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초대석(배재경 시인)
만물에 대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마음,
시집 『경배합니다』 출간한 배재경 시인
-자기 소개
반갑습니다. 「뷰티라이프」 독자님. 저는 부산에서 시를 쓰는 배재경입니다. 1966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의 文靑시절을 거쳐 부산에서 줄곧 창작활동을 해왔습니다. 문단활동은 1994년 《문학지평》과 2003년 《시인》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92년부터 부산경남젊은시인회의 사무국장을 맡아 일을 하다 보니 저보다 연배가 높은 문학 친구가 많은 편입니다. 그동안 지역신문과 주간신문지 기자 등을 거쳐 출판계로 온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게릴라》, 《지평의문학》, 《가마문화》, 《문학풍류》 등 다양한 문예지 제작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계간 시전문지 《사이펀》을 만들고 있습니다. 창작시집은 『절망은 빵처럼 부풀고』, 『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 『하늘에서 울다』, 그리고 이번에 펴낸 『경배합니다』가 있습니다.
-시집 『경배합니다』 소개
시집 『경배합니다』는 특정 종교의 숭배대상이 아닌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대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미물일 뿐인데, 정치적으로 서로 다투고 지구가 마치 인간들만의 전유물인 양 살고 있는데, 한낱 잠시 머물다 가는 자연의 일부일 뿐인데, 먼저 삶을 살아온 분들에 대한 예의는 갖추자는 것입니다. 문학적으로 사업적으로 성격적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배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날의 세계적 인기가수로 성장한 BTS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앞선 세대에서 흥얼거리는 민족의 노래와 트로트가 있고 이미자 조용필 심수봉 이문세 서태지 등 앞서 음악을 해온 분들의 유전자가 지금의 BTS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시집의 시들 중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람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쓴 「경배합니다」라는 시가 있어 시집 제목으로 흔쾌히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시집 『경배합니다』를 내게 된 소감
『경배합니다』 시집은 사실 2023년경 나와야되는 시집인데, 문예지와 남의 시집들을 만들다 보니 정작 제 시집은 급하게 엮어서 엉망이더라구요. 그래서 1권도 안 남기고 전량 모두 폐기하고 이번에 다시 정리하여 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목도 『경배합니다』로 바꾸어 펴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배합니다』는 지난 10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서 2년 전 『하늘에서 울다』 시집을 펴냈지만, 그 시집은 사회성 고발을 주테마로 한 시들만 솎아낸 시집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시집이 문학적 층위에 넣고 싶은 시집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게으른 시 작업의 결과물이라 독자들에게 보이기가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경배합니다』를 읽을 독자에게 팁이 있다면
시집 『경배합니다』를 읽을 독자들이 있다면 먼저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고요. 「경배합니다」, 「어떤 부고」, 「백일홍 편지」, 「어떤 해후」 등 이번 시집에는 제 고백시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시인의 고백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시에 대한 생각이나 창작관
좋은 시를 뭐라고 딱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보편적 서정성을 지니고 있는 시가 좋겠지요. 우리 시단은 1990년대 이후 ‘해체시’, ‘도시시’ 등이 그동안의 전통 ‘서정시’와 대립의 ‘이념시’의 갑갑함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가 시의 참신성을 높인다는 명제 아래 지나친 修辭가 남발하는 시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현대의 요란한 서정성을 담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여 나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도시 서정시들이 객체화된 시들이 있는 반면 남이 쓰니까 나도 써봐야지 하는 식으로 따라 하는 시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자기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래서 수사가 남발하는 시들은 한두 편 읽다가 자기 색깔이 발견되지 않으면 외면합니다. 반면 밋밋한 서정시일지라도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시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저는 그런 시들을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애착이 가는 시 한 편
이번 시집에서 애착이 가는 시가 몇 편 있습니다. 「어떤 부고」도 제가 목격한 부분을 시화한 것이고 「경배합니다」에서 본 허리가 반 접힌 그 촌로의 뒷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픈 시가 있다면 58년 만에 만난 나의 생모를 주제로 한 시입니다. 어머니는 만난 지 두 해 만에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처음 형이 어머니를 만나러 가자 했지만 저는 싫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프다는 이야기에 형을 따라 억지로 만났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때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가셨다면 저는 평생 가슴에 멍이 깊이 파였을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가시기 전에 뵈올 수 있었고 동생들이 셋이나 생겼다는 사실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엄마가 오셨다
엄마가 오셨다
58년이 지나 엄마가 오셨다
나는 마중을 더디게 나간다
나는 마중을 아주 더, 디, 게, 나가본다
엄마는 어디를 가셨다 이제 온담!
58년 동안 뭐 하셨을까?
나는 또 58년 동안 왜 엄마를 찾지 않았지?
그렇게 어느 날
엄마는 세 동생과 나타났다
아! 내게 동생이 셋이라니!
엄마는 기적쟁이구나
갑자기 내게 동생 셋을 안겨주는 능력이라니
이제 나는 부자다
엄마가 있고 형이 있고
이쁜 여동생 둘과 잘생긴 남동생 하나
그렇게 김금희 여사가
한 꾸러미 선물을 안겨준다
엄마! 그냥 받으면 돼?
근데, , ,
이제는 또 가지 마!
얼른 병원 문 박차고 나가자 응?
사실, 지금 하고 있는 문예지 《사이펀》을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제 글을 좀 쓰고 싶어요. 더 늦기 전에.... 그동안 못 쓴 시들이며 산문도 쓰고 시평도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쉬이 여건이 안되는군요. 무엇보다 사무실을 도심 인근의 숲속으로 옮기고 싶은데, 가능할지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다음 시집은 이번 시집보다는 더욱 알찬 시들로 영글고 싶어요. 또 문예지 《사이펀》을 통해 전국의 숨은 시인들을 최대한 많이 밖으로 알리고 싶은 것이 바램입니다. 저는 유명인보다 실력 있는 숨은 진주를 만나는 기쁨이 더 크거든요.
그리고 《뷰티라이프》 독자님들께 한마디를 남긴다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위대한 작업입니다. 하시는 작업들이 모두 뜻대로 잘 승화되기를 빌어봅니다. 고맙습니다.
<뷰티라이프> 202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