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에 대한 시인의 간절한 애정과 경건한 자세가 이 작품은 조지훈의 초기 시에 드러나는 특유의 적막감과 비애 어린 서정성이 흠뻑 나타나 있다. 이 작품에서 빚어진 물외한인(物外閒人)의 감정과 자연을 관조하는 정신으로 말미암아 평자(評者)에 따라서는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으로 보기도 한다.
떨어지는 꽃을 보며 삶의 쓸쓸함을 노래하는 화자는 어둡고 애수 어린 문위기에서도 꽃의 떨어짐에 대해 격정적인 슬픔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언젠가 꽃은 떨얼질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저하기에, 그는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라며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화자는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는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한다. 이러한 화자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어디선가 소쩍새가 서럽게 울어 대고, 어둠이 서서히 벗겨지며 ‘머언 산이 다가선다’ 그러한 허전한 시간에, 촛불을 끄고 어둠과 마주하며 뜰에 어리는 ‘꽃 지는 그림자’를 바라보았을 때, 지는 꽃에 대한 자신의 서글픈 감정으로 인해 ‘하얀 미닫이 문’은 꽃의 붉은 그림자로 은은히 붉어진다. 이렇듯 떨어지는 꽃에서 느낀 비애감을 말한 다음, 화자는 ‘묻혀서 사는’ 자신의 심정을 아는 이 없기에 ‘꽃 지는 아침은 / 울고 싶어라’ 라며 세상을 피하여 홀로 사는 자신의 적막한 심경과 소멸해 가는 이름다움을 노래한다.
화자는 ‘떨어진 꽃’을 통하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목숨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의 ‘낙화’는 꽃이 떨어진다는 자연적 현상과 더불어 고귀한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는 복합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정돈된 시어와 시적 균형미로 슬픔을 억제하며, 전통적 율격의 적절한 배합 속에서 삶의 짙은 우수를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소개]
조지훈(趙芝薰)
본명 : 조동탁
1920년 경상북도 영양 출생
1939년 『문장』에 「고풍의상(古風衣裳)」, 「승무(僧舞)」, 「봉황수(鳳凰愁)」 등이 추천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