을 통한 압축이다
글이 현학적이라함은 그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개념을 전달하는데 있어 현학적이지 않고는 전달 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난해한 개념일 때..
여기선 작가의 고민을 본다
아님 작가가 개념을 온전하게 체득해 자기 언어로 다시 풀어내야하는데 온전하게 체득하지 못햇을 때도
글은 현학적이 된다
읽는 독자는 이게 무슨 뜻이야 하면서 기가 죽을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작가의 잘못이다
또는 작가가 독자와 자신을 같은 레벨로 보 고싶지 않을 때 작가와 독자 사이에 레벨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글자를 써가면서 지적우월감을 느길 때..
등등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해석을 선택하냐는 독자의 몫이다
영화 ‘사랑이 이긴다’는 내게 한편의 현학적인 운문과 같은 영화였다
영화 한편을 보면서 풀어내야할 상징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풀어내야할 상징들을 한번 살펴보자
수아네 집 거실의 그림이 보인다
그림 가운데에 수아엄마가 서있다 그리고 그 양쪽으로 말과 호랑이(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가
수아 엄마를 향하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그 집에는 수아엄마 혼자뿐인거 같다 가족은 분명 셋인데 사람은 수아엄마 혼자다
그 집의 중심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거실 속 그림과 비슷한 사진이 있다
니체와 파울레 두사람 뒤에서 채찍을 들고 있는 루살로메를 찍은 사진이다
프로이트는 이 그림을 사람은 이성과 감정의 두 마리 말을 조종하는 마부다라는
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거실 속에 그림이 그 사진을 연상케 했다
현관문 안쪽에 붙여있던 고흐의 ‘카페 테라스’는 무슨 의미었을지 지금도 궁금하다
새끼 고양이의 엄마를 찾아주지 못하면 병원에라도 새끼 공양이를 데려다주자던 수아의 청을
거절했던 엄마는 수아가 죽은 후
그 새끼고양이를 병원에 데려다준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엄마는 환상 속에서 수아를 발견한다
엄마는 수아를 따라간다 어둡고 음침한 골목길을 지나 층게를 오르고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속으로 엄마가 들어선다
엄마는 어둠의 골짜기를 지나 마침내 빛에 다다른 것이다
때로 자식은 사춘기가 되면서 자신의 증상을 통하여 부모를 구원한다
상담실에 전혀 올 것 같지 않던 사람이 자식의 문제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상담실을 찾는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 문제의 근원이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상담에서는 그것을 ‘자식이 증상을 통해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부모를 구원한다’고 한다
수아의 죽음이 엄마와 아빠를 구원한 것이다.
괴물(동물, 누구의 직품인지 모르겠다)의 조각상과 마주서 있는 수아
괴물이 수아의 앞을 가로막고 수아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수아와 엄마가 나누던 대사가 떠오른다
“ 꼭 괴물 같아”
교실 복도를 지나가던 수아가 화분에서 꽃을 통째로 뽑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그 장면에서 우리는 머지 않아 수아의 운명이 그 꽃과 같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물 한가운데 놓인 침대
그 물 속을 걸어 엄마는 남편에게 간다
그리로 둘은 서로 화해의 눈빛을 교환한다
기독교에서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리고 거듭난다
과거의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없다고 했지만 상징을 통힌 비유들은 충분히 종교적이다
이 외에도 미처 잡아내지 못햇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상징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비유적 상징들을 보면서 상징은 양날의 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 이해하면 득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어느 평론가는 감독이 관객의 인문학적 소양을 믿어준 것이라고 했다
시간의 순차적 배열 없이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고, 많은 상징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영화, ‘사랑이 이긴다’
만만치 않은 영화다 덕분에 나도 충분한 소양이 있는 관객이 된 기분이다
문화를 통한 사회의 종교적 기여를 고민하시는 신부님들의 십시일반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신부님들의 고민과 수고를 알기에 이미 박수칠 준비가 되어있는 우리의 관객은
충분히 이 영화를 이해했으리라고 기대해본다.
첫댓글 김포 cgv의 상영시간이 잡혀 다행입니다
이곳 분들과 함께 볼수 있어서....
영화 장면에 대한 설명 감사합니다!
지인들이
감상하고는
문제를 풀듯이 영화가 어렵다고
했지요
그림이며 풍경들이 무엇을 상징하는듯 한데
모르겠다고...!
저역시 같은 생각이였지요
그런데 이글을 읽어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인데...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