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 프란치스코씨는 주일 아침마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실랑이를 한다. 초등학생 때는 곧잘 성당에 나갔는데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성당에 잘 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성화에 못이겨 투덜대며 성당에 간 아들은 친구들과 맨 뒷줄에 앉아 미사 참례를 하는 둥 마는 둥이다. 미사 후에는 "교리실로 모이라"는 중등부 교사들을 뒤로 하고 친구들과 게임방으로 향한다.
#2. 올해 고등학생이 된 한 젬마양은 주말 학원수업이 미사시간과 겹쳐 고민이다. 중학생 때는 미사에 거의 빠지지 않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속상하다. 부모님이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고, 성당은 대학가서 열심히 다니면 된다"고 말해줘서 그나마 심적 부담이 덜하다.
|
▲ 주일학교 학생드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열악한 주일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 교회를 찾게끔 학생들에게 가톨릭 영성을 심어줘야 한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
그 많은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새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다. 예년처럼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많던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2007년 발표한 '청소년 사목현황(215개 본당 중 160개 본당 대상)'에 따르면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의 경우 교적에 등록된 4만7565명 가운데 주일학교 등록자는 2만5156명이고, 이 가운데 주일학교에 성실히 출석하는 학생수는 1만 6463명이다. 전체 학생 수의 35%만이 주일학교에 출석해 활동한다.
교적에 등록된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5만6669명으로 더 많다. 그러나 실제 주일학교에 성실히 출석하는 학생 수는 6646명(11.1%)에 지나지 않는다.
청소년 사목 관계자들은 "초ㆍ중ㆍ고로 진학할수록 학생들이 평균 절반씩 줄어든다"고 말했다. 성당에 나오는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이 100명이라면 중등부는 50명, 고등부는 25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중고등부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이탈율이 높아진다"며 "성당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을 딱히 잡아둘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왜 사라지는 걸까 학생들은 한결같이 "상급 주일학교에 진학해도 새로운 게 없다"고 말한다.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과과정은 초등부와 비교해 별반 다른 게 없다는 것이다. 초등부에서 중등부로,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갓 넘어 온 중1, 고1 학생들 이탈율보다 중 2ㆍ3학년, 고 2ㆍ3학년 학생들 이탈율이 훨씬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급 주일학교에 진학하더라도 1년 정도 지나면 싫증이 나서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이 부모와 사목자들 관심이 줄어 그만 두기가 쉽다고 한다. 초등부 주일학교는 교리교사와 부모들의 관심과 보호 속에 다녔지만 중고등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은 학원과 성적 때문에 주일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주일미사 참례에 빠지는 것도 쉽게 묵인한다. 학생들도 달라진 성가와 딱딱한 전례에 적응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성당에 가는 것을 꺼린다. 열악한 주일학교 환경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교리교육도 아이들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다.
학교와 학원에서 컴퓨터와 동영상 기자재를 활용한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주일학교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교리교사도 1~2년마다 바뀌다보니 아이들에게 신앙의 깊은 맛을 들여주기보다는 교리지식을 전달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학생들은 "초등부 때는 간식도 많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써줬는데 중고등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른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회에서 우리의 존재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한다.
초등부와 중고등부 교사 간 교류가 없어 학생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중등부 교사들은 초등부 교사들에게서 졸업생 명단만 넘겨받을 뿐이다. 중등부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도 없이 신입생을 만나고 있다.
다시 성당으로 오게 할 수는 없을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이형전 담당신부는 중고등부 이탈율이 가장 높은 중2, 고2 학생들을 주목한다.
이 신부는 "초등부 학생들이 중학교 1학년까지는 제법 넘어오지만 1년이 지나고 나면 변화된 전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중2, 고2 학생들은 신앙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중견 교사들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 본당마다 학생들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학년별 주일학교 체제를 소공동체 형식으로 전환하거나 영어미사 및 영어교리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또 밴드부 등 동아리 활동을 장려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원교구 수원대리구 청소년국장 박한현 신부는 "외형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영성을 심어주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자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교회를 찾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가톨릭적 영성을 심어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형전 신부는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어떻게 신앙과 접목시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가르쳐줘야 한다"며 "따라서 주입식 교리교육에서 토론식 교리수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모들의 신앙교육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앙의 모범이 되는 부모들이야말로 아이들 신앙의 원동력이 된다.
송영오(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신부는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만의 주일학교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가족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있는 가정중심 사목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