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십대들은 단순하다. 단순히 외우고 외우고 거듭 외우는, 흥미로울
리 없는 수능 위주 체제를 강요당한 탓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답은
쉽게 나온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들과 과거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을
비교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바로 물질적인 풍요와 안주 속에서는 찾기
힘든- 역경과 고난이다.
물론 일반적인 삶을 부정하고 깨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 일탈자, 그
런 상황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그리 많
지 않기에 여기서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사서 고생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십대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편리함과 안온에 깊이 젖어버렸으며 이로 인해 나태해지고 있
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복잡한 문제는 생각하기조차 싫어하는 경향을 보
이며 삶을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십대들은 스스로가 자초한 회색 꿈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가질 수 없는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들을 갈망하고 그로 인한 심각한 스트
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들은 옥죄어 오는 주위 여건들을 피하고 타
협하며 욕구를 풀 활로를 찾았다. 나약한, 혹은 현실적인 대부분의 사람들
은 주어진 상황과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이러한 불만을 풀 수 있는, '모나
지 않게 즐길' 방안을 찾게 되었다. 시간이 한정되고 활동할 수 있는 범위
가 제한된 10대들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필연적으로 날 때부터 가진 욕구
와 오감을 손쉽게 자극해주면서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방향성을 띌
수밖에 없었다. 즉, 빠르고 자극적이며 깊은 사고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손쉬운, 단순한 것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런 십대의 손에 들려 읽혀지는 게 '늑대의 유혹'과 같은 책이라는 건, 어
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필자는 십대들에게, 교과서에 있는 어중간한 소설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 '
늑대의 유혹'이란 글이 대관절 어떤 글인지 무척 궁금했다.
누군가 필자에게 '늑대의 유혹'을 설명해 줄 만한 단어를 두 개만 들어
보라고 한다면 '이모티콘'과 '전형적'이란 말을 들고 싶다. 한 단어로 표
현하라고 한다면, '단순'이라고 답하겠다.
이제부터 그 연유를 말해 보겠다.
이모티콘은 일종의 기호로, 자신의 감정을 간단한 글자 몇 개로 손쉽게 나
타낼 수 있고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
고 있다.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좀 길 생각이나 감정도 이모티콘으로는 타
자 몇 번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모티콘이 언어로 그리는
소설이란 예술 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니, 이모티콘 사용 자체가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부터가 의심스럽다.
허나 십대들은 이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들 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쉽기 때문에'란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제쳐둔다 하더라도 더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남아있다. 어째
서 십대들은 글쓴이가 끊임없이 사색하고 퇴고하여 빛내는 아름다움을 등
한시할까. 그저 단어들이 지루하게 나열해 있다고 치부하고, 그와는 비교
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무성의해 보이는 이모티콘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늑대의 유혹에 쓰인 이모티콘을 통해 감히 십대의 상상력이 기성
세대보다 형편없을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고 감히 주장해본다. 그렇지 않으
면 그저 기호일 뿐인 이모티콘이 문학 속의 아름다운 단어들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없다. 십대들은 이해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재미를 찾을 뿐이다.
전형적인 전개에서도 이런 '쉽게쉽게'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도, 인물도, 전개도 지극히 전형적이다. 작가는 평범한 여주인
공과(필요 이상으로 어리숙하다) 그런 여주인공을 사랑해주는 잘난 남자
들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귀여니는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갈등 구조를 세웠다.
여성들 대부분은 글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평범하면 평범할수록 쉬 동
질감을 느끼고 동화된다. 이로 인해 어떤 장면에서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자신'과 비교해가며 동정하고, 연민을 느끼며 자위한다. 어떤 때는
사랑하고, 어떤 때는 고뇌하며, '나'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답답해한다. 만약 이를 '나'가 깨달았다면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결국 주
인공이 행복해지면서 더불어 자신도 행복해진다.
작가는 십대들을 옭아매고 압박하는 요소들에서 벗어난 남자를 등장시켰
다. 독자는 이런 특별한 남자들이 평범한 소녀를 사랑하고 집착하는 것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일종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이나 욕구를 대리 만족을 통해 풀고자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남성들 대부분은 여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
별한 존재인'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자기 한계를
잊고 그들의 정의, 그들의 이상을 자기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 이상
이란 것이 얼마나 단순한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단순하기에
더욱 즐겁다.
작가도 독자도 단순하다. 모두들 단순함에 취해 같이 단순함을 좇는다. 당
연히 글을 이루는 다른 모든 요소, 즉 단어 채택, 문장, 등장 인물, 사건,
배경, 갈등, 구조, 소재, 주제 등이 전부 단순해져 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
언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문학의 형식 조건은 이모티콘만 못한 것
이 되었으며, 진정 가치 있는 깨달음과 고뇌는 버림받고 겉치장에만 신경
쓴 졸작들이 떠받들리고 있다.
교과서의 소설들보다 '늑대의 유혹'이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세태를 단순
히 십대들 취향이라고만 쉬 단정짓는 게 능사일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
제다.
첫댓글 저도 10대인데..일부 10대라고 하는 게 더 나을 듯. 아아, 그리고 원츄입니다.+_+
음하하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저도 10대입니다. 정확히 15세이지요. 그리고 이글 정말 멋지군요[하긴 엔터신공같은거에 익숙해져잇는 일부10대들은 읽지도않고 빽빽한글이라고 내려버리겠지요]..
오옷+_+ 익명원츄님 저랑 동갑
음하하님의 말에 동감...[먼산] 원츄!
굿...[저는 14세...]
짱! (저는 15살..)
앗(-_-)...내가 늙은 거였나..ㅠ0ㅠ;;..(17)
전 중1이요-_-나이를 밝히기가 싫어요-_ㅠ학교를 일찍 들어간지라;(13) [ 온변입니다-ㅁ- ]
목련님 동갑(...)
우와 글 멋있..그래요 모든것은 수능때문이예요 수능을 없앱시ㄷ..[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음하하님 말씀에 동의. 그저 뇌에 주름이 정상인보다 없는 일부의 10대들이죠=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