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파이낸셜뉴스>
http://www.fnnews.com/view?ra=Sent0701m_View&corp=fnnews&arcid=081006214522&cDateYear=2008&cDateMonth=10&cDateDay=07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키코(KIKO) 위기 탈출해 볼까.’
지난해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대형 플랜트설비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이 2009년 IFRS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
성진지오텍은 지난 2일 사내 자체적으로 IFRS 세미나를 개최하고 로드맵을 논의했으며 다음주 중 태스크포스팀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성진지오텍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1267억원, 코스피시장에서 320위권 수준.
상장사들의 IFRS 의무 도입은 2011년부터다. 사실 1∼2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IFRS 도입을 준비해 온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 중에서 2009년에 조기 도입할 곳은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했었다. IFRS와 관련해 ‘외부감사법’ 등이 아직 개정되지 않은 데다 2009년 조기 도입을 결정한 대기업들의 적용 결과가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보자는 것이 대부분 상장사의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진지오텍이 IFRS를 조기 도입하기 위해 나선 것은 자칫 상장 2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물론 키코 탓이다.
성진지오텍이 원·달러 환율 1044.40 기준으로 입은 손실은 총 1450억원.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외화매출채권의 환율변동 위험과 차입금의 이자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신한은행을 비롯해 외환은행, 부산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5개 은행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했던 것이 이렇게 큰 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자기자본 1606억원의 90%가 넘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040선에 있어도 내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처지. 연말까지 환율이 최근처럼 1200선 안팎으로 움직일 경우 완전 자기자본 잠식에 빠져 시장에서 퇴출된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100% 자본잠식일 경우 바로 상장폐지된다. 50% 이상 자기자본이 잠식되는 경우에는 코스피시장은 사업연도 기준으로 2년 연속일 경우 코스닥 시장은 반기 단위로 2번 연속일 경우 시장에서 퇴출된다.
키코 등 파생상품 관련 회계처리는 IFRS하에서도 변하는 것은 없다. 재평가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자산가치다. 기업이 IFRS를 적용할 때는 유형자산의 가치평가와 관련, 시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코 관련 손실액은 그대로지만 자본이 증가하면서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는 것.
현행 기업회계 기준에서는 미실현손실이라도 체결된 파생상품은 공정가액으로 평가토록 하고 있다.
IFRS 도입이 아니라면 키코 관련 손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지금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평가손실액을 모두 실제 손실로 처리하거나 정부 당국에서 다른 회계 처리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
키코 관련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실현손실을 회계상 이연처리거나 대출금으로 처리하는 등 여러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서 이런 회계처리를 허용하더라도 명백한 회계기준 위반. 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입장에서 IFRS 도입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이었다.
성진지오텍의 경우 회계 투명성과 건전한 회계문화를 정착시킨 기업에 수여하는 한국회계정보학회의 ‘2008 투영경영대상’을 수상할 만큼 회계시스템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IFRS로 키코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했다.
성진지오텍 관계자는 “이미 올해 발생된 손실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IFRS를 도입할 경우 회계투명성은 물론 회사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돼 조기 적용키로 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산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자산주로서의 가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올해는 자기자본 잠식으로 되더라도 사업보고서 제출시한까지 자구책으로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할 경우 퇴출을 피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조기 도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안진회계법인 이재일 부대표는 “자산가치 재평가가 이뤄진 지 10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IFRS 도입으로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업이나 수출제조업 등 부동산 비중이 많은 상장사의 경우는 IFRS 도입으로 키코 관련 자본잠식은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