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0주일 강론 :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요한 6,51-58) >(8.18.일)
*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라고 강조하십니다. 성체를 자주 모시고, 주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청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구교우 집안 출신의 어느 수사님의 어린 시절 일화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 수사님은 매주일 가족과 함께 성당에 다녔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평일미사에 거의 빠지지 않는 분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동네에 예배당이 하나 생겼고, 새 신도들을 모았습니다. 어린이들을 모을 때면 “어린이 예배”에 오게 했고, 예배 후에는 일찍 온 순서대로 몇 사람에게 뽑기 놀이판에 있는 번호를 뽑을 기회를 줬습니다. 그런데 번호를 잘 뽑으면, 그 당시 어린이들이 원하는 인형, 사탕, 과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월요일 학교에 가면, 예배당 친구들이 “어제 교회 가서 무엇을 뽑았다.” 또 “누구는 더 좋은 것을 뽑았다.”라는 말을 자랑처럼 했답니다. 하지만 그 수사님은 어린이 미사 없는 시골성당을 다녔기 때문에 어른들과 함께 미사를 드린 후,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게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난 어느 주일 아침, 수사님 가족은 성당에 갈 준비를 하는데, 수사님이 선전포고하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예배당에 다닐 거야.”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나 봅니다. “우리 아가, 성당에 늦겠다. 옷 입어야지.” “할머니, 나 이제 성당 안 가. 예배당에 갈 거야.”
그때서야 할머니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 아가가 뭐 때문에 화가 났나? 오늘은 왜 성당에 안 가려고?” “할머니, 천주교 믿어 봐야 별거 있겠어?”
언젠가 TV에서 천주교 박해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중의 어느 배우가 배교를 하면서 했던 말이 “천주교 믿어 봐야 별거 있겠어?”였습니다. 그런데 아주 열심한 할머니 앞에서 그 말을 해버린 것입니다. 그 순간 집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할머니와 어머니, 또 두 누나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춰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날 아버지가 출장 가시고 안 계셨답니다. 만일 아버지가 계셨다면 개박살 났을 것입니다.
서서히 정적이 걷히며 어머니의 무서운 눈초리와 두 누나의 황당한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마음 아픈 것은, 할머니가 갑자기 가슴을 잡고 너무나 서럽게 우시더랍니다. 눈물을 흘리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서, 우리 손자가 이런 말을 다 하고. 천주님, 성모님 앞에서 이 잘못을 어찌 갚을까? 천주님, 용서해주세요.”
그날 할머니는 피눈물을 쏟으시는 것 같았답니다. 한평생 하느님 안에 사셨고, 하느님만 바라보며 자식들과 손자들을 다 키우셨고,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언젠가 돌아갈 하느님 품을 기다리시며 매일 기도하시던 할머니가 그토록 서럽게 우시는 것을 처음 보았답니다.
그런데 어린 수사님이 그날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말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성당 가면 뽑기 놀이도 안 하고, 먹을 것도 안 주고.’였는데, 그 말을 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울면서 쓰러지셨습니다.
그 사건 이후 일주일이 지나, 평소처럼 수사님 가족은 주일미사를 다녀왔고, 수사님은 방으로 들어갔는데, 10분 후 할머니가 불렀습니다. 할머니는 뽑기 놀이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계셨고, 할머니 옆에는 뽑기 놀이 경품들이 들어있는 비닐봉지가 있었습니다.
“성당에 다녀올 때마다 한 번씩 하라고 하느님이 나한테 주셨어. 한 번 뽑아봐.” 수사님은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 얼굴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지만, 입술을 꼭 깨물고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뽑기 놀이판에서 번호를 뽑았는데 꽝이었습니다. 안쓰럽게 쳐다보는 할머니 앞에서 한 번 더 뽑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미사 다녀오면 다시 뽑을께요.”
그 후 주일미사뿐 아니라 평일미사도 할머니, 어머니를 따라다녔답니다. 성당 갔다 오면 할머니와 뽑기 놀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천주교 믿어봐야 별거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할머니가 준비한 뽑기 놀이 때문에 열심히 성당에 다녔고, 또 모든 것을 걸고 하느님을 믿은 결과, 사제가 되어 충실하게 살고 있답니다.
2. 어느 국수 가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국수 가게의 주인 부부는 30년째 국수 가게를 하고 있는데, 아들은 휴일에 가게로 가서 부모님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년의 남성이 하신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네에 남매를 키우는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손주 손녀 남매를 데리고 국수 가게에 자주 왔답니다. 그 할아버지는 동네 마트에서 카트 정리 알바를 하시면서 생계를 이어가시는데, 더위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끼리 와서 국수를 한 그릇 시켜 먹고 있었는데, 중년의 남성이 식사를 다 한 후에 계산해 달라고 했습니다.
“국수 한 그릇 4,000원입니다.” “저쪽 애들 것도 계산해주시고, 미리 200만 원 결제할게요.” 그 말에 너무 놀라서 왜 그러시는지 물었더니 “저쪽 애들을 보니, 옛날에 어떤 아주머니가 저한테도 이렇게 해주셨던 게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남자애가 여동생 챙긴다고 한 젓가락도 못 먹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습니다. 돈이 없으니 한 그릇 시킬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서 어려운 아이들 오면 공짜로 주라면서 200만원을 결제하셨습니다. 여러분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만나면, 하느님이 그들을 돕는 수호천사로 나를 이 자리로 보냈다고 생각하면서 즉시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3.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엇을 사든 그 값을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미사 때마다 당신 몸을 공짜로 내어주십니다. 부족하고 죄 많은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오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성체를 잘 받아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