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
최근 막걸리가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로 수출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걸리는 살균 처리된 막걸리다. 살균이란 쉽게 말해 막걸리의 효모를 죽이는 것으로 부패를 방지해 오랫동안 유통시키기 위함인데, 곡주 그대로의 영양성분과 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균처리를 하지 않은 생막걸리라야 한다.
흔히 우리는 좋은 술을 논할 때 먹고 나서 숙취가 적고 머리가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알코올 함량과 음주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양을 먹더라도 제조방법과 첨가물에 따라 몸에서 받아들이는 데는 차이가 있기 마련. 생막걸리는 적당히 먹었을 때 속이 든든하면서도 취기가 적고 다른 무엇보다 소화가 잘 된다는 특징이 있다.
60년을 이어온 전통의 맛
동구 세천동에 위치한 세천막걸리는 60년이 넘도록 전통 생막걸리만을 제조하고 있는 곳으로 대전에서 유일하게 여성(박충자, 66)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시아버지께서 하시던 주조장을 박충자 씨가 이어받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박충자 씨는 60년 넘는 전통 주조기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시설만 변화시킨 것이 과거와 지금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세천막걸리는 물이 좋기로 유명한 식장산 자락 세천동의 지하 깊숙한 암반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해 청청하고 깨끗한 막걸리 맛을 내고 있다. 어떠한 화학 첨가물도 넣지 않은 채 전통방식 그대로 누룩 한 가지만을 이용해 온도와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서 생산하는 것. 한마디로 자연 발효주라는 얘기다.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밀가루를 찐 다음 수분을 없애기 위해 뒤집기를 여러 번 한 후 2~3일간 1차 발효를 시킨다. 이렇게 적당히 발효시킨 반죽에 누룩과 물을 적당량 부어 다시 2차 발효를 시키는데 생막걸리가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10일 정도. 발효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온도다. 막걸리는 대개 향과 색이 비슷하더라도 발효과정 중 미세한 온도 차이로 미묘한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는데, 세천막걸리는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온도로 발효시키기를 고집한다.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기 때문에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 생막걸리만을 주조하는 세천막걸리의 유통기한은 대략 7일에서 10흘 정도. 물론 냉장보관으로 유지만 잘 하면 보름 이상도 두고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맛있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다보니 세천막걸리는 일반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고 직접 주문 배달 방식으로 막걸리를 공급한다. 한마디로 주문 제조 방식을 고수하는 셈이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막걸리는 생산지에서부터 판매제한 구역이 설정돼 있는 품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면 자체적인 소재지에만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001년부터는 구역제한이 폐지됐으나 이미 시중에는 외부의 대형업체들에 의해 잠식돼 있는 상황. 우리가 집 주변이나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정작 우리고장에서 나는 생막걸리가 아닌 99%가 화학 첨가물로 만들어진 막걸리다. 대형 업체의 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은 것도 생막걸리가 시장을 잠식하기 힘든 이유. 때문인지 세천막걸리의 생산량은 한 달 평균 15,000L밖에 되지 않는다. 막걸리 한 병이 750ml이니 한 달 총 생산량은 대략 2만병 정도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전국 최초, 포도막걸리 생산
세천막걸리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조장 최초로 포도막걸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근 대청동 지역 포도농가가 포도의 홍수 출하로 값이 떨어지고 판로를 찾지 못해 시름하고 있는 와중에 지역 농가도 돕고 소비도 촉진시키기 위해 포도막걸리를 만들게 됐다고.
2차 발효과정 중 포도를 으깨어 누룩과 함께 섞어 완성시키는 포도막걸리는 막걸리 특유의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에 마치 와인과 같은 향이 짙게 배어있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원료와 1대1의 비율로 상당량의 포도를 넣어야 만들 수 있는 포도막걸리는 포도가 출하되는 시기에 맞춰 생산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때문에 생산량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 생산된 포도막걸리는 1,000L정도.
세천막걸리에서는 앞으로 포도를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제철뿐만 아니라 언제든 포도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시스템을 완비할 계획이라니, 포도막걸리란 이름의 전혀 새로운 막걸리가 우리 전통술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날도 머지않을 거란 생각이다.
건강식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세천막걸리 박충자 씨는 “막걸리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만큼 건강식품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록 시설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술을 빚을 때의 마음과 정성만큼은 변해선 안 된다는 것. 이런 마음과 정성을 모아 빚은 생막걸리가 외부의 대량 생산업체에 밀려 정작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소외받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는 그의 말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별도의 소매점이 없는 세천막걸리는 100% 주문 판매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진다. 주로 식당이나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주문을 하면 필요한 만큼 가져다주는 것. 대전권에서는 거리에 따라 5~10병만 시키면 어디든 가져다준다니, 특별한 행사나 모임이 있을 경우 미리 주문을 하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간에 맞춰 신선한 생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문의: 274-3051)
세천막걸리
042-274-3051 대전 동구 세천동 26-2
첫댓글 ㅋㅋㅋ 막걸리도 술이라 패스~~~~~~~ㅜ
막걸리는 그맛이 그맛같던뎅;; 뭔가 다른가?? 포천막걸리가 젤루 맛있는거 아녀??ㅎ
누가 함 사셔서 맛보게 해주심 좋겠다..^^:;
막걸리~ 좋긴한데~ 다음날 머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