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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나의 인생’가수나, 작곡가로 반평생을 보낸 사람들이 노년에 하는 말일까? 아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다 한 자리에 모인 실버밴드 <시밀레> 단원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서 로에게 건네는 말이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를 과시하며 빛나는 선율에 희망을 담 아 멋진 공연을 펼치는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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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 한 박자 늦게 들어가셨어요. 박자에 맞춰 딱 치고 들어가셔야죠. 드럼은 오늘 돌리지 마시고 기본 박자로만 갈게요. 자! 노래 준비하시고 다시 한 번갑니다.” “아이고~ 어떡해. 쉬고 왔더니 다 잊어버렸어.” 2주간의 방학이 끝나고 다시 활기를 찾은 송산노인복지회관.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포켓볼을 치는 한가로운 풍경을 지나서 찾은 강당에서는 밴드부의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바로 노인자원봉사활동으로 구성한 실버밴드 <시밀레>. <시밀레>는 지역의 소외된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의 목적으로 3년 전에 결성됐다.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모여 맹연습을 펼치고 있고, 이들을 지도해주는 선생님 역시 자원봉사자다. <시밀레>는 매년 열리는 송산노인복지관 작품발표회를 비롯해 2006년 회룡문화제. 실버문화사랑축제, 2008년 송산노인복지관 무료합동결혼식 축가 등 화려한 공연 이력을 자랑한다.여러 TV와 라디오에 방송되기도 했다. 잠깐 쉬고 와서 리듬감을 잊은 듯 보였지만 역시 시간이 갈수록 수준급의 실력을 보인다. 오늘 연주할 곡목은 <사랑의 미로>.‘ 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흥겨운 가락에 구성진 노랫말을 이 밴드만큼 완벽하게 구사할 팀이 또 있을까? 자신들이 가진 열정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삶의 활력소도 찾아 나가는 모습에 진정한 건강비결이 숨어 있는 듯 했다. 현대인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가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렇게 치면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도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정답. 여기 모인 <시밀레> 밴드 구성원 다섯 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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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미로를 열 번도 넘게 불렀을 이옥순 할머니. 그 러나 단 한 번도 소홀하게 부르는 적이 없다. 꺾어지는 가락에 완벽한 추임새. 까닥까닥 박자를 맞추는 발동작 까지. 가사에 심취해 열창할 때는 나이를 잊은 18세 소 녀 같은 모습이다. 밴드부의 화음이 깨져 중간에 노래 를 멈춰야 할 때는“여기서는 느리게 꺾어 줘야지. 이 게 포인트라고”하며 보컬답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혹 다른 악기를 배워보고 싶지는 않으냐는 질문에“나 는 노래가 딱 맞아”하며 마이크를 바로 잡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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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우리 팀 막내예요.”하면서 수줍게 웃는 드럼의 심 광자 할머니.“ 드럼은 일단 좀 힘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주로 남자들이 하는 악기인데 이상하게 한번 해보고 싶 더라고요.”드럼을 맡은 초창기 집에서 베개에 냄비를 올려두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자려고 누워서도 악보가 떠오르고, TV에서 혹 밴드가 나오면‘저 사람들은 어떻 게 연주하나’귀에는 온통 드럼소리만 들릴 정도로 대단 한 연습벌레. 물론 아직 호랑이 선생님이 무서워 연습시 간 내내 긴장하고 있지만, 일단 드럼의 쿵작쿵작 소리 자체가 너무나 즐겁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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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없이 과묵한 이원희 할아버지. 그러나 밴드구성원 중에서 가장 노련한 실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원래는 베이스기타 담당이었으나 ‘가장 어렵다(?)는’일렉기타를 선생님이 맡길 정도로 수준급 실력이다. 악보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에서 프로 음악가 자질이 엿보이기 까지. 앞으로 10년 넘게는 끄덕없이 일렉기타를 저렇게 어깨에 메고 있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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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멋쟁이 신사. 어렸을 때부터 유독 음악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던 그 시절 음악을 할 여건이 됐을 리 만무하다. 지금 늙수그레하게 여생을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며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연때 손자, 손녀들의“할아버지 정말 멋있어요.” 라는 한마디를 들으면 마치 스타가 된 기분이 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 있는 피아노로 연습하며 말 그대로 정말‘제2의 음악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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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0년 전 아코디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김갑선 할아버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정을 이루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느라 잠시, 아니 40년 동안 잊고 있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실은 아코디언이 더 어려워요. 일단 악기를 보지 않고 연주해야 하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깜빡깜빡 해서 쉽지는 않네요.”그래도 예전 실력이 남아있어서일까?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섬세한 손가락에서는 연륜의 깊이가 묻어져 나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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