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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8장,
이여인은 혜미를 가만히 바라다본다.
“혜미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니?
어린 네가 무슨 힘으로 감당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하나도 아니고 병신이 둘씩이나 있는데......“
“엄마!
제발, 그 병신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고 병신이라고 자책하지 말란 말이에요.
남들과 다르게 생겼으면 어때요?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때요?
엄마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어 달라고요.“
“어떻게 네가 이 많은 무거운 짐을 감당한다는 말이냐?
내가 어떻게 너를 고생을 시키면서 누워서 밥을 받아먹는다는 말이냐?
이렇게 짐승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우리 모두 죽는 것이 더 편하지 않니?“
“아뇨!
이럴수록 더 악착같이 살아 남고 싶어요.
운명이 얼마나 우리를 가혹하게 밀어붙인다 해도 난 살아남고 싶다고요.
윤석이도 병원에 데려가 볼 것이고 우리 윤호도 끝까지 공부를 시켜서 이렇게 망가져버린 집안을 그리고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간 여자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를 버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집을 떠난 언니에게도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혜미는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혜미야!
엄마만이라도 죽게 해 다오.
아니, 윤석이와 엄마를 죽게 도와주면 안 되겠니?“
이여인의 음성을 간절했다.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윤석이를 데리고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 이상 혜미에게 짐이 되어 살 수가 없었다.
“엄마!
그냥 우리 곁에 지켜만 있어주면 안 돼요?
우리를 바라보기만 해 주시면 안 돼요?
엄마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요?“
“어린 네가 이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지고 간다는 말이냐?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어린 것이 어떻게 이 모진 고통들을 감당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엄마!
해 낼 거예요.
무슨 짓을 하던 어떤 일을 하던 다 감당할 수 있어요.
윤호하고 나를 바라보고 희망을 가져 주면 안 되나요?“
혜미는 엄마에게 애원을 한다.
이여인은 혜미의 모습에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다.
“혜미야!
엄마가 참으로 못났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엄마가 잘못했다.
그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구나.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할 수도 없는 엄마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니?
죽도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그럴 바에는 우리 혜미가 마음이라도 편안하게 해 줘야겠지?“
“엄마!
고마워요.
혜미는 어떻게 해서라도 꼭 해 내고 말겠어요.“
“혜미야!
엄마가 옷 서랍에 두었던 작은 가방 보지 못했니?“
“빨간 색 조그만 가방?”
“그래!
그 가방 어디 있는지 아니?“
“네, 엄마 옷 서랍에 그냥 있어요.”
“그것 좀 꺼내줄래?”
혜미는 엄마가 갑자기 무슨 가방을 찾는 것인가 의아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방을 꺼내어 엄마에게 준다.
이여인은 하반신은 마비되었지만 허리 위로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가방을 받아든 이여인은 가방을 열고 하얀 손수건에 싼 것을 꺼낸다.
“혜미야!
이 돈을 받아라.
엄마가 조금씩 모아서 너를 다시 학교에 보내려고 모아오는 돈이다.
이제 모든 것은 네가 알아서 하거라.“
혜미는 엄마가 내어주는 돈을 받는다.
한 푼 한 푼 아무리 힘들어도 쓰지 못하고 모아오신 돈이었다.
큰 액수는 아니라 하더라도 엄마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돈이었던 것이다.
“우선은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보자.”
“엄마!
그렇게 고생을 하시면서도 나를 다시 학교에 보내시려는 엄마의 마음을 두고두고 잊지 않을게요.
혜미는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슴에 새겨둡니다.“
혜미는 엄마를 끌어안는다.
“고맙다.
우리 혜미가 없었다면 엄마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을 거다.“
“엄마!
분명히 우리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이 들어도 우리 함께 이겨내야 해요.“
혜미는 그렇게 엄마에게 다시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혜미의 마음은 한가롭지가 못했다.
엄마가 준 돈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혜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려고 거리를 헤맨다.
그리고는 다시 아르바이트의 일자리를 구한다.
24시 편의점이다.
혜미는 야간 일을 맡게 된 것이다.
저녁에 나가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교대자에게 교대를 해 주고 나서 집으로 와서 다시 집안 일을 한다.
엄마를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드리고 집안을 청소하고 나면 오후에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다시 저녁을 준비해 놓고 부지런히 일을 나가야만 했다.
혜미는 자신이 없는 동안에 엄마의 대소변을 위해서 윤석이에게 모든 것을 가르친다.
다행히 윤석이는 비록 꼽추일망정 집안에서는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윤석이 또한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윤석이는 밥도 곧잘 한다.
라면도 끓이고 쌀도 씻어 솥에 앉혀 밥을 하곤 한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집밖에는 나가지 못해도 집안에서는 엄마의 모든 시중을 윤석이는 자청하고 맡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윤석이가 모든 것을 맡고 나서자 윤호 역시 공부하는데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좁은 단칸방이지만 윤호는 정신을 가다듬고 공부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제 윤호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윤호의 성적은 반에서 일 이등을 다투는 우수한 성적이었다.
학원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고 필요한 교재도 제대로 구입해 주지 못해도 윤호는 아무런 불평도 없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윤호를 보면서 혜미의 마음은 바싹 타들어간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윤호의 고등학교 입학금을 마련해야만 할 기간이 삼일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혜미는 어디서 그 돈을 구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윤호의 학업을 중단시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슨 짓을 하던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라도 윤호의 입학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자신의 피를 빼서 팔아도 몇 푼 손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액수였다.
이제 혜미의 피는 그나마 사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혜미에게 동정을 해서인지 빵과 우유를 내 주고 먹으라고 한다.
더 이상의 피를 빼다가는 혜미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혜미는 다급할 때마다 피를 빼서 팔아왔다.
허나 이제 그것도 어느 한계에 도달했던 것이다.
먹는 것이 시원찮고 일이 많은 혜미에게 그렇게 건강을 유지 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겨우 식구들의 입에 풀칠을 할 정도의 수입만을 가지고 어떻게 윤호의 입학금을 마련해야만 할지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타 들어간다.
혜미는 다시 언니를 찾아가 볼까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젖는다.
아무리 사정을 하고 애원을 해도 들어 줄 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언니의 냉정함과 이기심이 윤호를 학교에 보낼 리가 없었다.
이미 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언니가 조금만 가족들에게 신경을 써 준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혜미는 자신의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고개를 떨구면서 걷던 혜미의 눈에 무언가 광고지가 눈에 들어온다.
“선불 가능, 침식제공 가능.
월수 200-300 보장“
혜미는 한참을 그 광고를 들여다본다.
혜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전화번호를 적는다.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이건 지금 혜미의 머릿속에서는 선불 가능과 월수 액만이 떠오른다.
그 액수가 된다면 얼마든지 윤호를 공부시키고 엄마와 동생들을 배불리 먹여 살릴 수가 있는 것이었다.
혜미는 근처의 공중전화를 찾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이얼을 누른다.
혜미는 찾아가는 길을 다시 재삼 확인하고는 일단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서의 할 일이 혜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세탁기도 없는 집에는 빨래 감이 쌓여져 있을 것이다.
엄마의 빨래는 매일 수시로 나온다.
엄마는 소변을 참고 계시다가 결국에는 옷을 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몸을 어린 자식에게 부탁하는 것이 엄마로서는 죽기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나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도 혜미가 집에 있을 때는 그나마 조금은 나은 편이다.
그러나 혜미가 나가고 나서 어린 아들인 그것도 몸이 성치 않은 아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일일 것이다.
혜미는 쌓여 있는 빨래는 해 놓고는 엄마를 일으켜 운동을 시키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혜미야!
엄마는 네가 고생하는 것을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
“엄마!
그런 생각은 하지 마!
그래도 내가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지 알아요?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면 다 할 수 있다고요.“
혜미는 일부러 음성을 밝게 하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여인은 혜미가 너무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밤을 새워 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잠시도 쉬지 못하고 있는 어린 딸의 모습이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만 같은 아픔이 밀려온다.
“엄마를 그냥 두고 한숨이라도 자렴!”
“엄마!
하나도 졸립지 않아요.
그리고 이따가 조금만 눈을 붙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혜미는 부지런히 몸을 놀려 집안일을 해 나간다.
그곳엘 들려서 일을 하러 나가려면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조금 이른 저녁을 준비해 놓고 혜미는 집을 나선다.
어떤 곳인지 또한 자신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고 퇴짜를 맞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나 혜미는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전화상으로는 나이는 괜찮다고 했던 것이다.
일러준 대로 그 부근에 가서 다시 전화를 한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여자 한 사람이 혜미에게 다가온다.
“신혜미?”
“네!”
“따라와요!”
그리고 여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앞장 서 걷기 시작한다.
혜미는 여자의 뒤를 따른다.
행여 여자를 놓칠 새라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근사하고 멋진 한옥으로 혜미를 데리고 들어간다.
“언니!
데리고 왔어요.“
여자는 방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안에다 대고 큰 소리로 말을 한다.
“들여보내!”
“어서 들어가!”
혜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방안에는 여자 한 사람이 한복을 곱게 입고 앉아 있었다.
“우선 뒤로 돌아봐라!”
“네?........”
혜미는 잠시 서 있다가 뒤로 돈다.
“다시 앞으로”
혜미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앞으로 돈다.
“거기 앉아라!”
조용히 여자 앞에 앉는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 줄 알고 왔니?”
“네?
아........아뇨!
허지만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시면 다 하겠습니다.“
“돈이 필요하니?”
“............네!”
“학교는?”
“.........고등학교 일학년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아버진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편찮으십니다.”
“그렇군!
동생들 학비가 필요한 것이지?“
“네...............”
여자는 혜미를 자세하게 관찰한다.
잘만 다듬어 놓으면 꽤 쓸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니?”
“네!
무엇이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혜미는 가슴을 졸이면서 대답을 한다.
이곳에서도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몇 살이라고 했지?”
“열아홉 살입니다.”
“가족들을 책임지고 있지?”
“.............네!
동생의 입학금이 필요합니다.
그 돈만 해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동생 때문에 네 인생을 팔겠다고?”
“........................”
“어머닌 많이 편찮으시니?”
“.........교통사고를 당해서 하반신 마비가 되셨습니다.
뺑소니차에............“
“쯧쯧쯧!
너도 참으로 기막힌 운명을 타고 났구나!
너 하나 희생해서 가족들을 살리겠다는 그 마음 갸륵하기는 하지만 이 다음에 후회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그때는 그때대로 또 살아가겠지요.
지금은 당장 동생의 학업을 중지시킬 수는 없습니다.
제 인생보다도 동생의 앞날이....그리고 어머니의 병세가 더 걱정입니다.“
황마담은 마치 자신의 과거를 보는 듯했다.
황마담 또한 돈 때문에 어머니를 잃어야만 했다.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보시지 못하신 어머니는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배가 아프다고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뿐인 동생 또한 먹을 것이 없어 고아원으로 보내졌는데 지금까지 만나지 못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모르고 있었다.
황마담은 혜미의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한다.
황마담은 이곳에 가지고 있는 요정 말고도 영동에 룸싸롱을 두 개나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웬만한 남자들을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요리를 하는 쟁쟁한 여걸이었던 것이다.
이곳 요정은 간판도 없이 비밀로 예약된 손님들만은 받는 곳이다.
정계나 재계의 내노라하는 사람들치고 황마담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모든 중요한 비밀회의는 이곳 황마담의 요정에서 거의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곳은 아주 비밀리에 운영이 되어가고 있었다.
황마담은 들어오는 아가씨들을 대부분 영동의 룸싸롱으로 보내곤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황마담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아가씨들이었다.
그들은 밖에 나가면 마치 부잣집의 딸들처럼 학교에도 다니고 자가용도 몰고 다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황마담은 혜미를 자신 곁에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희망이 보일 것 같기도 허나 좀 찜찜하구나....달리 쬬족한 수가 없으니...어쩌겠나....그본 심성이 워낙 좋으니....어떻게 전개되나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