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봉사활동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간이 쏜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났다. 라오스 버디 친구들과도 이제야 좀 더 친해진 것 같은데 이별이 코앞이다.
#. 분쑤안흐아 - 아쉬움 떠내려 보내기
8월 10일, 라오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라오스 전통축제 의식인 분쑤안흐아 의식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분쑤안흐아는 라오스말로 ‘분’이 축제, ‘쑤안’이 배, ‘흐아’가 경주라는 뜻으로 라오스 전통 보트레이싱축제다.
조별로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자신만의 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나무 기둥 단편을 바나나 잎으로 감싸고 못으로 고정시켰다. 바나나 잎을 접어 멋을 내기도 했다. 꽃봉오리와 어둠을 밝혀줄 양초도 꽂았다.
원래 11월 즈음 하는 축제라 그런지 재료가 조금 부족했지만 버디와 함께 서로 나눠 쓰니 더 좋았다.
땅거미가 내려오는 저녁, 우리가 만든 배를 들고 강가로 나왔다. 조심스럽게 물위에 띄워본다. 라오스인들은 이 배에다 액운을 함께 떠내려 보낸단다. 우리도 일주일 간 아쉬웠던 점, 힘들다고 짜증냈던 기억을 모두 배에 실어 떠나보냈다.
#. 바씨축제 - 석별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오후, 버디들의 학교인 방비엔중학교에서 바씨축제가 열렸다. 바씨축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먼 여행을 떠날 때 축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라오스 전통의식.
날이 어두워지기 전, 학교 운동장에 작은 공연무대가 마련됐다. 이번에는 학교 선생님들 앞, 사물놀이와 태권무, 합창, 리코더 합주까지 라오스 아이들 앞에서 해봤던 공연인데 역시나 또 떨린다. 그러나 또 한 번 멋진 공연을 펼쳤다. 연방 박수가 터졌다.
공연의 열기를 담아 바씨축제 의식이 마련된 교실로 들어갔다. 손으로 만든 파쿠안이라는 나무에 꽃과 바나나 잎으로 장식했고 그 위에 명주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명주실을 서로의 손목에 묶어주며 석별의 인사를 나눴다. 헤어짐이 실감나지 않는다. 일주일 간의 추억이 영화처럼 그려진다.
의식의 막바지, 하나 둘씩 운동장으로 나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라오스 전통 람봉춤을 함께 췄다. 처음 배우는 춤이 어색해 자꾸만 몸이 꼬이지만 열심히 따라 춘다. 서로의 동작을 보며 커다란 미소가 배어든다.
의식이 끝나고 버디와 선물을 나눴다. 서운함을 꾹꾹 눌러 참고 있는데 조명기(세례자요한·16·조암본당)군의 버디 찐타썬(15)이 눈물을 보였다. 믹써(14)는 더 서럽게 운다. 서로 꽉 끌어안고 토닥거려주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라는 노래 가사처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짧은 기간이 오히려 더 깊은 우정을 쌓게 했다.
#. 여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라오스의 여운은 가실 줄 몰랐다. 총평가회의를 하러 다시 모인 봉사단. 며칠만의 만남에 다시금 라오스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출발미사 때처럼 서로 봉사활동에서 느꼈던 점을 나누기로 했다. 봉사활동 내내 넘치는 재치로 활력소가 됐던 최원주(마태오·18·망포동예수성심본당)군은 이번 봉사활동으로 인해 장래희망까지 바뀌었단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한 뼘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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