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추억을 먹고 남기기 위해 떠났다.
1박2일 강화도 여행. 함께 한 모든 시간이 행복이었다.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한 가족여행은 감동이고 참 따뜻했다. 좋았다.
아침 10시에 출발.. 1시간 20여 분을 달려 강화도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식당 주변을 둘러보며 가족사진 한 컷. 남는 건 역시 사진이지..
비 갠 하늘이 좋고 살짝 바람도 불고.. 갯벌의 탁 트인 풍경에 힐링이 저절로 된다.
추억의 동막해수욕장을 찾았다. 일요일이라 사람들로 붐비고 갈매기는 새우깡을 달라며 비행쇼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왔던 그때 그 장소, 텐트 치고 물놀이하던 장소를 기억한다.
그 시간이 벌써 15년이나 지났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초등학생은 가고 20대의 청년이 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이곳저곳 여행을 참 많이 데리고 다녔다.
아주 어렸을 적의 기억은 못 하지만 초등학생 무렵부터는 기억이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피나는 노력(?)을 알고 있다.
추억이 많다는 것은 얘기할 것과 글로 쓸 거리(소재)도 많다는 것이다.
출출함이 급 밀려오는 타이밍에 예약해 둔 식당에 도착하니 벌써 손님이 가득이다.
오랜만에 푸짐한 회를 맛있게 먹는 삼 부자(父子)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카페를 찾았다. 지역에서는 손님이 많고 꽤 알려진 카페(아매네)다.
건물 외형이 특이하다. (기울어진 것 같다.)
달달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각자의 취향에 따른)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엄마 아빠의 생각.. 지난 추억의 시간들.. 미래에 대한 꿈과 얘기들..
과묵한(?) 큰아들도 한 마디씩 호응을 한다.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내자.
아들들 결혼하면 이렇게 가족여행 올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거야.
그동안에라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시간 맞춰서 여행 다니자. 해외여행도 가보고.
참~~ 좋네. 돈과 시간만 있으면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더라. "
네 명이서 완전체로 가족여행을 온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
들뜨고 흥분해서 더 말이 많아졌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저녁은 인근 쌈밥집을 갔다.
유명한 수제버거집을 생각했었는데 아쉽게도 영업이 종료되어서 메뉴가 바뀌었다.
남편이 추천한 쌈밥집.. 이 집도 소문난 맛집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아주 만족했다.
싱싱한 쌈 채소를 배불리 먹었다. 아들들도 잘 먹는다. 고기라면 무조건 좋아하니까.
만족스러운 저녁식사 후 캔 맥주와 구운 오징어를 앞에 두고 2차 가족 환담..
아들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너무 말이 많으면 잔소리라 생각하고 싫어할 수도 있는데..
자식들 얘기도 많이 듣고 싶은데. 또 나만 수다쟁이가 되고 말았다.
"엄마 아빠가 너희들한테 부담 줄 일 없어, 그 부분은 신경 안 써도 돼.
아빠 은퇴하시면 서해부터 동해까지 일주할 계획이야.
엄마 아빠는 그렇게 노후를 행복하고 잘 지낼 테니 아들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결혼 상대는 너희들의 선택이니 반대할 생각은 없어.
다만 좀 밝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면 좋겠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의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아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부모 욕심이다.)
그런 부모는 선택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건강하고 밝은 사람이면 돼.
가족의 화해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는 조화롭고 화합을 잘 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고
이 세상에 엄마 아빠 없더라도 형제간에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야."
엄마가 우리 오 남매에게 당부하던 말을 나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었다.
부모의 마음은 똑같은 것일까?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자식들이 우애 있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들들은 이런 부모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확실히 나이를 먹은 것이 맞다.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고 당부하고 싶은 말들만 자꾸 늘어나는 것을 보면.
멋진 강화도의 밤 풍경을 즐기며 흐뭇한 굿밤을 보냈다.
남편도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노라 좋아한다.
TV에서 가슴 아픈 사연을 본 기억이 있다. (가족여행을 많이 가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자식의 사연인데..
돌아보니 부모님과의 추억이 너무 없어서 슬프다고 했다.
여행을 간 기억도, 사진도 없으니 그 한스러움이 두고두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부모님 모습도 희미해지고, 목소리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어떤 이는 생전에 부모님 목소리를 녹음해 둔다고 했다.
그리울때마다 부모님 목소리를 듣고 기억하고 싶어서라고.
나도 따라 해봤다. 통화할 때 부모님 목소리를 살짝 녹음해 두고 들었다. 가끔 생각날 때.
팔 순을 훌쩍 넘기셨지만 아직은 건강하신 부모님이 곁에 있다.
두 분을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두렵지만.
연세가 드시니 이제는 여행도 귀찮아하고 힘들어하신다.
그나마 정정하실 때 이곳저곳 모시고 여행 다닌 추억으로 위안을 삼아보지만
추억을 남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에게 슬픈 일이다.
이번 여행으로 소중한 추억을 많이 남겼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추억을 많이 남기고 저축해두려고 한다. 차곡차곡..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서.
추억의 책 장을 한 장씩 넘겨보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