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Ⅰ도덕 시간에 책 읽기
“추상적인 개념, 읽고 쓰면서 체화”
최근 학교에서 독서는 국어 교과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타 교과에서도 책 수업이 활발하다. 경기 생연중은 도덕 시간에 독서 교육을 한다. 1학기에 한 번, 주로 중간고사를 마친 5월에 읽기(3시간)-쓰기(1시간)-토론(1시간)-발표(1~2시간) 순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과서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개념을 책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생연중 김현주 교사는 “예를 들면 ‘삶의 목적과 행복’ 단원에서 교과서의 설명만으로는 ‘행복한 삶’의 의미를 음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행복한 청소부> <바다로 간 화가> <꽃들에게 희망을> 등의 책을 읽고 감상을 글로 쓴 후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통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학생들은 교과서 속 추상적 개념들을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쓰기 활동으로는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찾아 요약하거나 옮겨 적기, 나의 경험과 연관 지어보기 등을 한다. 이어서 같은 책을 읽은 학생 4명이 함께 토론과 발표 모둠 활동을 한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느끼는 점이 다를 수 있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친구에게 물을 수도 있어 사고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토론한 내용으로 독서 신문을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것으로 독서 수업을 마무리한다.
선생님 조언 ”내실 있는 독서 수업을 위해서는 좋은 책 목록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수준별로 다양한 책을 준비해주고 선택은 학생들에게 맡깁니다. 만화책 등 쉬운 책만 골라서 읽지 말고 어려운 책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지면 좋겠네요“
현장 돋보기Ⅱ국어 시간에 책 읽기
“독후 활동 비중 높여 문장력·사고력↑”
독서 교육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어 시간은 어떨까? 타 교과에 비해 읽기·쓰기·말하기·듣기 등 전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평가도 세부적으로 이뤄진다. 중2·3은 교과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책 연계 수업을 통해 한 학기에 최소 한 권 이상의 책을 접하는 학교가 많다. 특히 읽는 것 이상으로 독후 활동의 비중이 높다.
경기 이목중 국어 수업의 독후 활동을 살펴보면 학년에 따라 수업 구성을 달리 한다. 1학년은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주기 위해 만들기 등 손이나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책을 읽은 후 미니북(작은 책)을 만들고 예쁘게 꾸며서 거기에 감상을 적는 식으로 진행한다. 2·3학년은 교과 단원과 책을 연계해서 서평 쓰기 등 본격적인 글쓰기를 한다. 이목중 이은애 교사는 “서평은 교과서 성취 기준에 따라 단계별로 다르게 쓴다. 예를 들어 2학년에서는 작가가 어떤 관점에서 글을 썼는지 파악하고 분석한 내용을 담게 한다”고 설명했다.
쓰기 활동은 책 읽기가 전제돼야 한다. 학년 초에 교과 연계 독서를 위한 책 목록을 주고 미리 읽어오라고 공지하지만 실천하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이 현실이라고. 이 교사는 “수업 중에 2~3시간 정도 읽기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한창 재미있는 부분에서 멈춰야 할 경우가 있다. 이때 학생들이 책을 더 읽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수업에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수레를 갖고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고개를 젓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의외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회가 없을 뿐 실제로 책을 싫어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 교과의 독서 교육은 교과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글을 가까이 느끼고, 자신의 생각을 단련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특히 유익하다. 읽기와 독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게 돕고, 배경지식을 넓혀주며 생각의 깊이도 더할 수 있다. 띄어쓰기·형식문단·어휘 등 국어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도 반복해서 읽고 쓰다 보면 눈에 익어 실력이 자연스레 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독서도 학습처럼 받아들여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이 교사는 “모두가 독서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책을 읽는 학생들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국어 시간의 독서 교육과는 별개로, 평가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라”고 당부했다.
선생님 조언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려면 특별한 계기와 노력이 필요해요. 아침 독서 운동과 같은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수준에 딱 맞는 책을 선정하는 것이 즐거운 독서의 출발점이란 사실도 꼭 기억하세요.”
현장 돋보기Ⅲ도서관에서 책 읽기
CASE 01 북 큐레이션(주제 도서전) | 서울 둔촌중
“다양한 주제를 책으로 접하며 흥미 키워”
둔촌중 도서관에서는 매달 주제 도서를 정해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는 독서 프로그램 ‘책으로 여는 세상’을 운영한다. 5월의 주제는 ‘통일 공감’으로 ‘통일 바람 부채’ 만들기 활동을 한다. 통일 관련 도서를 읽은 후 공감하는 부분을 찾아서 부채에 쓰고 감상을 나눈다. 최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으로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학생들은 국어, 도덕,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의 교과 시간을 활용해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교사들이 사전에 협의해서 주제를 정하고 도서 목록과 활동 프로그램은 사서가 제공한다. 주제와 연계되는 교과 내용과 배경지식은 교사가 설명한다. 정규 교과와 도서관의 협력 수업인 셈. 하지만 교과 시간의 독서와는 달리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방점을 찍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데 주력한다.
노연주 사서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서문이나 목차 혹은 일부 내용만 읽는 것도 나름대로 독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펼쳐서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다독상 시상, 독서 마라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서관이 학교 독서 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CASE 02 아침 독서 운동 | 경기 이목중
“아침 꿀잠 포기했지만 친구·책과 더 가까워져”
이목중에서는 오전 8시 15분이 되면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도서관에서 50분 동안 책을 읽는 ‘아침 독서 운동’ 참가자들이다. 이번 학기 신청자는 47명인데 중간에 그만둔 학생이 2명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출석률을 보이고 있다. 매일 함께 모여서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고 따로 독후 활동은 하지 않는다. 독서가 소중한 습관임을 깨닫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유익함은 기대 이상이다.
참가 학생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지만 보람은 크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정가현 학생은 “중학교에 들어와서 책을 거의 안 읽어 고민이 됐다. 친구들에게 같이해보자고 말했다. 한 달 정도 했는데 책을 통해 지식도 쌓고 간접 경험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고 말했다. 송나영 학생은 “원래 책을 거의 안 봤는데 가현이의 권유로 시작했다. 지금은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책 내용도 잘 이해하게 됐다. 책과 많이 친해진 것 같다”고 했다. 책을 손에 잡지도 않을 만큼 싫어했다는 강지우 학생은 “지금은 정말 책이 좋아서 읽는다. 재미있는 책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다른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서 조금씩, 천천히 독서를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이른 시간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들 스스로도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일부 학생들이 학습 만화만 주로 읽는 점은 아쉽다”며 차차 글이 많은 책으로 옮겨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