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반짝 경기회복의 기미를 보이던 '토지'와 '상가'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전례없이 요동치는 시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금융위기에 이어진 실물 경제위기는 지역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년에 비해 물건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서점가에서 경매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부산의 경매·토지·상가 시장이 거둔 성적표를 전문가들과 함께 점검해봤다.
■ 경매
'물건은 줄었지만 낙찰가율은 든든했다.'
최근 최악의 경기침체로 투자자를 중심으로 경매시장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 경매시장 역시 쏟아지는 각종 경매물건으로 요동치는 한해를 보냈다.
△ 경매시장=부동산 투자개발자문사인 고고넷이 지난 11월 말까지 지역 경매시장을 분석한 결과, 부산에선 모두 1만8천112건의 경매가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사상구 2천75건, 부산진구 1천988건, 사하구 1천981건, 해운대구 1천683건의 순을 나타냈다.
올해 부산의 경매물건 낙찰가율은 70.4%였다. 이는 2005년 68.1%, 2006년 63%, 지난해 70.3% 등으로 전과 비슷한 낙찰가율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강서구(90.3%) 기장군(84.2%) 영도구(81.6%)가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반면 중구(47%) 동구(50.9%) 등 구도심권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저조했다.
경매 감정가 총액으로는 부산진구가 1천200여억원 규모로 가장 높았고, 해운대구 1천9억원, 수영구가 800억원대로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경매물건의 매각률은 15~39%대로 그리 높지 않았다.
용도별 낙찰가율은 85%를 기록한 '아파트'가 단연 높았다. 이어 '자동차·중기'(84.5%), '연립·다세대'(79%), '다가구'(71.9%), '대지·임야·전답'(71%)이 비슷한 낙찰가율을 보였지만 '상가·오피스텔'(56%)의 경우 다소 낮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경매물건으로 인기가 좋은 '공장'의 낙찰가율은 올해 11월까지 91.4%를 나타냈다. 물건은 52건으로 많지 않았지만 낙찰가율은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고고넷 정두천 대표는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공장 경매물건이 더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매물건 수는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3만2천976건, 2006년 3만2천654건으로 3만건을 넘어섰던 물건수가 지난해 2만2천722건에 이어 올해도 11월까지 1만8천112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물건들=올해 부산에서 입찰 건수가 가장 많았던 물건은 부산 연제구 현대홈타운 아파트로 모두 77채의 아파트가 경매에 붙여졌다. 이들의 평균 낙찰가율은 75%선. 최대 참가인원은 1건에 무려 42명이 입찰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은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대지(1천956㎡)로 감정가격이 115억4천276만원이었다. 낙찰가는 78억원선이었다. 또 가장 높은 낙찰가율은 377%를 기록한 부산 금정구 노포동의 임야(372㎡)로, 감정가 2천200만원 상당의 물건이 8천300만원에 낙찰됐다.
경남에선 사천시 서포면의 임야(4천437㎡)에 130명이 입찰에 몰려 무려 720% 안팎의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 관계자는 "올해 11월까지 부산의 아파트 경매는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전체 주거용 부동산의 낙찰은 7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11월 낙찰률은 29.8%까지 내려앉았다"며 "경기에 민감한 상가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 토지
올해 부산의 토지시장은 '지속적인 토지거래량 감소'와 '낮은 지가상승률'로 요약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토지거래량이 줄고 있긴 하지만 부산의 토지거래는 수도권과 충청도 울산과 비교해 감소세가 뚜렷하고, 전국 평균에 비해서도 다소 밑돌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부산에선 10만3천825필지가 거래됐고, 경남의 경우 19만2천975필지의 토지가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거래량은 5만773건이었다.
또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부산의 지가상승률은 1.9%로 인천(5.7%)과 서울(5.4%), 대구(2.4%)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같은 기간 2.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5년 1.86%였던 부산의 지가상승률은 2006년 2.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2.16%에 이어 올해 1.9%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구(-0.25%)와 동구(-0.02%) 등 구도심권은 지가가 내린 반면 강서구(4.53%)와 기장군(3.79%) 등은 강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지역은 1~2%대의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부산에선 강서구의 지가상승이 눈에 띄었지만 부재지주 및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각종 개발행위에 대한 실태조사 등 강력한 토지규제 정책으로 거래는 위축됐다.
기장군은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풀리면서 다소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사 고고넷 정두천 대표는 "양도세 등으로 토지를 팔 사람도 없고,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하반기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매수자가 나타나질 않아 토지시장은 적막강산이나 다름 없다"며 "최근에는 강서구를 중심으로 올해 초보다 대략 10% 정도 토지가격이 하락한 것 같다"고 올해 분위기를 전했다.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지난 10년간 땅값 상승률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부산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지가상승률이 지역 발전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때 동서부산권을 제외한 부산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상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부동산업계는 올해 상가 시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시장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상가시장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하반기에 불어닥치면서 최악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부동산와이드 서성수 대표는 "경기악화에 취약한 부산의 상가는 올해 기지개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내내 전형적인 약세시장을 지속했다"며 "상반기까지만 해도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는 여지없이 빗나갔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새로 분양을 시작한 대형상가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부산 외곽인 정관신도시와 강서구 명지지구, 경남 양산시 등지에서 중소규모 상가의 공급이 조심스레 이어진 한해였다.
부산에선 입지 좋은 아파트단지 내 상가를 중심으로 꽤 인기를 끈 상가도 등장했지만, 대다수 지역에선 해운대구 등지의 목 좋은 역세권 1층 상가를 제외한 지역은 분양, 매매, 임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역세권 중심의 대형 오피스빌딩을 제외한 소규모 근린상가 건물 등은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실물 경제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부산의 상가시장은 대형복합상가와 소규모 특화 근린시설로 양분화되는 과도기로, 지역 상가도 신세계UEC의 등장과 함께 구조조정의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살아남으려면 큰 흐름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한 상가가 시장에 나와야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박세익 기자 run@busanilbo.com
부산지역 경매 현황(2008년 1~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