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장례
장례식장은 한 사람의 생애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곳이다. 슬픔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우리는 환경문제를 떠올릴 겨를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지구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는 공간이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 장례식장은 오랫동안 조문객을 위한 음식 접대에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을 사용해 왔다.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 컵, 수저 등 대부분이 플라스틱 일회용품이다. 장례식장 한 곳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밥·국그릇은 평균 72만 개, 접시는 144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 장례식장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폐기물도 엄청난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육개장 국물과 기름기, 고춧가루가 묻은 플라스틱 용기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결국 잠시 사용한 그릇 하나가 수백 년 동안 자연 속에 남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희망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충남 서산의료원 장례사업팀은 2020년부터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다회용기 사용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정부가 공공 장례식장의 다회용기 전환 사업을 추진하기 훨씬 이전부터 친환경 장례문화를 실천해 온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이후 일반 쓰레기는 약 78% 가까이 줄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절반으로 감소했다. 1년에 약 30톤의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었다. 숫자로만 보아도 놀랍지만, 그 안에는 매립지와 소각장을 덜 찾게 된 수많은 일회용품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혹시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설거지나 정리가 번거롭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례식장에서 수거와 세척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유가족이 신경 쓸 일이 없다. 오히려 일회용품 구매비와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 장례 비용까지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환경도 살리고 경제적 부담도 줄이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제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 4월부터 지역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친환경 장례문화가 더 이상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마지막 길을 걷는다. 그 마지막 길이 자연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고인을 향한 예우와 환경을 향한 책임은 결코 서로 다른 가치가 아니다. 마지막 배웅까지 자연을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고인을 기억하는 마음과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실천하는 가장 따뜻한 장례문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