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홉스(1588~1679)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 근대 정치철학의 중요한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 본성과 사회 질서의 기초를 탐구하면서 강력한 국가 권력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리바이어던』에서 제시된 사회계약론은 근대 정치철학의 핵심 이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1. 생애
홉스는 158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스스로 “두려움과 함께 태어났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태어난 해에 스페인의 함대가 영국을 침공하려 했던
스페인 무적함대 침공 사건 때문이었다.
홉스는 젊은 시절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는 당시 대학 교육의 중심이었던 스콜라 철학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그는 수학과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그는 귀족 가문인 캐번디시 가문의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학문적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기계적 자연관에 큰 영향을 받았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정치적 혼란이 심했다. 왕권과 의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영국 내전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홉스의 정치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홉스는 인간을 매우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기 보존과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보았다. 인간은 끊임없이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게 된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은 서로를 해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 때문에 아무런 정치적 권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3. 자연 상태
홉스의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은 **자연 상태(state of nature)**이다. 자연 상태는 국가나 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홉스는 이 상태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묘사하였다. 모든 사람이 서로 경쟁하고 불신하기 때문에 결국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그는 자연 상태를 다음과 같이 유명한 말로 표현하였다.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며 더럽고 잔인하며 짧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아무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4. 사회계약
홉스는 이러한 자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들이 서로 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이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의 일부를 포기하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국가에 복종하기로 합의한다. 그 대신 국가는 질서와 안전을 보장한다. 즉 사회계약은 인간들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약속하는 과정이다.
홉스에게서 중요한 점은 계약이 개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계약하여 하나의 권력을 세우고 그 권력에 복종하기로 결정한다.
5. 리바이어던과 국가
홉스는 이러한 국가 권력을 리바이어던이라고 불렀다. 이 개념은 그의 대표적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제시되었다.
리바이어던은 성경에 등장하는 거대한 바다 괴물의 이름이다. 홉스는 국가를 이 거대한 존재에 비유하였다. 수많은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인공적 존재를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홉스는 국가가 강력한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국가 권력이 약해지면 사회는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절대적 주권을 가진 국가를 지지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정치사상은 흔히 절대주의 정치철학으로 평가된다.
6. 주권과 권력
홉스에 따르면 주권자는 법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 주권자는 왕일 수도 있고 의회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권력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권력 분립이나 저항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만약 사람들이 주권자에게 저항하게 되면 사회 질서가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예외를 인정하였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는 자기 생명을 보호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만약 주권자가 개인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가진다.
7. 철학사적 의의
홉스는 근대 정치철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사상가이다. 그는 정치 권력을 신의 명령이나 전통이 아니라 인간의 계약과 합의에서 설명하려 했다.
이러한 접근은 이후 근대 정치철학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도 사회계약 개념을 발전시켰다. 다만 이들은 홉스와 달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더 강조하였다.
또한 홉스는 인간 사회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는 자연과학의 방법을 정치철학에 적용하려 했으며, 인간 행동을 기계적 운동으로 이해하려 했다.
8. 평가
토머스 홉스는 인간 본성과 정치 질서를 현실적으로 분석한 철학자이다. 그는 인간의 이기성과 갈등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국가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사상은 절대주의 국가를 정당화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동시에 근대 정치철학의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였다. 특히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치 권력의 기원을 설명한 점은 이후 민주주의 사상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홉스는 근대 정치철학의 출발점에 위치한 중요한 사상가이며,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은 오늘날까지도 정치철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