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자이, 공식 명칭은 LG’이름을 두개 가진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자이·푸르지오·래미안’ 등 브랜드 아파트가 생겨난 후 기존 아파트 주민들은 줄기차게 브랜드 아파트로 개명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건설업체 허가 없이 브랜드 아파트로 도색을 바꿔 서류상의 공식 명칭과 도색상 명칭이 다른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브랜드로 바꾸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서울 사당동에 있는 LG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이후 ‘자이 아파트’로 도색을 바꿨다. 그러나 서류상 공식 명칭은 여전히 LG아파트다.
이 아파트 앞에 있는 중개소 관계자는 “자이로 부르고 있지만 등기상 명칭은 LG아파트로 표기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삼성 아파트도 최근 ‘래미안 아파트’로 새롭게 변신했다. 그러나 건설업체에 문의해 본 결과 이 역시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색만 래미안일 뿐 주소지에 나오는 명칭은 여전히 삼성 아파트로 표기된다. 건물 도색을 바꿀 순 있어도 등기 명칭을 바꾸려면 관할구청과 건설사가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이나 롯데건설(롯데 캐슬) 등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건설업체 S사와 G사 등은 허가없이 도색을 바꾼 아파트를 상대로 도색 원상복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건설업체들은 허가없는 브랜드 개명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까지 모두 새 브랜드로 바꿔줄 경우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모든 아파트 주민들의 청을 다 들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면서 “LG아파트를 자이아파트로 바꾸면 구형 건물인 럭키 아파트 주민들도 자이아파트로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 자체가 차별화한 주거공간을 의미하는데 구형 아파트들을 다 바꿔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쏘나타 탄 사람들에게 죄다 그랜저 도색을 해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들도 고심해서 만든 브랜드인데 대부분의 기존 아파트 주민들이 브랜드 개명을 요구해 와 곤란한 상황”이라며 “차라리 정부기관이나 해당 지자체에서 브랜드 개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