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군산 월영산(199m)
고군산 여러 섬들이 펼치는 환상조망
월영산은 고군산군도에 속한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에 자리한 해발 199m의 산이다.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서해상의 옥도면에는 63개의 섬들이 떠 있다. 그중에서 신시도, 야미도, 선유도, 무녀도 등 16개가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다. 고려 말부터 조선조 태종 때까지 금강과 만경강을 따라 내륙에 침입하는 왜구를 방비하는 수군부대를 선유도에 설치하여 군산진이라 불러왔다. 그후 세종 때에 수군부대를 옥구군 북면 진포(지금의 군산)로 옮기면서 진포가 군산진이 되고, 기존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의미의 고군산군도라 불리게 되었다.
1991년 11월16일 착공한 새만금방조제 공사는 군산시-야미도-신시도-부안군을 연결하는 단군조선 이래 이 나라 최대의 공사였다. 방조제 길이가 무려 33.9km에 이르는 대역사로,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주다치방조제(32.5km)를 능가한다.
2010년 4월27일에 준공된 이 방조제 건설로 인한 간척지 조성으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르는 국토가 조성되었으며, 오늘 소개하는 신시도의 월영산도 배가 아닌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상전벽해가 아닌 벽해상전을 이룬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한 추위와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무심치 않아 어느덧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는 봄내음이 물씬 풍기고, 남녘의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봄까치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피어난다.
봄맞이 신시도 산행의 들머리는 상큼한 바닷내음이 입술을 스치는 주차장이다. 너른 주차장에 내려서면 멀리 부안으로 이어지는 방조제와 3월의 햇살이 어우러져 환상의 풍광을 선사한다.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월영재 입구에서 짧은 산행을 원하는 산꾼은 월령재로, 긴 코스를 원하는 산꾼은 왼쪽으로 나뉜다. 왼쪽 길을 따르면, 뒤이어 까마득한 쇠사다리가 이어진 월영산 남봉의 기슭에 이른다. 햇살에 번쩍이는 쇠사다리는 짜릿한 쾌감과 약간의 공포감을 동시에 주는 흥미진진한 오름이다. 연거푸 3번의 사다리를 올라가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게 되고, 산길을 이어 월령산 남봉에 올라선다. '해발 199m' 팻말이 걸린 바로 이곳이 고군산군도 63개의 모든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나뭇가지 사이로 사방을 둘러보며 어깨를 활짝 펴고 깊은 심호흡을 하노라면 가슴 속에 봄기운이 그득히 고인다. 북쪽의 내림길에는 환상의 조망이 펼쳐진다. 서쪽으로 피라밋을 연상케 하는(자세히 보면 뫼 山으로도 보인다) 앞산과 오른쪽의 대각산이 성큼 다가들고, 그 뒤로 크고 작은 여러 섬들이 천하절경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인양 펼쳐진다.
예부터 고군산군도를 빛낸 고군산8경이 전해온다. 10리 길이의 해수욕장 은모래로 유명한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질녘 서쪽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며 장관을 이루는 선유낙조, 백사장의 팽나무가 기러기의 내려앉는 모습이라는 평사낙안, 귀양 온 선비가 임금을 그리는 눈물 같다는 망주폭포, 장자도 앞바다에서 고기 잡는 어선들의 불빛을 이르는 장자어화, 신시도의 가을단풍이 달빛 그림자와 함께 바다에 비친다는 월영단풍, 선유도 앞 3개 섬의 모습이 만선 돛단배가 들어오는 것 같다는 삼도귀범, 방축도, 명도, 말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무사들이 도열한 듯하다는 무산십이봉이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청명한 3월 신시도를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산행에서 만나는 수려한 풍광이야말로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내 조국의 경관이다. 감격의 눈물이 저절로 뺨을 적시는 절경이다. 정자가 자리한 월영재 고갯마루를 지나 돌탑이 자리한 월영산(북봉)에 올라선다. 이곳의 조망도 명불허전이거니와 뜻밖의 사연이 적힌 안내판을 만난다.
'월영산(198m)은 고군산군도의 주봉이다. 신령한 하늘 가운데 자리에 월영봉이 솟아 최치원 선생이 단을 쌓고 놓았다. 여기서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고 하니, 선생의 고매한 정신이 중국대륙을 진동시켰음을 은유한다. 월영봉에서 마을까지 신선의 기운을 받는 하늘길이 이어져 있다.'
오늘 산행에는 방배우정산악회(010-5212-5110) 회원들이 함께하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회원들이 모두 떠났지만 나는 홀로 월영산에 머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 옛날 뱃길로 중국을 오갔을 최치원(857~?) 선생 일행이 혹 파도를 피하려고 잠시 이 섬에 머물다 가셨을까...
이윽고 대각산을 향해 내려가는 능선길에도 절경의 조망이 거푸 펼쳐진다. 삼각점과 솔밭지대를 지나 내려선 바닷가에는 또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해변에는 모래가 아닌 납작납작한 돌이 멋진 별천지를 연출한다. 대각산으로 이어진 오름길에도 육지의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석질의 바위가 연이어 나타나 산꾼들이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다. 대각산 정수리에는 4층의 조망탑이 자리한다. 조망탑에 올라 둘러보는 사방의 조망 역시 감탄이 절로 나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정상석과 정상팻말이 자리한 대각산 정수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남서쪽으로 내리면 '대각산 전망대 안내도'가 자리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시가지를 향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시가지 반대편으로 앞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열려 있다. 10분이면 올라서는 앞산 정수리에는 두 개의 멋진 돌탑이 자리한다. 봄의 전령사 보춘화가 자라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군산군도의 조망도 놓칠 수 없는 절경이거니와, 보춘화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솔숲에서 굽어보는 옥구슬 같은 백포섬의 절경을 내 어이 잊으리오!
*산행길잡이
주차장-(30분)-월영산 남봉-(30분)-월영산-(1시간)-대각산-(40분)-앞산-(40분)-주차장
신시도 원점회귀산행의 기점은 드넓은 신시도주차장이다. 월영재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해안도로를 이어가면 까마득히 이어지는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이어 185m봉에 이어 고군산군도의 최고봉인 월영산 남봉에 이른다.
북쪽 능선길을 이어 정자가 자리한 월영재 고갯마루(해발 122m)에 내려서고, 다시 북녘 능선길을 이어 돌탑과 안내판이 자리한 월영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월영산에서 서쪽 능선길을 길게 내려가면 삼각점을 지나 바닷가에 내려선다. 해변의 납작돌길을 지나면 다시 산길에 접어들고,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전망대가 자리한 대각산에 올라선다. 대각산에는 정상석과 정상팻말이 있다. 하산길은 남서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남동녘으로 굽이돌고 안내도가 자리한 포장길 삼거리에 내려선다. 이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월영재에 이어진다.
앞산을 오르는 길은 남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시가지를 못 미친 곳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을 따라가면 두 개의 돌탑이 자리한 앞산 정수리에 올라서고, 봄을 알리는 보춘화도 만나게 된다. 앞선에서 동북쪽으로 내려가면 월영재로 이어지는 길을 만나고 방조제를 지나 월영재를 오르내리면 신시도 주차장에 당도한다.
아찔한 사다리오름을 피하고 짧은 코스를 원하는 산꾼은 월령산 남봉은 생략하고, 주차장~월영재~월영산~대각산~주차장(앞산 생략)을 이으면 약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군산행 직행편이 1일 11회 운행(07:30~18:30, 14,500원, 3시간30분 소요). 군산에서 군산대학을 경유하는 99번 시내버스로 신시도 진입(1시간 간격 운행)하거나 택시를 이용해 신시도 주차장까지 간다. 요금 약 35,000원.
*잘 데와 먹을 데
신시도에는 해뜨는민박(063-465-8755)를 비롯한 민박 몇 집이 있으며, 예약시에는 식사도 가능하다. 신시도 길목의 야미도에 펜션민박(063-463-6012, 010-6629-7337)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야미도횟집을 비롯한 식당이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시인
참조:월영산
참조:신시도 월영산
참조:월영산 낙조
참조:신시도 대각산~월영산 비박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