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옹자명(璧翁自銘)/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1879 ~ 1962)
너는 나면서 어리석으니 늙으매 누가 그 같으리요.
너의 성품은 어찌 그리 강직(剛直)하뇨, 늙을수록 더욱 굳세도다.
너의 행실은 어찌 그리 개결(介潔)하뇨, 늙어도 게을리 하지 않도다.
부지런히 몸을 삼가[敬] 풀지 않도다.
알뜰히도 집안 바로잡기 를 생각하지만 집에는 근심만 있도다.
덕과 학(學)이 성기고 얕으니 큰 허물이로다.
성문(聲聞)이 사정에 지나치니 깊이 부끄러워 하도다.
가난하여도 오히려 즐기니 문에는 불의의 재물이 없도다.
해진 옷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나 누가 (子路)와 같이 할 수 있으랴.
벼슬을 보기를 뒷간과 말죽통을 멀리하듯 하도다
권흉(權凶)을 욕하기를 견양(犬羊)을 꾸짓 하도다
악을 미워함에 엄하기를 어찌 그리 원수처럼 하느뇨.
선을 좋아함이 돈독하지만 어찌 그리 짝이 적으뇨.
광복(光復)에 용맹스러움이 어찌 그리 급하뇨.
도노(徒勞)하여 이룬 바 없으니 곧 허물이로다.
독행(獨行)하여 두려워하지 않음은 도(道)의 미쁨이로다.
미쁘고 편벽되지 않음을 세상은 미워하도다.
미워하여도 원망치 않고 마음껏 자적(自適)하도다.
살아서는 의(義)를 다하여 죽어야만 말겠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