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주말까지는 날씨가 따뜻하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교실에 들어가 보니 빈 책상이 너무 많다. 활동가가 인사를 나누며 추워진 날씨 이야기를 꺼내니, 담임 선생님이 요즘 독감 환자가 많이 생긴다고, 지금도 계속 빠진 학생들과 연락 중이라고 하신다. 조금 늦게 들어온 친구도 있고, 오늘은 5명이나 결석이다. 활동가는 지난주 읽다가 중단한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오늘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최악의 최애’ 꼭지의 앞부분을 아주 조금밖에 읽지 않았기에, 7반 친구들은 아이돌이 나온다는 것과 ‘욱일기’ 에피소드 정도는 기억을 떠올렸지만, 주인공의 이름까지는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진아의 이야기에 수민이 등장하자, 활동가가 저번에 읽은 민덕형과 연결된 이야기의 수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친구들은 “아, 그 수민이…” 하고 기억을 해낸다. 138쪽의 삽화는 이 꼭지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활동가가 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그림을 보여준다. “헉! 진아가 장애인이었어?” “다리가 불편했구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틴케이스 콘서트에서 스테프 중 한 명이 몸이 불편한 진아에게, 멤버 춘기와 함께 미담 상황을 연출하자고 제안하는 부분이다. 활동가가 친구들에게 어떤 상황으로 이해했는지 질문을 던져 본다. “춘기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진아가 장애인이라고 놀릴 것 같아요.” “(진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등의 답변이 나왔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거다. 144쪽에는 팬 사인회에서 사인을 주고받는 춘기와 대한이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 친구가 그림을 보면서 춘기의 모습이 ‘염색 안 한 대한이 같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에 대한이와 춘기가 닮아 보인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마치 알고 얘기하는 것 같아 놀랐다. 콘서트를 보고 밖으로 나온 진아와 대한이가 눈싸움하는 장면과 삽화를 보여주며, 활동가가 오늘 날씨를 보니 곧 눈이 올지도 모르겠다며, 눈이 오면 뭘 하고 싶은지 물었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눈오리 만들기 등을 이야기하며 잠시 교실이 들썩였다. 154쪽부터 졸업식 날 이야기가 이어진다. 교장 선생님이 ‘특별한 손님’이 왔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춘기!” “춘기 왔나 봐”를 외친다. 활동가가 아이들에게 졸업식 날 이런 이벤트가 있다면 누가 왔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손흥민요!” “야말!!” (야말이란 축구선수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이야기 꺼낸 친구들을 보니, 둘 다 빨간색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다. 중학생이 된 주인공들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다시 봄’을 끝으로 《최악의 최애》를 다 읽었다. 아쉬워하는 친구도 있고, “드디어 다음 책이다!!” 하는 친구도 있다.
끝나는 시간이 3분 남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활동가가 오늘 별점카드를 작성할 수 있을지 어려울지 고민하는 걸 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갔다. 활동가는 서둘러 별점 카드를 나눠주고 이번 시간에는 작성만 하고,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나누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별점을 매기고 ‘남기고 싶은 한마디’를 작성한다. 마치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부랴부랴 용지를 제출하고, 활동가는 열심히 다음 시간 안내를 한다. 다음 주에는 이 부분을 정리한 뒤, 다음 책 《리보와 앤》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
활동가일 때는 몰랐는데, 기록자일 때 보이는 부분이 있다. 지난주와 오늘의 7반 상황이 그랬다. 나도 활동가였다면 3분, 5분 남은 시간이 아까워서 다음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해 두면 다음 시간에 더 빠른 진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주 새 에피소드를 한쪽 반 정도 읽어놓은 덕분에 오늘 바로 이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지난주 남는 시간에 아이들과 감상을 조금 더 나누고, 오늘은 새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별점 카드도 그렇다. 아이들이 책의 감상을 지니고 있을 때 빨리 별점 카드를 쓰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다음 주에 차분하게 별점을 매기고 감상 나누기까지 연결해서 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답은 없다. 책을 직접 읽어주는 활동가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하는 고유의 영역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바라보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거다. 40분 동안 긴 호흡의 책을 계속 읽어주는 일도, 귀만 열어놓고 듣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동화책 한 권을 그렇게 마무리해 낸 활동가와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첫댓글 책만큼 정해진 시간 안 다양한 변수까지
매 순간 대단함이 느껴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