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부탄’의 행복한 교육 이야기
1. 부탄이라는 나라가 좀 낯선 나라다. 간략히 국가 소개 먼저.
- 주변 사람들 중에 부탄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음. ‘부탄’에 간다고 하니까 ‘북한’에 가냐며 놀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을 정도. 부탄은 네팔 동쪽에 위치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면적은 남한의 40% 정도, 인구는 75만(통합 전 청주시 인구 정도), 인구의 60%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 히말라야 산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국토의 대부분이 2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도시 간 교통이 원활하지 않음.
- 국왕이 통치하는 왕정 국가였으나 2008년부터 헌법을 제정하고 민주주의를 도입한 입헌군주국가. 수도인 팀푸에서는 첫눈이 오면 학교나 일터로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국가공휴일로 지정하는 낭만적인 나라, 전 국토의 70% 이상이 숲으로 보전되는 나라(각종 식물과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 GNP나 GDP 대신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철학으로 삼고 있는 나라. 국왕이 신년사에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할 정도로 국가가 국민행복 증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
- 정치는 왕과 의회가, 종교적으로는 종교의 최고권위자 지켐포가 있어 서로 협력하며 정신적, 종교적,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나라. 국민 행복을 국가의 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는 나라
2. GNH라는 개념이 좀 새롭다. 조금 더 설명하면?
- 9개의 큰 영역(생활수준, 교육, 건강, 문화적 다양성 및 복원력, 공동체 활력, 심리적 웰빙, 시간 사용, 생태적 다양성 및 복원력, 굿 거버넌스)과 33개의 세부 지표로 나뉘어져 있음.
- 부탄의 행복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심적인 철학 기둥은 크게 4가지 정도. 1)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사회적, 경제적 발전 :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제성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사용, 2)문화의 보전과 증진 : 문화는 민족 정체성의 기초, 국민통합과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 - 행복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빌리면 “대부분의 나라들의 문화와 전통은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현재 삶에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다”, 3)생태계의 보전 : 헌법에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가꿀 책무가 있다고 규정, 국토의 60%를 산림으로 유지하도록 함 - 포브지카라는 3천미터 고도의 계곡에는 매년 티벳에서 날아오는 검은목 두루미가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두루미가 전깃줄에 걸려 상해를 입을까봐 송전탑 설치를 포기하고 태양열을 이용한 자가발전을 하고 있음. 발전량이 적어 하루에도 몇 번씩 전기가 나가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한 것. 4)굿 거버넌스 : 대중의 참여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
3. 부탄의 교육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지 궁금
- 부탄에 근대 학교교육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 1961년 전국의 학교 수는 11개, 학생 수 400명이었으나 2014년 기준 전국 600여개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음. 각종 교육 기관을 합치면 학생 약 20만 명이 부탄에서 공부를 하고 있음. 교육을 모든 정책 중에서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음. “좋은 교육은 자신감, 판단력, 선한 품성, 행복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좋은 학교는 아이에게 공평한 성공의 기회를 보장해 개인의 성취가 인종이나 부모의 신분, 성, 사회적 연고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도록 한다”(5대 왕의 2014년 연설문)
- 부탄의 교육 시스템은 크게 사찰 교육, 학교 교육(정규 교육), 비정규 교육으로 구성. 사찰 교육은 1960년대 근대 학교 교육이 도입되기 전까지 부탄의 교육을 담당. 사찰교육도 초,중,고,대학교로 구성. 언어, 예술, 문학, 철학, 명상 등을 가르침. (2015년 기준 중앙사찰기구가 운영하는 사찰센터 388곳에서 승려 총 9584명 수련) - 포브지카의 한 사찰에서 만난 수련생(20세) 중 하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련생이 되었다고 말함. 부탄도 정규학교 졸업 이후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고 이러한 진로고민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위해 사찰교육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있음. / 정규교육은 7년간 1차 교육(예비 초등학교 1년, 초등학교 6년), 6년간 2차 교육(초,중,상급 각 2년씩), 3차 교육(대학과정)으로 구분. 예비 초등학교부터 2차 교육 중급까지 11년간 무상교육 실시 / 다음 과정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해야 함. 6학년에서 7학년으로, 8학년에서 9학년으로 올라가는 시험은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 10학년에서 11학년으로, 12학년에서 대학 과정으로 올라가는 시험은 ‘국가시험 및 평가위원회’가 관리. 공립 상급 2차 학교에 진학을 못하면, 사립 학교에 가든지 직업학교로 감. / 그 외 721개 비정규 교육 센터(평생교육)에서 약 8000명이 공부. 이곳은 주로 문자해독에 중점을 두고 교육. 1994년 이후 약 17만 명이 혜택.
4. 부탄 교육환경의 특징
- 부탄은 워낙 두메산골이 많아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으므로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음. 그래서 아무리 적은 숫자일지라도 마을에 학생이 있으면 초등학교를 건설하도록 강제. 여의치 않을 경우 이웃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조치하거나 분교 개설을 독려하거나 사찰을 이용해 수업을 하도록 함. (2015년 기준 분교 96개) 우리가 도시화의 영향으로 분교나 작은 학교를 없애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
- 공교육은 전국적으로 표준화(전국 공통 교과서, 교사들은 3~4년마다 전근)되어있고 사교육이 없음. 물론 사립학교의 경우 따로 돈을 받고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미미함. 농촌에 있는 학교가 학생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음. 물론 도시에 비해 농촌이 교육열은 낮은 편.
- 부탄의 부모들도 교육열이 매우 높은 편. 고등학교 졸업생 중 40%가 대학에 진학. 왕립대학교 산하에 공립 대학 8개, 사립대학 1개가 있음. 의과대학 2개(2013년 설립), 경영대학과 관광대학이 각 1개씩 있음. 이 가운데 78.2%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자비로 학업 중. 상급학교 졸업생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국비로 해외 유학을 보냄. 주로 인도(50%), 호주,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자비 유학생은 더 많으나 유학 이후에는 모두 자국으로 돌아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함.
- 입시 경쟁이나 학업으로 스트레스 등이 거의 없음. 돈이 없거나 성차별로 인해 학교진학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음.
5. 부탄 방문으로 얻게 된 시사점
- 국민이 국왕과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음. 왕은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고, 국가관료가 사익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다는 철학이 분명.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며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 사회 전체가 거대한 교육의 현장이나 다름없음. 공동체가 행복해지는 길을 염원하고 실천하는 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가장 빠른 길임을 생각하게 함.
참고: 부탄 행복의 비밀(박진도, 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