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은 글자 그대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보살님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현대인들은
그저 "그런 분이 어디 있어?"라고 말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관세음보살님을 말하고 믿고, 그 분의 이름을 부르면
기복이라고 폄하하고 마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단 그런 분이 존재한다고 믿고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기로 하지요. 만약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한몸에 갖춘 분이, 경전 말씀 그대로 지금 우리 앞에, 여러분 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불 보살님과 같은 성스러운 존재가, 혹은 우리 보통사람과는 다른 존재가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 일을 '성현(聖顯)'이라고 말합니다.
성현을 우리가 원하여 직접 그 체험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매우 두려워하고 떨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르헤스라고 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소설가의 한 소설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하실에 한 작은 구슬이 있습니다. 이 구슬 속을 들여다 보면, 온 우주의 모습이 그 속에서 다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공간적으로 작은 구슬과 무한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우주를 서로 뒤섞여 놓은 것입니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한 티글 속에 온 우주 시방세계가 다 들어있다"는 말을 소설적으로 꾸민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존재는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눈을 갖고 있지요. 이런 존재와 다른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고 있는 존재가 우리 앞에 드러난다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와 다른 능력을 갖고 계신 존재의 형상으로서는 적절한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경전의 말씀과 같이,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갖춘 관세음보살님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 중앙에 눈을 그린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기도 하였습니다만, 하나의 방법은 실제로는 손을 40개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놓고 손 하나를 사실상 25개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는 천수경 안에 40수진언이라고 해서, 진언이 40개 등장하는 것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천수천안의 존재를 좀더 다르게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께서 어떤 중생의 어려움을 도와달라는 요구를 접수하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한 사람의 어려움을 도와주시는 데 몇 개의 손과 몇 개의 눈이 있으면 될까요?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다 동원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변함없이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눈이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와 같이 손이 둘이고 눈이 둘인 존재가 사실은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변화신(變化身, 아봐타)가 될 수 있는 이유이지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두 손 두 눈'의 존재를 통해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생각을 저는 이러한 시구로 읊어보았습니다.
연습하노라 아파봤더니
하,
빚도 많을사
여지껏 버짐앉았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쓰다듬어 주신
손,
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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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는 턱없이 넘어버린
섬섬옥수 그리며
나는 왼입을 찌부시 웃음짓네
눈물 흘리며
(김호성, "연습삼아 아프면서"의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