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다진자를 나와서 간 곳이 후루사토칸이다.
신사 길 건너편에 있는 데 이 길로 쭉 내려가면 커다란 도리이가 하나 또 나온다.
우리네 절로 치면 일주문 격이라고나 할까?
도리이와 구시다 진자 도리이 까지를 참배하는 길이란 뜻인지 그 곁에 참도라는 푯말이 있다.
후루사토칸은 후쿠오카의 근대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입장료가 있는 건물과
입장료가 없는 건물 두동으로 되어있는데 입장료로 200엔을 받는다.
약 150년전의 후쿠오카 시내 모습과 그 당시에 쓰였던 문물을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네 민속촌 처럼 장인이 실제 제작하는 하카타 인형을 볼 수 있는 데 후쿠오카의 특산물이다.
(명란젖과 함께 후쿠오카 특산물인 하카타 인셩을 제작하고 있는 장인. 직접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섬세한 손놀림과 날카로운 눈빛에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사람크기로 만들어 놓은 하카타 인형. 밀납인형처럼 사실성이 뛰어나다.)
후루사토칸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처마밑에 매달린 인형이 눈에 띈다.
정길자 선생한테 물어보니 무슨 인형이라고 하는 데 까먹었다.
후쿠오카는 비가 많이 오는 고장인데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농사나 어업들 생계에 지장이 많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달아 놓은 인형이다.
비를 관장하는 신이 바로 저 인형인데 목을 매달아 놓았으니 내려오면 목매달릴 줄 알아라 하는
협박이다.
별 쓰잘데기 없는 것도 신으로 치부해 신사에 모시는 인간들이 그래서 800만이 넘는 신이 있다고 하는 일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필요하면 신으로 모시지만 자신에게 방해가 되면 가차없이 목매달아 버리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인간의 심성을 보는 것 같다.
자신에게 필요하면 문화사절단을 보내 달라 조선에 요청하든 일본이 어느순간 자신의 힘이 커졌다고
임진년에 조선을 침략하는 그 심성이 저 목매달린 신에게서 보인다.
목매달린 신은 그 후 여기저기 볼 수 있었는데 아소산으로 가는 버스에도 운전석 옆에 매달려 있었다.
신사내에서 보든 아이들이 의식을 마치고 나와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력거에 올라타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 옆으로
칠오삼을 축하한다는 그림이 보인다.
구시다 신사의 일주문 격인 도리이 저 길의 끝에 구시다 신사가 있다.
구시다 신사 후문으로 나가면 후쿠오카의 명물중 하나인 커널시티가 있다.
다음 목적지는 커널시티 근처에 있는 낙수원(樂水園)인데 안내자도 이길을 몰라 한참을 돌아서 커널시티로 갔다.
자기 동네도 돌아다니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네 전통문화라고 우리가 남보다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낙수원을 찾아가는데 이 분들도 길을 모르지만 일본의 청년이나 고등학생들도 대부분 모른다.
일본 전통정원인 라크수이엔을 젊은이들은 모르고 시모노세키출신인 우리의 안내자도 모른다.
단지 일본어를 잘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들이나 우리나 똑같은 문외한인 것이다.
쿠시다 신사 후문으로 갔으면 5분이면 갈 곳을 30여분 걸어서 도착하였다.
몇 명씩 짝을 이뤄 지도를 들고 포인트를 찾는 게임인 오리엔티어링을 도시에서 하는 것을 본 것도 이런 중에
얻은 소득이라면 소득이고, 관심이 없으면 자기네 것을 알 수 없다는 것도 길찾기에서 얻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몇십분을 들여 다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슬슬 배가 고프니 점심부터 먹고 다음 길을 떠난다.
첫댓글 직접 다녀온 것마냥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역시 핫타리입니다, 청한님~~~
엥 역시 핫타리라는 말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체만 한다는 준엄한 꾸짖음 ㅎㅎㅎㅎ
목 메단 인형이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