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위해 호텔이나 여관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나 여관 자체를 즐기고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동경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료칸이다. 전설적인 일본식 서비스,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갖춘 료칸이 진화하고 있다. 더욱 편리하고 세련되게, 가장 일본적인 동시에 가장 글로벌하게. 럭셔리한 모던 료칸을 탄생시킨 일본 최고의 레저 그룹 호시노 리조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으로 초청장을 보냈다.
가루이자와 호시노야산속 계곡 마을에 머물다 일본에서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라는 지명은 특별한 느낌을 전한다. 한여름에도 선선함을 유지하는 고원 지대인 이곳은 오래전부터 일본 정·재계 실력자들의 별장과 취향이 세련된 아티스트들의 아틀리에가 자리해 미국의 사우스햄프턴이나 프랑스의 코트다쥐르처럼 고급스러운 피서지로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체인 호텔의 획일화된 서비스 대신 이곳에서는 작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최고급 료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호시노야’다. 1914년 처음 문을 연 이 유서 깊은 온천 여관은 2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5년 7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이래 일본 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최고급 료칸’으로 꼽인다. ‘일본이 서양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 채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이 리조트의 디자인과 운영의 근간이 되었다. 일본의 전통 료칸이라기보다 동남아의 고급 풀 빌라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넓은 부지에, 하천과 산을 따라 독립적인 숙소가 들어섰다. 일상을 완전히 떠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투숙객은 우선 리조트와 떨어져 있는 웰컴 센터에서 투숙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들려오는 묘한 음악. 아시아 각국의 전통 악기를 기반으로 온전히 이 리조트를 위해 작곡한 곡이란다. 일반적으로 료칸이라고 하면 바쁜 일정 때문에 혹은 만만치 않은 숙박료 때문에 1박 2일만 머물고 마는데, 이곳은 2박 이상이 필수다.
1 가루이자와 고원 지대의 특징을 잘 살린 배치가 각 객실마다 최상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2 계단식 논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가져온 호시노야의 메인 레스토랑.
3 가장 일본적인 풍경으로 꼽히는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 역시 비슷한 풍경으로 꾸몄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속에서 사람들은 모처럼 자연을 만끽한다.
“먼 길 떠나와 짐 풀고 나서 저녁 먹고 온천하고 잠잔 후 일어나 짐 싸고 아침 먹고 떠난다면 진짜 휴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 료칸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메뉴도 료칸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 이젠 고객의 바람과 라이프스타일에 료칸이 맞춰야죠.” 요시카와 류지 총지배인의 말대로다.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일본을 발견하는 장소가 되고 일본인에게는 일본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도록’ 디자인했다. 당황스럽게도 객실에 텔레비전이 없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배경 음악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습관이 있는 터라 고요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새소리와 빗소리를 듣는 시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텔레비전이 없다 보니 무언가 시간 보낼 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때 가장 반가운 것이 리셉션 데스크와 레스토랑이 있는 본관의 ‘라이브러리 코너’. 바쁠 때는 읽지 못하던 책, 화집이나 사진집, 가드닝과 여행 관련 책이 300권 정도 구비되어 있고 음료와 커피, 간단한 스낵을 24시간 내내 즐길 수 있다.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그 비싼 객실을 내팽개쳐두고 이곳에서 밤을 새우거나 잠을 청하는 투숙객도 있을 정도다! 아래층의 레스토랑 ‘가스케’는 일본식 코스 요리 가이세키와 프렌치 정찬을 동시에 선보여 투숙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고기와 채소, 과일 모두 풍부한 신슈(나가노 지역의 별칭) 고유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일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특산물로 차려내는 밥상은 눈과 입과 마음까지 즐겁게 한다.
서양식 침대 대신 동양의 온돌 이부자리가 준비된 객실, 히노키 욕조에 봄이면 쑥, 여름이면 유자 등을 띄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욕실, 24시간 룸서비스와 투숙객 개인에게 배치된 스태프의 그림자 같은 서비스(한국 출신 스태프들이 멀리 한국에서 찾아오는 투숙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건축과 경영이다. 레노베이션을 하는 동안, 여기에 있던 나무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끝난 후 다시 옮겨왔고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해치지 않게 객실을 배치했으며, 수력 발전과 지열 발전을 통해 이 리조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75%를 충당한단다.
1 호시노 리조트 료칸의 스파는 모두 ‘잇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라는 의미다. 2 신슈 지역의 특산물로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가이세키 요리는 메인 레스토랑 가스케에서 맛볼 수 있다. 3 모든 객실은 침실과 거실, 테라스로 나뉜다. 텔레비전은 아예 없어서 시각과 청각을 다시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다.
4 호시노야에서 자랑하는 투숙객 전용 욕장. ‘메디테이션 배스’라 불리는 이곳은 밝음과 어둠을 주제로 현대적인 목욕장으로 디자인했다.
아름다운 것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혹여 아름답고 환경 친화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호시노야는 그런 편견을 단번에 깨버렸다. 선의와 미감과 이익 추구라는 목표를 단번에 이루어낸 이 리조트에 그만 반해버렸다. 그런 투숙객이 어디 나 혼자뿐일까. 저녁 무렵, 직원이 옛날 나룻배를 타고 강 위에 작은 등롱을 띄우는 모습을 나무다리 위에서 지켜보던 투숙객들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고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 며칠 쉬는 것만으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호시노야, www.hoshinoya.com
1 중정에는 폭포와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다. 시원한 물소리와 댓잎 스치는 소리가 여름철에 더욱 청량한 느낌을 전해준다.
기쇼안 마쓰모토의 콘시어지 일본인은 여행이라고 하면 일단 ‘온천’을 떠올린다.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방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온천보다 좋은 선택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작지만 세련된 부티크 호텔과 디자인 호텔이 여행 트렌드 전면으로 부상하는 요즘, 료칸도 예외가 아니다. 나가노 현의 작은 도시 마쓰모토는 수질 좋은 아사마 온천으로 유명하다. 이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기쇼안’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일본 내 ‘디자이너스 료칸’의 효시가 된 곳으로, 건축가 하부카 다카오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공간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기본 컨셉트는 일본과 서양,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다. 좁은 문을 지나면 긴 회랑이 이어지는 입구가 복잡한 일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고, 건물 내부는 흙으로 만든 벽 쓰지카베와 일본의 전통 종이‘와시和紙’로 장식했다.
2 마쓰모토 시내에 자리한 이사마 온천 지역. 그 중심에 일본 디자인 료칸의 효시가 된 기쇼안이 있다. 3 널찍한 다다미 객실은 기쇼안의 자랑거리. 창을 열면 저 멀리 일본 알프스가 눈에 들어온다. 침실과 거실로 공간을 분리해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객이 찾아오면 바로 소파에서 체크인 수속을 밟는 것이 독특하다. 샴페인 한 잔과 일본 화과자를 곁들여, 따뜻한 물수건이 나온다. “카운터가 있으면 손님이 긴장하게 됩니다. 작은 료칸인데 그런 딱딱한 느낌 대신 진정한 편안함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호텔이나 여관 등 관광업이 아닌, 상사商社 출신의 비즈니스맨인 우에다 지배인은 5층 건물에 26개의 객실이 있는 이 호텔을 ‘디테일’로 승부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여느 료칸과 달리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와 프렌치 중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사마 온천 지대의 특징을 살린 13가지 온천탕은 온도와 효능도 달라 골라서 목욕하는 재미가 있으며, 와사비와 생강 등을 활용한 스파 ‘잇시一止’에서 받는 마사지 또한 일품이다. 공예와 예술의 고장인 나가노 현의 특징을 살려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호텔 곳곳에 전시해놓았다. 객실 창으로 멀리 일본 알프스가 보이는 곳.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소리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는 이곳은 ‘마쓰모토의 콘시어지’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나가노현 마쓰모토시 아사마 온천 1-31-1 貴祥庵 , www.kishoan.net
리조나레어른이 더 행복한 고급 리조트 이제 막 걷기 시작한 꼬마와 호기심이 극에 달한 초등학생을 데리고 휴가를 간 적이 있는 부모라면 이름도 근사한 ‘가족 여행’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것인지 알고 있을 터다. 아이는 아이대로 행복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여유 있는 진짜 ‘가족 여행’을 꿈꾼다면 나가노 현과 야마나시 현 접경 지역인 고부치자와로 향하자. 거대한 성탑이 보이고 문안으로 들어서자 사랑스러운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일본 한가운데 유럽 마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벨리니의 설계 덕이다.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한 리조나레를 2001년 호시노 리조트 그룹이 인수해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 일본 여행자에겐 필수인 ‘온천’도 없는 곳인데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이 리조트를 한 바퀴 돌아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어린 아기는 탁아소에서 잘 보살피고, 개구쟁이 아이는 승마(전국 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이 말을 기른 곳이다)와 계류 탐험, 자연 탐사, 공작에 열중하는 사이,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북 카페에서 모처럼 우아한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스파를 받거나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토세테에서 와인을 한잔 즐기거나 리조트 내 쇼핑가 ‘피망 스트리트’에서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172개의 객실 중 저쿠지나 노천탕, 테라스가 딸린 방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워낙 인기이니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신록 짙은 여름철은 일본 내 비수기이니 한국 여행자라면 이 시즌을 공략하자. 겨울철에는 스키 장비를 완벽하게 대여하니 빈 몸으로 와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자연 속에서 신성하고 우아한 예식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 홀 ‘조나’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식장이다. 지금 일본은 자국산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온갖 노력을 쏟고 있다. 지형과 기후가 적합한 나가노와 야마나시 현이 무대가 되는데, 리조나레 역시 프랑스 최고의 와인 전문가를 초빙해 한창 준비 중이다. “와인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기에 50년, 70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판보다는 리조트를 찾는 분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용도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리조트를 안내하던 사쿠라이 지배인이 ‘매력을 만드는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제조업이라면 매번 신상품이 나오지만 리조트의 경우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어렵고 이미 갖춰진 시설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단지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을 전하려 노력하는 스태프들을 만나고 나면, 그 말이 그저 인사치레가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야마나시현 고부치자와 129-1, www.risonare.com
1 리조나레의 노천탕 ‘모쿠모쿠(뭉게뭉게)’ . 여름에는 녹음 속에서, 겨울에는 설경을 즐기며 목욕할 수 있는 곳이다. 2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벨리가 설계한 리조나레. 거대한 성탑을 지나면 아담한 마을이 나타나는 유럽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3 모던하고 깔끔하게 꾸민 객실. 4인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넓다.
호시노 리조트는 1904년 창업한 이래 가루이자와 호시노야의 성공을 기반으로 일본 곳곳에서 리조트와 료칸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골드먼삭스와 합작으로 전국 각지의 온천 료칸을 ‘재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과 에코 투어리즘을 강조하는 호시노리조트의 고급 료칸과 리조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로 큰 인기를 누린다. 한국인 스태프 배치, 다양한 송영 서비스 등 한국 관광객에 대한 남다른 배려가 눈에 띈다. www.hoshinoresort.com
이오스여행사에는 가루이자와 호시노야, 리조나레, 기쇼안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자세한 상담이 가능해 고급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www.ios.co.kr, 511-8917
여행을 위해 호텔이나 여관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나 여관 자체를 즐기고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동경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료칸이다. 전설적인 일본식 서비스,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갖춘 료칸이 진화하고 있다. 더욱 편리하고 세련되게, 가장 일본적인 동시에 가장 글로벌하게. 럭셔리한 모던 료칸을 탄생시킨 일본 최고의 레저 그룹 호시노 리조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으로 초청장을 보냈다.
가루이자와 호시노야산속 계곡 마을에 머물다 일본에서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라는 지명은 특별한 느낌을 전한다. 한여름에도 선선함을 유지하는 고원 지대인 이곳은 오래전부터 일본 정·재계 실력자들의 별장과 취향이 세련된 아티스트들의 아틀리에가 자리해 미국의 사우스햄프턴이나 프랑스의 코트다쥐르처럼 고급스러운 피서지로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체인 호텔의 획일화된 서비스 대신 이곳에서는 작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최고급 료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호시노야’다. 1914년 처음 문을 연 이 유서 깊은 온천 여관은 2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5년 7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이래 일본 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최고급 료칸’으로 꼽인다. ‘일본이 서양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 채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 이런 철학적인 질문이 이 리조트의 디자인과 운영의 근간이 되었다. 일본의 전통 료칸이라기보다 동남아의 고급 풀 빌라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넓은 부지에, 하천과 산을 따라 독립적인 숙소가 들어섰다. 일상을 완전히 떠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투숙객은 우선 리조트와 떨어져 있는 웰컴 센터에서 투숙 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 들려오는 묘한 음악. 아시아 각국의 전통 악기를 기반으로 온전히 이 리조트를 위해 작곡한 곡이란다. 일반적으로 료칸이라고 하면 바쁜 일정 때문에 혹은 만만치 않은 숙박료 때문에 1박 2일만 머물고 마는데, 이곳은 2박 이상이 필수다.
1 가루이자와 고원 지대의 특징을 잘 살린 배치가 각 객실마다 최상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2 계단식 논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가져온 호시노야의 메인 레스토랑.
3 가장 일본적인 풍경으로 꼽히는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 역시 비슷한 풍경으로 꾸몄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속에서 사람들은 모처럼 자연을 만끽한다.
“먼 길 떠나와 짐 풀고 나서 저녁 먹고 온천하고 잠잔 후 일어나 짐 싸고 아침 먹고 떠난다면 진짜 휴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 료칸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밥 먹고, 메뉴도 료칸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 이젠 고객의 바람과 라이프스타일에 료칸이 맞춰야죠.” 요시카와 류지 총지배인의 말대로다.
이곳은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일본을 발견하는 장소가 되고 일본인에게는 일본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도록’ 디자인했다. 당황스럽게도 객실에 텔레비전이 없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배경 음악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습관이 있는 터라 고요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새소리와 빗소리를 듣는 시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텔레비전이 없다 보니 무언가 시간 보낼 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때 가장 반가운 것이 리셉션 데스크와 레스토랑이 있는 본관의 ‘라이브러리 코너’. 바쁠 때는 읽지 못하던 책, 화집이나 사진집, 가드닝과 여행 관련 책이 300권 정도 구비되어 있고 음료와 커피, 간단한 스낵을 24시간 내내 즐길 수 있다.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그 비싼 객실을 내팽개쳐두고 이곳에서 밤을 새우거나 잠을 청하는 투숙객도 있을 정도다! 아래층의 레스토랑 ‘가스케’는 일본식 코스 요리 가이세키와 프렌치 정찬을 동시에 선보여 투숙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고기와 채소, 과일 모두 풍부한 신슈(나가노 지역의 별칭) 고유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일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특산물로 차려내는 밥상은 눈과 입과 마음까지 즐겁게 한다.
서양식 침대 대신 동양의 온돌 이부자리가 준비된 객실, 히노키 욕조에 봄이면 쑥, 여름이면 유자 등을 띄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욕실, 24시간 룸서비스와 투숙객 개인에게 배치된 스태프의 그림자 같은 서비스(한국 출신 스태프들이 멀리 한국에서 찾아오는 투숙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건축과 경영이다. 레노베이션을 하는 동안, 여기에 있던 나무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끝난 후 다시 옮겨왔고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해치지 않게 객실을 배치했으며, 수력 발전과 지열 발전을 통해 이 리조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75%를 충당한단다.
1 호시노 리조트 료칸의 스파는 모두 ‘잇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라는 의미다. 2 신슈 지역의 특산물로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가이세키 요리는 메인 레스토랑 가스케에서 맛볼 수 있다. 3 모든 객실은 침실과 거실, 테라스로 나뉜다. 텔레비전은 아예 없어서 시각과 청각을 다시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다.
4 호시노야에서 자랑하는 투숙객 전용 욕장. ‘메디테이션 배스’라 불리는 이곳은 밝음과 어둠을 주제로 현대적인 목욕장으로 디자인했다.
아름다운 것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혹여 아름답고 환경 친화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면, 매출과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호시노야는 그런 편견을 단번에 깨버렸다. 선의와 미감과 이익 추구라는 목표를 단번에 이루어낸 이 리조트에 그만 반해버렸다. 그런 투숙객이 어디 나 혼자뿐일까. 저녁 무렵, 직원이 옛날 나룻배를 타고 강 위에 작은 등롱을 띄우는 모습을 나무다리 위에서 지켜보던 투숙객들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고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 며칠 쉬는 것만으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호시노야, www.hoshinoya.com
1 중정에는 폭포와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다. 시원한 물소리와 댓잎 스치는 소리가 여름철에 더욱 청량한 느낌을 전해준다.
기쇼안 마쓰모토의 콘시어지 일본인은 여행이라고 하면 일단 ‘온천’을 떠올린다.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방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온천보다 좋은 선택은 없다고 믿는 것이다. 작지만 세련된 부티크 호텔과 디자인 호텔이 여행 트렌드 전면으로 부상하는 요즘, 료칸도 예외가 아니다. 나가노 현의 작은 도시 마쓰모토는 수질 좋은 아사마 온천으로 유명하다. 이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기쇼안’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일본 내 ‘디자이너스 료칸’의 효시가 된 곳으로, 건축가 하부카 다카오가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공간이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기본 컨셉트는 일본과 서양,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다. 좁은 문을 지나면 긴 회랑이 이어지는 입구가 복잡한 일상과의 단절을 의미하고, 건물 내부는 흙으로 만든 벽 쓰지카베와 일본의 전통 종이‘와시和紙’로 장식했다.
2 마쓰모토 시내에 자리한 이사마 온천 지역. 그 중심에 일본 디자인 료칸의 효시가 된 기쇼안이 있다. 3 널찍한 다다미 객실은 기쇼안의 자랑거리. 창을 열면 저 멀리 일본 알프스가 눈에 들어온다. 침실과 거실로 공간을 분리해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객이 찾아오면 바로 소파에서 체크인 수속을 밟는 것이 독특하다. 샴페인 한 잔과 일본 화과자를 곁들여, 따뜻한 물수건이 나온다. “카운터가 있으면 손님이 긴장하게 됩니다. 작은 료칸인데 그런 딱딱한 느낌 대신 진정한 편안함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호텔이나 여관 등 관광업이 아닌, 상사商社 출신의 비즈니스맨인 우에다 지배인은 5층 건물에 26개의 객실이 있는 이 호텔을 ‘디테일’로 승부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여느 료칸과 달리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와 프렌치 중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사마 온천 지대의 특징을 살린 13가지 온천탕은 온도와 효능도 달라 골라서 목욕하는 재미가 있으며, 와사비와 생강 등을 활용한 스파 ‘잇시一止’에서 받는 마사지 또한 일품이다. 공예와 예술의 고장인 나가노 현의 특징을 살려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호텔 곳곳에 전시해놓았다. 객실 창으로 멀리 일본 알프스가 보이는 곳.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소리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는 이곳은 ‘마쓰모토의 콘시어지’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나가노현 마쓰모토시 아사마 온천 1-31-1 貴祥庵 , www.kishoan.net
리조나레어른이 더 행복한 고급 리조트 이제 막 걷기 시작한 꼬마와 호기심이 극에 달한 초등학생을 데리고 휴가를 간 적이 있는 부모라면 이름도 근사한 ‘가족 여행’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것인지 알고 있을 터다. 아이는 아이대로 행복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여유 있는 진짜 ‘가족 여행’을 꿈꾼다면 나가노 현과 야마나시 현 접경 지역인 고부치자와로 향하자. 거대한 성탑이 보이고 문안으로 들어서자 사랑스러운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일본 한가운데 유럽 마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벨리니의 설계 덕이다. 경영 악화로 도산 위기에 처한 리조나레를 2001년 호시노 리조트 그룹이 인수해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완벽한 재기에 성공했다. 일본 여행자에겐 필수인 ‘온천’도 없는 곳인데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이 리조트를 한 바퀴 돌아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어린 아기는 탁아소에서 잘 보살피고, 개구쟁이 아이는 승마(전국 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이 말을 기른 곳이다)와 계류 탐험, 자연 탐사, 공작에 열중하는 사이,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북 카페에서 모처럼 우아한 시간을 보내거나 함께 스파를 받거나 이탤리언 레스토랑 오토세테에서 와인을 한잔 즐기거나 리조트 내 쇼핑가 ‘피망 스트리트’에서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다.
172개의 객실 중 저쿠지나 노천탕, 테라스가 딸린 방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워낙 인기이니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신록 짙은 여름철은 일본 내 비수기이니 한국 여행자라면 이 시즌을 공략하자. 겨울철에는 스키 장비를 완벽하게 대여하니 빈 몸으로 와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자연 속에서 신성하고 우아한 예식을 올릴 수 있는 이벤트 홀 ‘조나’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식장이다. 지금 일본은 자국산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온갖 노력을 쏟고 있다. 지형과 기후가 적합한 나가노와 야마나시 현이 무대가 되는데, 리조나레 역시 프랑스 최고의 와인 전문가를 초빙해 한창 준비 중이다. “와인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기에 50년, 70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판보다는 리조트를 찾는 분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용도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리조트를 안내하던 사쿠라이 지배인이 ‘매력을 만드는 회의’가 있다며 자리를 떴다. 제조업이라면 매번 신상품이 나오지만 리조트의 경우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어렵고 이미 갖춰진 시설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단지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을 전하려 노력하는 스태프들을 만나고 나면, 그 말이 그저 인사치레가 아님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야마나시현 고부치자와 129-1, www.risonare.com
1 리조나레의 노천탕 ‘모쿠모쿠(뭉게뭉게)’ . 여름에는 녹음 속에서, 겨울에는 설경을 즐기며 목욕할 수 있는 곳이다. 2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벨리가 설계한 리조나레. 거대한 성탑을 지나면 아담한 마을이 나타나는 유럽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3 모던하고 깔끔하게 꾸민 객실. 4인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넓다.
호시노 리조트는 1904년 창업한 이래 가루이자와 호시노야의 성공을 기반으로 일본 곳곳에서 리조트와 료칸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골드먼삭스와 합작으로 전국 각지의 온천 료칸을 ‘재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과 에코 투어리즘을 강조하는 호시노리조트의 고급 료칸과 리조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로 큰 인기를 누린다. 한국인 스태프 배치, 다양한 송영 서비스 등 한국 관광객에 대한 남다른 배려가 눈에 띈다. www.hoshinoresort.com
이오스여행사에는 가루이자와 호시노야, 리조나레, 기쇼안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자세한 상담이 가능해 고급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www.ios.co.kr, 511-8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