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8일 대림1주일
루가 21:25-36. 예레 33:14-16. 1데살 3:9-13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대림 기간입니다. 성탄대축일 전 4주간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대림이란 <인간으로 오신 예수, 세상 종말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린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종말에 관한 이야기도 그 주제 중 하나입니다.
대림 기간은 주제를 나누어 묵상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림 1주일은 오시는 주님을 깨어서 기다리는 교회의 종말론적 자세를 강조합니다.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늘 희망을 가지며 오늘을 살고자 다짐합니다. 종말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깨닫고 고백하는 시간입니다.
대림 2주일은 구세주의 오심에 대한 예고와 회개를 촉구합니다.
메시아(구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기간입니다.
교회에 구유(마굿간)을 설치하고 성탄 장식을 합니다.
대림 3주일에는 구세주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기뻐하라고 권고합니다.
교회는 희망으로 기뻐하며 성탄을 준비합니다. 특별히 대림 2,3주일에는 성서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세례자 요한이 등장합니다.
세상을 살며 진리를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이보다 더 충실한 예는 없을 것입니다.
대림 4주일은 예수 탄생의 예고와 그분이 누구신지를 밝혀줍니다.
기쁨과 기대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입니다.
사제는 자색 제의를 입는데 이는 회개와 속죄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림초는 자주색에서 점점 흰색으로 불이 밝혀집니다. 희망을 향한 우리의 간절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을 그 첫 주로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늘 본문 전체에 흐르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종말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묵상입니다.
모두 아실겁니다. 종말이란 완전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처음의 지점, 마음가짐, 태도, 자세 등 이라는 사실을요.
수많은 사이비와 이단을 양산했던 종말에 관한 이야기에 미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오늘 하신 말씀입니다.
종말은 완전한 절망의 상태가 아니라, 전혀 새로움으로 가는 첫 걸음입니다.
종말은 지금 여기의 현재 상황에 어떻게 발을 딛고 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오늘 1독서로 들은 예레미야(33,14-16)에서 말하는 종말은 ‘회복’입니다.
여기서 회복은 죽은 살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되살리는 분’이라는 찬양입니다. 종말은 파괴와 끝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의 회복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나(우리)를 만드셨을 때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종말이라는 말이 숙제처럼 들립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완전히 회복되기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날마다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에게 이 기간은 새로운 결단과 약속을 다짐하는 시기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종말은 2독서(1데살 3.9-13)에서 보 듯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그것도 ‘사랑하는 우리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이 종말입니다.
다시 종말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돌려놓습니다. 종말은 ‘단절’을 잇는 ‘소통’입니다.
그래서 성서는 종말을 ‘단절’로 파악하고, 지금 여기의 현실을 부정하고 막연한 미래만을 기다리는 자세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도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고 다가올 끝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상상하는 끝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사랑이 있다면 어찌 나 혼자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종말이 단절이라고 판단하면 나타나는 극단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종말은 ‘새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없애야 할 옛 것’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민하게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그 현상이 아닌 본질을 보도록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신앙인은 기도해야 합니다. 늘 준비하는 사람이 시대의 징조를 보고 때를 알아차립니다. 그 때가 되면 용기를 내어 다른 이들은 엎드려 있을 그 때,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듭니다. 용기입니다. 지혜로운 자가 시대를 잘 분별하고, 지혜롭기 위해 늘 준비하며 그 때가 되면 용기를 내어 일어섭니다.
오늘 주님께서 깨어 기도하라는 것은 늘 준비하고 있으라는 것, 절대로 기도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늘 마음을 굳게 먹으라는 말씀으로 알아듣습니다.
“야심성유휘(夜沈星逾輝)”라는 말을 다시 떠올립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의미입니다. 깊은 밤은 어둡고 혼란스러운 고난과 고통, 두려움과 불안, 평화롭지 못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는 말은 힘겨움과 고민에 싸여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입니다. 물이 차가울수록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길이 험할수록 함께 걸어갈 길벗을 더욱 그리워합니다. 오늘 대림 1주일을 맞는 우리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씀이네요.
대림은 밤이 깊은 시기입니다. 어두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가?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입니다. 밤이 깊을수록(없앨 것이 많을수록) 별은 빛나고 새벽은 가까워집니다. 거칠고 시끄러운 우리 마음속에 주님이 오십니다. 이제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듭니다.
그리고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는 그 결과와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