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경 위에 놓인 등불
(070926 연중 제25주 월 루카 8,16-18)
수해복구공사로 통제되어 오던 한계령이
곧 다가올 한가위와 단풍철을 맞아 그저께부터 다시 임시 개통되었다.
모처럼 한계령을 넘어 양양 수녀원을 향한다.
예상대로 아직 공사로 한계령 길이 무척 험난하다.
게다가 한계령 정상에는 한가위 긴 연휴를 맞아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한계령과 구룡령이 갈라지는 양양 초입에 채 이르기도 전에 벌써 미사시간이 다가온다.
현북면에 들어서면서 도리를 지나 남천초등학교를 돌아서자 멀리 산위에 수녀원이 보인다. 벌써 미사시간이 10분이나 지났지만 먼 길을 걸어 가 만나는 친구처럼 반갑다.
수녀원 주일 미사에 무려 15분이나 지각이다.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하느님을 알고 이해하고 믿고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등경 위에 놓인 등불처럼 빛난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을 보고 길을 찾는다.(루카 8,16)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자신이 걷는 길의 숨겨진 온갖 아름다움을 본다.
숨겨진 보화를 발견한다.
그 빛은 어둠 속에 감추어져 있고 어둠 속에서만 활개를 치는 악의 세력을 소멸시킨다.
약의 세력은 새벽이면 맥을 못 추고 사라지는 유령처럼 사라진다.(8,17)
등경의 비유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이자 선교에 관한 말씀이다.
교회의 시대, 종말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바로 선교의 삶이다.
선교는 밭주인이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추수와 같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8,18)
‘가진 자’는 등경 위에 놓인 등불처럼 빛나는 사람이다.
가진 자가 더 받는다는 것은, 그는 그 빛으로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그릇에 덮여 있거나
침상 아래에 놓인 등불처럼 감추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것으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긴다는 것은
감추어져 있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불이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등경 위에 놓인 등불처럼 찬연히 빛나는 산위의 수도자들과의 미사는
늘 천상 하느님 나라의 참 아름다움을 깊이 볼 수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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