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 가족 여러분, 이번 달에는 중고기가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중고기는 잉어과 모래무지아과의 민물고기로 우리 나라의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하천인 한강·금강·섬진강 등에 서식합니다. 분포도는 넓지만 일부 지역에 따라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어종은 아닙니다.
물 흐름이 완만하고 바닥에 진흙·모래·자갈이 깔리고 수초가 우거진 곳을 좋아합니다. 주로 하천의 중·하층을 헤엄치고 다니는 우리 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 어종입니다. 작은 수서 곤충·갑각류·실지렁이 등 동물성 먹이를 주로 섭취하나 가정에서 기를 때 일반 사료도 물론 잘 먹습니다.
몸은 길쭉하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옆으로 통통한 타원형입니다. 입은 뾰족하고 말굽모양으로 생겼지요. 한 쌍의 수염은 아주 작아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하기 어렵고 옆줄은 완전하고 직선형에 가깝게 쭉 뻗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황갈색의 바탕에 진한 암갈색 무늬가 넓고 불규칙하게 퍼져 있습니다. 등은 암록색. 배는 은백색, 등지느러미 시작 부분과 끝 부분에 검은 무늬가 있고 꼬리지느러미의 윗조각과 아랫조각의 가장자리에도 검은 띠가 있어 유사한 다른 어종들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배지느러미·뒷지느러미에는 이런 띠가 없답니다. 등지느러미의 시작 부분이 배지느러미 시작 부분 보다 앞에 있습니다.
번식기는 5-6 월이며 수컷이 먼저 말조개·대칭이·재첩 등의 이매패(껍데기가 두 개인 조개) 중 산란하기에 적당한 개체를 선정하면 암컷이 산란관을 늘어뜨려 조개의 체내에 알을 낳아 종족을 번식시킵니다. 번식기의 수컷은 눈이 빨개지고 몸에는 주황색의 아름다운 혼인색을 띱니다.
가슴지느러미·배지느러미·뒷지느러미가 붉어지고 그 가장자리는 흰색의 테두리를 두릅니다. 이 시기에 암컷은 산란관을 가지고 알을 배어 배가 통통할 뿐 수컷처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개체는 몸의 중앙을 잇는 검은 줄무늬가 뚜렷하나 자라면서 이 무늬는 점차 희미해집니다. 이래서 종종 어린 중고기를 돌고기의 치어로 잘못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성질이 온순하여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과 잘 어울리고 헤엄치는 모습과 몸 색깔이 아름다워 요즘에는 토종 관상어로 가정의 수족관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는 물고기입니다. 인기척이 나면 돌 틈이나 수초 사이에 숨는 등 자연에서는 물 밖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대처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후 3년 정도면 어른 고기가 되는데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cm 안팎이 됩니다. 지방에 따라 <꽃고기>·<줄피리> 등 다양한 사투리로 불리고 있습니다만 정작 표준어인 중고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물고기 이름을 듣고는 불교와 깊은 연관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다만 처음 물고기 이름을 표준어로 지을 때 편의상 이런 이름을 명명한 것이라 봅니다. 그랬다면 아마도 <스님고기>라고 했을 것입니다. 하기야 스님과 고기? 그 뉘앙스가 묘해 그렇게 짓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만.
일부 지역에서 버들치를 사투리로 중고기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버들치는 이미 쉬리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물고기로 산간 계류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다운 우리 물고기 중고기가 남획하는 사람들에게 잡혀 매운탕집에 잡고기로 다른 물고기들과 같이 팔려 간다는 것입니다. 그 많던 중고기가 근래에는 매우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중요한 우리물고기>의 줄인 말로 <중고기>라고 유추하여 생각해 주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하천에 물놀이를 가더라도 우리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해 먹는 일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 두레 회원 님들은 그런 분들이 없으시겠지요.
필자는 지난 해 여름 청평의 조종천 중·하류를 학생들과 함께 탐사를 하였습니다. 마침 휴일이라 우리 일행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물놀이를 나와 있었습니다. 간간이 견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일부 사람들은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지요. 그들이 잡은 물고기들 중에 몇 마리의 중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으나 모두가 아깝게 죽은 고기가 되었으니 그물에 걸린 중고기를 억지로 떼어냈기 때문에 온 몸에 상처가 나 살 수 없었던 거지요.
우리 나라 토종 물고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그분들에게는 그 당시 중고기의 아름다운 혼인색도 그저 매운탕 감 장식에 불과하여 어떤 설득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물고기의 보존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 현장에서 불법 투망으로 남획되는 물고기들을 보았을 때 어린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었겠습니까?
한시바삐 우리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두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