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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묵집 외암마을~각흘고개 39번 국도변 명업소
‘설광봉도 V루트’의 남쪽 끝자락 각흘고개(213m)에서 3인1조의 아산기맥 종주팀을 만났다. 울산에서 온 팀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지 이미 오래인데 지금은 정맥이나 기맥을 섭렵 중이라는 프로들이었다. 주중 점심 때였는데 광덕산에서 내려온 이들은 봉수산에 올랐다가 오형제고개를 건너 도고산까지 간 다음 도고온천으로 하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도고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대중교통편으로 자신들의 승용차를 세워둔 경부선 전의역까지 간다니 대단한 건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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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와 공주시 경계를 이루는 각흘고개, 39번 국도 남북으로 가까운 거리에는 산행 중 이용할 만한 먹거리집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먹거리집이 아산시 송악면 역촌리 산 위의 서남대학교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 39번 국도변 ‘산과 들 묵집(041-541-7762)’이다. 업주의 성실함과 친절함이 아산만이 아니라 충남 일대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데 안주인 김은주(46)씨는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을 각별하게 모신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산악회와 끈끈한 친분을 쌓았고 또 단골도 많아졌다고 한다.
집에서 직접 만든 묵과 주변에서 채취한 버섯 등으로 맛깔스럽고 토속적인 음식을 차려 낸다. 보리밥·묵빈대떡 각 5,000원, 묵밥·묵떡국·버섯육계장 각 6,000원, 묵야채비빔밥·뚝배기불고기 각 7,000원, 묵무침(술안주) 8,000원. 깔끔한 분위기에 확 트인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6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향토길 추어탕 오형제고개마루 별미집
봉수산 산행 나들목의 한 곳인 오형제고개는 아산시 송악면과 예산군 대술면의 경계지점이다. 616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오형제고개 마루에는 작은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점심시간이면 이곳 음식점 앞마당은 승용차를 세울 공간을 얻기가 어려울 정도로 성업 중이라는 것은 알고 찾아가야 한다. 사실 그랬다. 그 중 한 곳을 골라서 들어가 봤다. ‘향토길 추어탕(041-544-2118)’. 옥호 그대로 추어탕을 먹을 수 있는 업소다. 지난 봄 예산 버스투어에서 만났던 예산의 어여쁜 한 아가씨를 꼬드겨서(?) 그의 차편 지원을 받아 예산군 대술면을 경유해서 이 업소를 처음 찾아갔던 날, 두 사람의 의견은 엇갈렸다. 흑두부집으로 가자는 아가씨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어탕’을 고집했다. 이유는 뻔했다. 추어탕이 전날 밤 마신 술, 해독에 도움이 될 것만 같아서였다. 예쁘장한 안주인 권남숙(39)씨가 객을 반갑게 맞는데 앉을 식탁이 없다. “안방이 비었는데 어떠냐”고 한다. 이 정도면 이 집의 명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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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봉수산 갈매봉(388m) 자락 봉곡사 가는 길. 온양의 산꾼들과 낙엽 쌓인 ‘천년의 숲길’을 걸어보고 이 추어탕집을 다시 찾아갔다. 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상황은 전날과 같았다. 업소 안주인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아 쉴 수 있는 날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매달 한 차례 넷째 주 토요일은 휴점이라고 한다.
향토길 특선메뉴 추어탕 6,000원, 추어튀김·추어조림 각 1만 원, 새우탕 2만 원, 민물매운탕 2만5,000원. 4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검은콩 흑두부 흑염소탕 전국구 업소로 발돋음
식당 건물 지붕 위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병풍처럼 둘러친 뒷산 풍경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다.
오형제고개 주변인 강당마을에는 장군석 전설과 오형제고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장군석 전설은 장군석이 마을의 노총각 모두를 장가들게 했다는 이야기이고, 오형제고개 전설은 예산~온양 간 다섯 고개 중 가장 높았던 오형제고개에 도둑들이 많이 있었으며 이 고개에서 일어났다는 살인사건에 얽힌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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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제고개’라는 ‘오형제’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이 일대 음식점 주인들은 모두 형제나 친족 간이라고 한다. ‘검은콩 흑두부 흑염소탕(041-544-2707)’ 주인은 길 건너편 ‘향토길 추어탕’ 주인의 친형이다. 같은 업종이라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인데 서로 다른 음식을 차려 내기 때문에 영업상 갈등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한다. 매우 지혜로운 메뉴 선택이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다. 옥호 그대로 검은콩으로 만든 두부가 유명한 집으로 아산만이 아니라 인근 예산과 공주 등 충남권에 널리 알려져 있고 업소 측에서는 철저하게 국산 콩만을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두부전골(1인분) 7,000원, 두부김치·두부구이 각 1만 원. 비지찌개·청국장 각 5,000원, 흑염소탕 1만 원, 흑염소전골 1만5,000원.
오형제고개 강장리에는 누에 체험을 할 수 있는 ‘청정누에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2003년 9월 5일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각 도 잠업전문가로 구성된 청정지역 양잠적지 평가단이 선정했는데 3만 평의 뽕밭과 60~70평 규모의 잠실 10동이 있다. 봄이 되면 이곳에서 뽕나무순 따기, 뽕잎떡 만들기, 오디비누 만들기 등 농촌 누에 체험을 할 수 있다.
당림미술관
‘설광봉도’ 산행 나들목의 멋진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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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의 산꾼들은 설화산~만경·광덕 갈림길~마늘봉~광덕산~서귀봉~헬기장(갈재고개)~각흘고개 구간 산행을 ‘설광봉도’의 제1구간으로 즐기는데 39번 국도와 21번 국도가 교차하는 외암리를 나들목으로 잡는다고 한다. 이 나들목에는 아산사람들이 자랑으로 삼는 당림미술관이 있다. 아산 산꾼들은 설화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미술관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찾아간다고 했다.
당림미술관은 홍익대 미대 교수를 역임한 당림 이종무(李種武·1916~2003) 화백이 1997년 6월 14일 문을 연 사설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는 설립자의 대표작을 위시해 동양화·서양화·판화·조각 등 1000여 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당림미술관에는 야외 조각공원과 갤러리도 갖추어 놓았는데 음악회와 시낭송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고 기업과 각급 학교의 미술교육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설립자 당림 이종무 화백은 예술원 회원, 한국미협 이사장, 국전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우리나라 미술계의 거목이다. 지금은 차남인 이경열(李景烈·54) 관장이 선친의 유업을 잇고 있다. 문의 041-543-6969
/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