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 서영남
10월 9일(금)
새벽 네 시에 모니카가 일어나서 세수를 합니다. 미인은 잠꾸러기인데 청송 가는 날에는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납니다. 네 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밤이 길어졌습니다. 깜깜합니다. 새벽 추위를 느낄 정도입니다.
치악휴게소에 들렸습니다. 영상 5도입니다. 덜덜 떨었습니다.
죽령터널을 넘으니 그제야 해가 뜹니다. 청송 진보 근처인 가랫재 휴게소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진보에서 청송3교도소 자매상담에 나오는 형제들과 나누기 위해 간식을 조금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음식 반입이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음료수도 안 됩니다. 또 준비해 간 음식은 모임 중에 반드시 모두 먹어야 합니다. 예전처럼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과 나눠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송3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신종 플루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자매상담의 경우에는 두 명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들어가면서 체온 측정을 해서 보통 체온일 경우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침이나 감기도 출입을 할 수 없습니다.
청송보호감호소는 감호법이 폐지되면서 없어졌지만 없어진 감호법에 의해 감호자들은 3교도소에서 감호를 살아야 합니다. 자매상담에 나오는 형제들 중에는 감호자도 몇 명이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청송 3교도소 자매상담을 마치고 진보로 다시 나왔습니다.
청송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참 어렵습니다. 수제비를 맛있게 먹었던 집에 가서 이번에는 칼국수를 시켰는데 실패했습니다. 다음에는 추어탕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진보에서 추어탕 하는 식당이 참 깔끔하고 좋은데 공주님이 먹질 못합니다.
청송교도소 형제들이 송편을 먹고 싶어 합니다. 송편이 없고 시루떡과 감자떡과 팥경단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송편 네 개가 있어서 얻었습니다. 그리고 청도 반시를 열여섯 개를 샀습니다. 청송교도소 우리 형제들은 오후에 만나기 때문에 아예 점심을 굶고 나옵니다. 그래야 떡과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다섯 명의 형제들이 모임에 나오는데 교도관이 네 명이나 감시를 합니다. 요즘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떡과 감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무기징역을 받고 21년째 징역을 살고 있는 요셉 형제가 감을 만져보면서 얼마 만에 먹어보는지.... 한탄합니다.
모니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덕평 지나면서 길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여덟 시 조금 넘어서 그래도 동인천에 도착했습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방호정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어제 목요일에 윤인순님께서 쌀과 유정란 달걀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오늘은 이원정님께서 컵라면 두 상자를 보내주셨고요. 홍세원님이 의류와 일회용 반창고도 보내주셨습니다. 샘표국수 고객 상담실에서 국수 18킬로들이 열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10월 10일(토)
안드레아 수사님과 자원봉사자 분들께 민들레국수집을 맡겨두고 조카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강남 예식장인데 가는 데 세 시간, 오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수궁동 성당 주일학교 학생들도 와서 거들어주었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쌀을 보내주셨고요. 비누도 네 개 보내주셨습니다. 골롬바 자매님께서는 육개장과 돼지등뼈 넣고 우거지 넣은 맛있는 국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정관장 수서역점에서 의류 두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손승혜님께서 김 세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화수성심의원에서 달걀 열판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0월 11일(일)
아침 일곱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해서 밥하고 반찬 준비하고 국을 끓였습니다. 여덟 시에 예수살이 공동체로 출발했습니다.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착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어제 저녁에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거의 도착했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사정에 의해서 취소되었다고요. 덕분에 드라이브 잘 했습니다.
컵라면 드시고 싶은 분? 손드시는 분이 많습니다. 언제 들고 싶어요? 찜질방에서 배가 출출할 때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면 침이 넘어간답니다. 컵라면을 나눠드렸습니다.
이건창호 봉사팀의 멋진 총각이 약혼자와 함께 쌀을 가져왔습니다. 다음 달에 결혼식이랍니다. 애인이 너무 착하다고 합니다. 선남선녀입니다. 미8군의 미국 교우들께서 쌀을 모아 가져오셨습니다. 정묘정 기자님께서 쌀과 달걀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0월 12일(월)
오늘은 손님이 많이 오는 날입니다. 주안 8동 성당 레지오 자매님들이 오셔서 잘 도와주셨습니다. 손님들께 달걀 프라이도 대접했습니다.
‘손님, 달걀 프라이 몇 개 해 드릴까요?’
열이면 열 손님이 ‘한 개요.’ 대답합니다. ‘한 개는 안 해 드립니다. 몇 개 해 드릴까요?’ 그제야 ‘두 개요.’라고 대답하는 손님들입니다.
대구 쌀집아저씨께서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김명희님께서도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삼산 농산물도매시장에 있는 식품검사소에서 채소 열다섯 상자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0월 13일(화)
아침에 국수집 에는 길에 봉신 상회에 들러 배추 세 상자와 버섯 두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상추도 씻고, 배추 겉절이를 하고, 배추김치도 담그고, 오이도 나물로 만들고 무척이나 바쁜 날이었습니다.
고마운 자매님 일곱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파워가 대단하십니다. 그 많은 일거리를 쓱싹 뚝딱 해치우셨습니다. 그리고 아껴 모은 후원금도 주셨습니다. 참 멋지게 일을 하십니다. 손님들을 참 잘 모십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손님들이 오셨는데 준비한 음식이 떨어졌다고 오늘은 끝! 이러면 우리 손님들이 얼마나 허탈해 할까요.
오늘 엔젤 화인님께서 고구마 세 상자와 직접 딴 밥 큰 자루로 세 자루를 보내주셨습니다. 푸드뱅크에서 떡국 떡을 일곱 상자 보내주셨습니다. 데레사자매님이 필요한 물건을 두 상자 보내주셨습니다. 고마운 자매님들이 의류를 챙겨서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가난한 이웃사랑에 늘 쉴 틈이 없는 수사님과 모니카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청송까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정말 훌륭하십니다!!
앞으로 '민들레 국수집'에 소개될 내용이 기대됩니다. 매일 매일 수고하시는 민들레 수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