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월 30일 일요일 맑음
“토요일, 일요일엔 귀농일기 쓰지 마요. 농사일도 하지 않았으니까....”
저녁마다 귀농일기로 끙끙대는 내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투정이다.
“왜 ? 아들 잘 기르는 것도 농사야. 마누라 잘 돌보는 것도 농사고....”
사실 귀농일기가 아직도 나에게 익숙하지가 않다.
국민학교 때 일기검사도 없었고, 학창 시절이고 언제고 일기를 쓴 적이 없었으니까.... 또, 글쓰기는 전혀 소질도 없었고, 죽어라 싫어했으니까...
귀농일기도 지금까지 쉽게 마무리한 날은 거의 없었고, 어떤 때는 12시까지가 보통이었다.
특히 집에 와 있는 동안에는 쓸 거리도 없다. 맨날 같은 일이니까....
그러나 나와 운사모 형제님들과 소통의 장을 닫고 싶지는 않다.
내 마음이 항상 우리 형제님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표시하고나 할까 ?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물망초의 연정이라고나 할까 ?
잘 쓰던 못 쓰던, 남부끄럽더라도 한 형제님이라도 읽어준다면 계속하고 싶다.
퇴직한 다음날, 9월 1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었던 기록도 이어가고....
오늘도 잠자다가, 떡뽂이 먹고, 또 자다 보니 귀농일기 소재를 만들지 못했다.
겸사겸사해서 “여보 나가자. 운전할까 ?” “아니, 오늘은 쉬었으면 좋겠어. 대신 바람이나 쐬러 나갈까 ?” “좋지, 어디를 갈까 ?” “글쎄....” 이런 식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놀러 다녀 본 적이 거의 없는 우리에게는 ‘어디 갈까’가 고민이다,
이럴 땐 안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솟구친다.
주말에도 항상 애들 가르쳐야 한다고 학교로 향했고, 농사 짓는다고 농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불평없이 참아 준 안사람에게 고맙다.
이제는 시간을 내서라도 마누라와 나다녀야겠다. 충정이도 이미 늦었으니까 둘 만이라도 다녀야 겠다.
“대청댐에 갈까 ?” 갈팡질팡이다. “그래요” 아무데나 가도 좋단다.
나가다가 “금강휴게소 가서 오리나 탈까 ?” “그래요” 어디든 좋다는 사람을 어디도 데려가지 못했던 내가 후회된다.
고속도로는 시원하다. “고속도로가 운전이 쉽대 매 ?”
“그럼,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고, 사람도 없잖아.” “차는 저렇게 많이 쌩쌩 다니는데 ?” “뭐 제 갈 길만 달리는데....” 믿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가는 길에 길 가에 프래카드가 걸려있다 ‘옥천 옻순 축제’가 열린단다.
‘옻 순 철이 왔구나’ 생각했다. 그런가 했지
금강휴게소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우리 빼곤 다 놀러다니느라 정신 없구나.’
막상 와보니 할 일이 별로 없다. 오리도 타는 사람이 없으니 땡겨지지 않고....
커피 한잔을 마시다 옥수수에 관심을 갖는 안사람에게 사주려고 했다.
‘한 자루 2500원’ 가격표를 보더니 안 산단다.
“대전에선 두 자루에 2000원인데 너무 비싸. 안 먹을래” “에이 그냥 먹지 그래. 휴게소는 원래 비싸잖아” 고개를 설레설레 젖는다.
여기도 할 일이 없다. “옻순축제장이나 가 볼까 ?” 요즘 옻순에 관심이 있는 안사람이 솔깃한다. 옻순 장아치가 장아치 중 제일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대나, 옻을 타는지 안 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축제장을 찾아 옥천으로 들어갔다. 인터체인지 앞 향솔공원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천막들이 주욱 쳐 있다.
‘옻을 타는 사람은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보고서도 망설이지 않는 게 신기하다. 옻 덜 타는 사람에겐 약도 준다니 ‘병 주고 약도 준단다’
한 바퀴 빙 돌아보니 옻순과는 상관없는 엿이나 버섯 등의 가게가 펼쳐있다.
옻순 가게는 하나뿐. 그런데 밑을 보니 큰 천막이 쳐있고, 먹자판이 벌어졌다.
옻순무침, 옻순튀김, 생옻순 등이 주욱 진열돼 있고, 얼굴이 불콰한 사람들이 먹고 마신다. ‘옻순이 저렇게 인기가 있나 ?’
옻순은 다 팔렸단다. 홍보관에 가 보니 택배 배달은 한단다.
나도 옻순에 관심이 있다. 앞으로 손님 대접을 하려고 농장에 옻순 40그루를 심었으니까.... 몇 년 전에 심은 20그루도 있고....
옷순 1kg에 만 팔 천원, 옻장아치 500g에 만원이란다. 괜찮은 가격인 것 같다.
농장 한 귀퉁이 경사진 돌 많은 땅에 옻나무를 많이 심어볼까 ?
판로만 확보된다면 괜찮겠는데..... ‘전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떠리라고 옻장아치 500g, 만원에 팔던 것을 두 개에 만 오천 원에 준단다.
얼른 샀다. 만약을 위해서 안사람이 먹을 ‘옻 덜 타는 약’도 얻었다.
“여보, 우리 휴일 날마다 놀러 다니자” 안사람의 주문이다.
‘그래야 겠다, 이제부터라도....’
오늘 귀농일기 거리가 생겨서 좋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겠지.
첫댓글 ㅎ 함께 여행좀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