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계에서의 짧은 만남의 뒤로하고 간 곳은 진부라는 동네였다.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진부는 평창에서 가장 거주민과 유동 인구가 많은 동네이다.
고속도로 덕분에 외부로의 이동이 평창읍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방면에서 혜택을 받아 평창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본 혜택은 단연 평창올림픽일 것이다.
비록 경기장이 위치한 곳은 아니지만 경강선 진부역 덕분에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특히 다수의 경기장이 있는 횡계에는 역이 들어서지 못한 바람에,
진부역에서 연계를 대신하여 진부면 전체가 큰 혜택을 받았다.
비록 올림픽은 끝났지만 진부역은 그대로 남는다.
읍내와 다소 떨어져 있지만 KTX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다.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과연 기존의 터줏대감이었던 진부터미널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습을 보고자 한다.
횡계에서 차로 20여 분을 내려오면 진부라는 마을이 나온다.
불과 13km 떨어진 곳이지만 고도 차이는 200m가 넘게 난다.
그래서 그런지 횡계에서 타고 온 버스에서 내리니 아주 조금은 덜 춥기도 하고,
마을을 뒤덮던 구름이 조금은 걷힌 것 같기도 하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횡계보다 마을 규모는 더 큰데,
희한하게도 규모 있는 면 단위라면 꼭 있는 재래시장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정비를 하여 마을 전체가 깔끔하게 바뀐 횡계와는 달리,
진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마을 한복판을 지키고 서있는 버스터미널 역시 거의 달라진 건 없어 보이지만,
건물 일부를 나무판자가 뒤덮은 게 눈에 띄기는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2층의 만화방이 PC방으로 바뀌었고,
건물 왼편에 있던 공중전화박스가 신협 ATM 기기로 바뀌기는 했다.
다만 이 정도의 변화는 10년의 세월이라면 충분히 바뀌고도 남을 만한 변화이다.
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를 겪고도 이곳은 큰 변화 없이 무탈하게 흘러갔다는 뜻이다.
마침 시외버스 한 대와 군내버스 한 대가 터미널을 나란히 빠져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터미널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변화는 버스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가늠도 안 되는 '진부공용버스정류장' 간판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하에 있는 다방 역시 10년이 지났지만 멀쩡히 살아있다.
오래된 시골 버스터미널을 상징하는 시설들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좋지만,
입구에 놓인 홍보물이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사실 이곳에 와본 지 너무 오래돼서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전에 포스팅한 글을 살펴보니, 뒤늦게서야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http://cafe.daum.net/busmania/3Cbp/109
지금 보이는 모습은 마치 새로 지어진 것과 같은 수준으로 뒤바뀐 것이다.
나무 판때기로 디자인된 것은 횡계와 같았으나, 차이점이 있다면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는 일자형의 대기실에 화장실과 매표소가 붙어 있었고 중앙에 시골 병원 의자가 있었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매표소가 맞은편으로 옮겨갔고, 의자며 벽면이며 싹 뜯어고쳐졌다.
위 사진에서 왼쪽 부분이 매표소였다고 하면 믿어지겠는가?
방문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사진으로 비교해보니 정말 그랬다.
또한 승차장으로 나가는 길이 이중 창틀로 막혀있었는데,
지금은 문 하나만 지나면 바로 출입이 가능하게 설계되었다.
맞은편으로 옮긴 매표소는 완전히 환골탈태하여 깔끔하게 바뀌었다.
횡계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시간표며 노선도까지 판박이다.
이를 보자면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조를 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러 영동고속도로 선상의 버스터미널을 같은 모양으로 통일한 것 같다.
영동고속도로 선상에 있는 3개 터미널(진부, 횡계, 장평)은 같은 시외버스 노선을 공유한다.
따라서 불과 1년 전까지 있었던 이천-성남, 홍천-춘천, 횡성-양평-상봉행은 여기서도 사라졌으며,
운두령을 넘던 홍천-서석-내면-진부-횡계-강릉 간 버스는 내면-진부로 단축되어 운행된다.
시외버스 노선 중에는 이 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물론 군내버스로 가면 이야기가 제법 달라진다.
횡계는 여기로 오는 버스가 아니면 죄다 근처 관광지로 가는 노선뿐인데,
진부에서는 월정사, 오대산, 장평, 정선으로 넘어가는 노선이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진부가 명색이 평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라고는 하나,
영동고속도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동네 치고는 노선이 상당히 부실한 편이다.
경강선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으나, 사실 경강선 개통 이전에도 노선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즉, 이곳을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자동차를 끌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승차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지난번보다 보이는 사람 수는 크게 줄었다.
몇몇 노인들 말고는 인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그전에 보였던 젊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부 리모델링에 올인한 나머지 승차장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으나,
서울 방향이라 쓰인 새로운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뒤에 조그맣게 금강고속 한 대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가 종점인 시외버스는 내면행이 유일하기 때문에 저 차는 아마도 내면행일 것이다.
텅 빈 주차장을 홀로 잠식한 금강고속 유니버스 차량을 확인해보니 역시 내면행이 맞았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서석, 홍천까지 붙어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분명 매표소에는 내면행이라 쓰여있고,
시간표와 요금표 모두 홍천, 서석은 안내되어있지 않은데 말이다!
아쉽게도 방문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사실이라 의문점을 풀지는 못했다.
아무튼 오랜만에 와서 보니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가장 큰 차이는, 올림픽이라는 특수를 누렸음에도 이전보다 노선과 사람이 부쩍 줄었다는 점이다.
경강선 개통 이후 역이 있는 동네의 버스 승객이 크게 감소했다는 기사는 얼핏 봤지만,
실제로 와서 10년 전 모습과 비교를 해보니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여행 도중에 잠깐 들른 것이기에 감히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그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건 있는 법이다.
대관령 정상을 찍고 내려온 진부터미널의 모습은,
한창 사람 많던 시절을 보내고 노년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첫댓글 노선은 내면까지 가지만, 코스표상에는 홍천으로 가는거로 되있을거 같네요.
아무래도 그런가 봅니다.
@Maximum 발권이 되지 않기에 타는 경우는 없지만, 미리 행선판 다 끼우고 다니기도 합니다 ㅎㅎ
@[미추홀] 주유 및 주차, 승무원 휴식 문제 때문이려나요? 전 아직도 왜 내면-진부 계통으로 단축시켰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Maximum 제가 알기론 진부서 내면 올라가서 대기시간을 1시간씩이나 주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막바로 가지않아서 홍천까지 안 끊어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강원여객군 강원님 말씀처럼 내면에서 늘어지는 대기시간땜에 그럴듯하네요. 앞차로 손님연계만 가능하면 태우겠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그런거 같네요
@강원여객군 대기시간이 길어서 바로 안 끊어주는 것이었군요. ^^ 하루 두 대뿐이니 시간 조정을 해서라도 홍천까지 끊을 수 있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추홀] 진부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홍천에서는 진부까지 승차권을 구입해서 탈 수 있습니다. 차내에는 이에 대응하는 요금표가 있습니다. (이렇게 구입하지 않으면 3,000원 더 비싸집니다) 다만 내면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좀 길기는 합니다. 올해 4월까지는 내면-진부는 3왕복이었으나 폐지를 고려하였으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못해서 2왕복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내면-진부 구간은 승객은 매우 적지요. 운두령 등산객들이 가끔씩 타는 정도니깐요.
@일인승무 친선고속 예로 들면 진천~무극에서 단양까지 발권이 되지만, 단양에서 진천행은 충주에서 늘어지기에 발권이 충주까지만 됩니다. 같은 이유아닐까 생각됩니다
@일인승무 결국 폐지하려는 노선을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문제로 지금처럼 굴리고 있는 것이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반가운 진부! 친척이 많이 계셔서 가끔 가는 곳이라 반갑기만 합니다.
상진부, 하진부, 거문리에 많이들 모여 사시고, 대부분이 밭농사를 일궈 생활하시죠. 고랭지배추, 양배추, 감자, 옥수수 등의 농작물이 많이 재배됩니다.
10여년 전 집중호우때 산사태와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었는데,
그 피해복구가 상당히 오래 갔었죠.
월정사,상원사로 가는 멋진 숲 길, 거문리 비탈능선의 푸른 배추밭들, 청심대-수항계곡까지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변의 풍경들,
제 마음속에 늘 아름답게 아른거리는 풍경을 간직한 곳, 진부!
휴일날 밝은 햇살이 내려 앉는 창가에서 흐믓한 미소가 절로 퍼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풍경 중 어딘가에 중원고속님 친척 분들이 땀으로 일군 밭이 있었군요. ^^ 앞으로 영동고속도로를 타면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제 친구네 할머니댁이 호명인데 괜스레 반갑네요..^^ 올해 올림픽할때 같이 놀러갔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