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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시간의 강점 샤워 : 타인과 관계 맺기 위한 핵심 요소 ‘자존감’
1) 인생의 태도를 결정하는 첫 마음, 동심
인간은 누구나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인생 전체에 비하면 무척 짧은 나날이지만,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개 그 짧은 시절 경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어떤 사건이 한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기도 하고, 그때 만난 누군가와 인격적 관계가 세상을 향한 따뜻한 태도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사람의 첫 마음인 ‘동심’이 다양한 환경과 사람을 만나며 어떤 무늬를 마음에 새긴 한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물론, 어른이 된 뒤에도 이러한 성격이나 태도는 이어지는 인생 속 여러 경험과 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특히, 어린 시절 인격적 존재로 대우를 받았던 그 존중의 느낌을 우리 뇌는 무의식 깊은 곳에 고스란히 기억합니다. 어른이 되어가며, 혹은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어두운 터널이나 힘든 순간을 만날 때마다 무의식 속에 저장된 그 기억을 불러냅니다. 이 기억이 마중물이 되어 끝까지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다른 이도 사랑하는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에서 ‘아이들의 행동 선택은 본인의 이성적인 학습이나 의지보다 이처럼 깊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고 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며 건넸던 찰나의 말과 느낌과 눈빛은 아이 마음에 시각과 청각을 넘어선 오감의 생생한 영상으로 각인됩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무언가를 잘 해냈을 때 둘레 어른들이 온 마음을 다해 전한 칭찬과 인정은 무의식의 가장 맨 윗자리에 저장됩니다. 그 뒤 아이가 삶을 살아가며 다른 선택의 순간에 놓였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 긍정적인 기억은 스스로 좋은 행동을 선택하게 안내합니다.
2) 자존감과 탄력성
사회학적·심리학적 맥락에서 자존감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첫째는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고 남에게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둘째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입니다. 전자는 내가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소중한 사람이라는 감정이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내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믿음입니다. 후자는 어떤 도전 앞에서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마침내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이라는 자기 신뢰입니다.
어울려 살게 돕는 사회사업가로서 우리는 특히 자존감이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독』 저자 심리학 교수 류샹핑은 자존감의 핵심적인 기능은 단순히 홀로 만족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맺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마음은 둘레 사람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기에, 자존감 자체가 곧 대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역동적인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둘레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지고, 자기애가 없으니 자존감이 낮아지며, 결국 타인을 품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 사회성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스스로 가치 있게 존중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는 다른 사람 역시 귀하게 존중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타인을 헤아릴 마음의 자리가 넉넉하고 품이 넓으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성이 발달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건 곧 타인이 나를 받아들이고 나에게 호의적이며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는 든든한 확신을 품고 있음을 뜻합니다.
또한, 자존감은 인생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탄력성(회복탄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탄력성이란, 역경을 만났을 때 단순히 그것을 꾹 참아내는 인내심이 아니라 고난을 딛고 이전보다 더 높이 튀어 오르는 힘을 말합니다. 고무공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깊이 들어가는 듯하다가도, 손가락을 떼는 순간 처음 위치보다 더 높게 튀어 올라가는 모습을 뜻합니다. 힘든 경험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마음의 근력인 셈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존감이 높은 이들은 자기 존재와 장점을 확신하기 때문에 어떤 실패를 겪어도 자아 전체에 큰 상처를 입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어떤 일의 결과가 나쁠 때 그 사실 자체만 객관적으로 바라볼 뿐, 자기 존재 전체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며 수치심에 빠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단지 특정 분야에서 나의 능력이 잠시 부족했던 것뿐(류샹핑)’이라고 유연하게 해석하는 겁니다.
이처럼 자신과 사회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믿음에서 비롯한 높은 자존감은, 숱한 역경 속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위치를 매기는 건강하지 못한 습관에서 벗어나 자존감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만 있다면,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심리적 억압과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안개 걷듯 사라질 겁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도울 때 이와 같은 자존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사회사업가에게 그만한 보람은 없을 겁니다.
3)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마음의 근력, 즉 탄력성과 자존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이는 결코 혼자만의 노력이나 타고난 유전적 조건으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존감은 유년기 시절 부모와 맺는 안정적인 애착 관계, 즉 어떤 조건이나 이유 없이 자기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는다는 안정감 속에서 싹을 틔웁니다(류샹핑). 이렇게 충만한 사랑과 적절한 지도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대인 관계를 이끌어갑니다. 결국, 자존감과 탄력성은 ‘좋은 사람과 건강한 인간관계’라는 생태적 환경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습니다.
범죄학에서 자주 비교하는 두 사람 인생 이야기는 이러한 관계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경찰대학 표OO 교수와 희대의 탈옥수 신OO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름이 똑같은 두 사람은 나이도 한 살 차이로 비슷했고, 둘 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온갖 말썽을 피웠으며,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강한 체벌과 엄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은 극적으로, 경찰과 범죄자로 달라졌습니다. 그 결정적인 갈림길에서 표OO에게는 잘못을 저질러도 따뜻한 가슴으로 위로와 격려를 건네준 이웃 아주머니와 선생님들이 계셨던 반면, 신OO에게는 이웃의 싸늘한 시선과 교사의 무정한 욕설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신OO은 훗날 회고록에서 국민학교 5학년 시절, 학교에 낼 돈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심한 욕설과 모욕을 준 교사 때문에 마음속에 악마가 생겨났다고 고백했습니다(한겨레, 2013.3.22.).
수치심은 인간을 가장 약하게 만드는 의식입니다. 약해진 인간은 결국 악해지기 쉽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을 가른 본질은 둘레 사람들과 사회가 건넨 긍정적인 연결고리, 즉 ‘사회적 유대’의 유무였습니다. 유대가 강한 사람은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지 기반을 잃고 사회적 낙인이 찍힌 아이는 변화를 시도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문제아’라고 불리고, 결국 비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기범의 동화 『문제아』의 주인공 역시 자신을 문제아로만 보는 교사 앞에서는 철저히 낙인대로 행동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대하는 신문 배달 봉수 형 앞에서는 평범하고 순수한 아이로 돌아옵니다. ‘만약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편견 없이 보통의 아이로 대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주인공의 독백.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지 못해 달라지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우리 청소년 약 70%가 어려움을 만났을 때 상의할 어른이 단 한 명도 없다(EBS ‘가족쇼크’, 2014.11.)고 했습니다. 이런 서글픈 현실 속에서, 나의 강점을 볼록렌즈로 봐주고 약점을 오목렌즈로 봐주는 존재가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심리치료사 박상미 교수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에서 ‘자신이 꿈꾸는 분야에서 목표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유전자나 환경이 아닌, 바로 곁에서 응원을 보내주는 한 사람의 존재’였다고 했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합니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의 카우아이섬 종단연구 역시 이 위대한 진실을 증명합니다. 척박한 환경이나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바르게 성장해 성공적인 삶을 일궈낸 아이들의 곁에는, 그가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베풀어준 ‘전환점이 된 단 한 명의 어른’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그 어른은 가족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실제로 교사이거나 이웃, 친구, 혹은 사회사업가였습니다.
문학 속에서도 이런 관계의 중요함은 어렵지 않게 만납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다섯 살 제제는 아빠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져 강물에 뛰어들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 제제를 안아주며 존재 자체를 귀하게 인정해준 동네 이웃 뽀르뚜까 아저씨가 없었다면 제제는 위기를 넘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림책 『까마귀 소년』에서 따돌림당하던 아이 ‘땅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남다른 자연 관찰력과 까마귀 울음소리라는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고 무대 위에서 빛나게 도와준 이소베 선생님이라는 좋은 어른을 만났기에 비로소 ‘까마둥이’라는 매력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참혹함 속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전부 잃은 사람도 그 한 사람을 만나면 그 한 사람을 통해서 세상과 사람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정혜신, 2018)’고 합니다. 비행소년들을 지키기 위해 사법형 그룹홈(대안가족)을 제안했던 판사 천종호(2013) 역시 ‘잘못을 저질렀어도 아무 조건 없이 두 팔 벌려 품어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으면 반드시 기적으로 화답합니다. 거창한 도움은 아닐지라도 위기 순간 마음속 괴로움을 털어놓으며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사람, 그렇게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사회사업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4) 사회사업적 대안 ‘성취’와 ‘관계’
삶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탄력성, 그리고 탄력성의 핵심 요소인 자존감과 성취감. 탄력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좋은 사람과 인간관계. 또한, 다양한 과업의 성취 경험. 정리하면,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 좋은 사람들과 잘 연결되어있으면 (관계)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이를 잘 거들 수 있습니다. 생태 관점과 강점 관점을 명확히 지닌 사회사업가는 아이의 잘못과 싸우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의 온갖 문제, 그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돕기 쉬워 보이는 게 없습니다. 아이의 문제를 나열하고 하나씩 제거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는 오히려 아이를 둘러싼 부모나 이웃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단절시키고, 문제를 더욱 크게 키우는 역효과를 낳기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도 아이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문제를 희석 상쇄 무력하게 하는 방법은 해볼 만합니다. 이때, 그 강점이 바로 아이가 혼이 빠지게 몰입할 만한 일,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는 일 따위입니다. 다른 하나는 믿고 의지할 만한 좋은 사람과 관계입니다.
이 모두를 이룰 수 있는 일이 ‘단기사회사업’과 같은 활동입니다. 단기사회사업은 사회복지대학생이 방학 중 4~5주간 사회사업 기관에서 수행하는 사회사업입니다. 심화 실습입니다. 사회복지정보원이 주선하는 단기사회사업은 사회사업 원론인 『복지요결』 방식으로 사업을 단기(4~5주)에 실습 대학생이 이뤄갑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자연력으로써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사회사업을, 전공 대학생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실습 동안 만나는 아이들이 하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의 계획부터 모집 섭외 진행은 물론, 예산 마련과 평가까지 아이들이 이루게 대학생이 돕습니다. 그 대학생 선발 또한 아이들이 맡아 이룹니다.
단기사회사업이나 실습이 아니어도, 아이들과 해볼 만한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을 아이들이 주도하게 하며, 아이들 둘레 사람이 거들게 하면 됩니다.
여행이나 캠프, 골목 놀이터나 일상생활기술학교 따위의 과업을 주도적으로 이뤄가는 가운데 아이들은 “내가 했다.”, “할 수 있다.” 하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다양한 일의 계획과 성취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가운데 다양한 인간관계가 풍성해집니다. 어울리는 친구가 늘어나고 인사하는 어른이 많아집니다. 부모와 관계, 친구와 관계, 마을 어른과 관계. 다양한 관계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아이의 탄력성으로 자리합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고 남에게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활동을 거치면 이 두 마음이 깊어집니다. 사회사업가가 우리 마을 아이들을 돕는 활동으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탄력성의 핵심을 이루는 ‘인격과 관계’를 선물하면 좋겠습니다.
5) 100시간의 강점 샤워
빈곤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해도 가정이나 학교, 지역사회 등으로부터 적절한 지지와 관심을 받으면 심리가 안정되고 사회적 적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는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 짧은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조금이라도 심어주어야 한다. 비록 그 추억이 반딧불 같이 작다 해도 방치되어 외롭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는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아름다운 별빛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천종호)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이고 남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인 자존감. 아동 활동을 주제로 복지관 단기사회사업에 참여하는 전공 실습 대학생을 떠올렸습니다. 학생들이 아이들과 밀도 있게 호흡하는 시간은 약 20일, 하루 평균 5시간씩 계산하면 총 100시간에 달합니다. 사회사업가와 전공 실습 대학생은 이 금쪽같은 시간을 아이들의 실수를 지적하고 훈계하며 고치려 드는 데 낭비하지 않습니다. 지적과 훈계의 유효기간은 짧고, 그 사이에 아이 마음을 안아주고 응원할 시간은 금세 흘러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그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대신 우리는 이 100시간을 아이들의 온 삶에 소나기처럼 뿜어 내리는 칭찬과 인정을 가득 적셔주는 ‘100시간의 강점 샤워’ 기회로 삼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발견한 아이의 장점, 매력, 열망, 재능, 희망, 감사, 칭찬 따위를 20일간 꾸준히 말해줍니다. 매일 이를 엽서나 편지에 적어 전합니다. 포옹인사 하며 이를 전하거나 직접 읽어줍니다. 20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너를 믿고 응원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고, 너만의 단 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100시간의 강점 샤워!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며 긴 터널과 같은 어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이 구간을 이겨낼 힘은 평소 느끼는 삶의 행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 감정보다 부정적 감정을 1.4배 강하게 받아들이고,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3배 이상 오래 기억합니다(박상미). 좋은 사람의 말은 쉽게 잊으며 기억해내지 못하고, 나쁜 사람과 좋지 않은 기억은 오래 간직하며 힘들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자주 더 깊이 행복감을 느끼게 긍정적 감정을 1.4배 이상, 좋은 기억을 3배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100시간의 강점 샤워’ 이유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온전히 네 편이며, 너를 끝까지 믿고 응원하는 네 삶의 단 한 사람이 되겠다’는 확신을 구체적으로 전할 때, 아이들의 굳어있던 자아상과 무너진 자존감은 다시 깨어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여름 활동에 전공실습대학생으로 참여했던 강경희 학생이 활동 가운데 부모님들께 보낸 편지 가운데 일부입니다.
‘골목놀이터’ 전공실습대학생 강경희 학생이 학부모님께 보낸 편지’
민서 어머니, 골목야영 선생님 강경희입니다.
오늘 민서 예림이 승우 모여서 골목야영 때 무엇 하면서 놀지 의논하고 직접 바깥에서 놀면서 놀 장소를 정해보았습니다.
민서가 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야영에 참가할 저학년 친구들을 많이 생각해주더라고요. 우리가 야영 때 할 놀이 중 하나로 보물찾기를 하기로 했는데, ‘당첨’이 적힌 종이를 찾은 친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생각하다, 민서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동생들에게는 연필과 지우개를 선물하는 게 어떨지 말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재밌게 보물찾기 하고 끝!’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를 열심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참 기특했어요~
민서 예림이 승우가 이제 3학년이라 재미없으면 막 뛰어놀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법도 한데, 같이 어떤 놀이를 할지 정하고, 놀이 규칙 만들고, 주의사항도 같이 정하는 동안 집중하는 모습 보고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차분하게 회의할 때는 함께 의논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고! 함께 의논하면서 제가 절로 흐뭇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오늘 활동 끝낼 즈음에는 밖으로 나가서 아이들이 제게 ‘몸으로 말해요’ 놀이 가르쳐주고 골목 평상에서 같이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티 없이 맑은 웃음으로 “꺄르르” 하며 놀이하니 제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들한테 다음에 만나서 또 뭐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놀이 놀이 놀이요!” 하더라고요 하하! 아이들은 역시 놀이가 참 재밌나봐요. 제게 웃음과 기쁨 주는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들 오늘 활동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했으니 집에서도 많이 칭찬 격려해주세요.
『나가 놀자』에서 발췌·편집
편지 뒤에 이어지는 강경희 학생 기록.
“어머님들께 매일 이야기 전해드리다 보니 아이들 강점이 눈에 더 잘 들어왔습니다. 아이들과 활동하는 하루하루, 오늘은 어떤 강점 발견했는지 새로운 이야기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아이들 덕분입니다.”
우리가 사회사업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가운데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이런 활동을 계획하여 진행합니다. 그 활동에 아이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게 안내합니다. 그 속에서 성취를 경험하게도 하지만, 그 일을 ‘100시간의 강점 샤워’ 구실로 활용합니다.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 응원 경험이 아이 인생을 달라지게 할지 모릅니다.
실제 복지관 여름 단기사회사업 ‘골목놀이터’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글은 이 강점 샤워의 변화가 가정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생생히 보여줍니다.
골목놀이터에 다녀온 후, 또 다음 골목놀이터를 향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과, 모든 활동을 마친 후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마음을 느낀 후, 그리고 자꾸 다음 골목놀이터를 벌써부터 기대하고 기다리는 아이들 모습과 마지막으로 골목놀이터 활동보고서를 읽은 후의 제 마음에는 여러 죄송스런 마음과 큰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평생 살면서 힘들거나 즐거울 때 이 즐거웠던 기억들이 얼마나 큰 추억과 힘이 되어줄까 하는 마음에 잠시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저 역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어른이 된 지금에서도 어린 시절 우연한 기회에 가 있게 된 시골 한 달 생활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아직까지 꺼내어보면서 웃기도 하고,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며, 때론 그때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골목놀이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입니다. 항상 어떤 놀이에서든 프로그램 행사이던 주로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이 따라오는 잘 짜인 틀에 아이들을 끼워 넣는 형식인데 반해, 골목놀이터는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주체가 되어 진행시켜주실 선생님들을 오히려 아이들이 면접관이 되어 질문을 드리고, 선생님들을 선발하고, 또 놀이를 정하는 식의 생각에 의한 행동이 아닌, 어떤 놀이와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모조차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해주기 힘든,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놀이를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신 부분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어떤 활동과 놀이를 했는지를 제가 묻고, 이리저리, 요리조리 물어봐야 대답을 해주던 아이들이 요 골목놀이터에 다녀온 후로는 아주 말이 많아져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지나고 보니 자신들이 했던 여러 많은 생각이 실천이 되고 또 실행이 되는 모습이 신기하고, 또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즐거움과 자신감 등의 여러 방식의 감정을 아이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표현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어제는 어떤 걸 했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고, 나는 어땠어, 그래서 내일은 이런 걸 해보면 어떻겠냐고 꼭 얘기해야지, 이렇게 놀이나 같이 활동하는 아이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오늘은 무슨 놀이를 하는데 누구랑 무슨 일이 있어서 내가 속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런데 내가 순간 화를 냈는데 마음이 불편했어. 그래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려고…. 아이들이 놀이뿐 아니라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서로 부대끼고 풀어가는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어주었답니다. 단기간 하루 이틀이 아닌 4주에 걸친 프로그램이었기에 특히 더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주간의 아이들이 집에서 조잘조잘 해주는 얘기들도 열심히 듣고,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셨던 선생님들의 아이들에 대한 여러 칭찬 말씀들. 그날그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시며 하루에 꼭 칭찬해줘야 하는 얘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왜 그동안 나는 부모로서 아이들의 칭찬보다는 잘못한 것들에 두 눈을 크게 뜬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이 칭찬을 통해 자만보다는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서 고래도 칭찬을 해주면 춤을 추는 거였구나 싶었답니다. 고래도 춤을 추게 하는 칭찬을. 앞으로는 저도 열심히 저희 아이들에게 해주려고 합니다.
* 학부모님 편지 원문 https://cafe.daum.net/coolwelfare/O2Kk/220
이 원고를 쓰는 가운데 사회사업가 조 선생님과 산에 다녀왔습니다. 오가며 원고의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선생님이 어린 시절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한참을 걸어가야 한 집 나오고, 또 한참을 가야 이웃을 만나는 마을이었습니다. 남루한 옷에 흙투성이 아이였습니다. 어느 여름, 도시 대학생들이 시골 마을로 ‘농활’을 왔습니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지저분하고 못났다고 생각했던 소심한 그 아이는 근사한 도시 대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느 대학생이 먼저 다가와 괜찮다며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초라하고 소심했기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멋있어 보였던 대학생이 자기 존재를 알아주었던 그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귀하게 대해주는 그 한 번의 포옹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나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나는 좀 혼나야 해.’, ‘나는 좀 맞아야 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이는 더욱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대의 변화를 마음에 두면서 ‘너는 좀 혼나야 해.’, ‘너는 좀 맞아야 해.’ 하고 생각하거나 말한 적은 분명 누구나 한번은 있을지 모릅니다. 심지어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을 겁니다. 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지적이나 훈계를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해온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아이들을 실습 대학생이 만나는 날은 20일에 불과합니다. 이 짧은 시간에 실수나 실패를 보며 지적하고 이를 고치려 하다가 안아주며 응원하는 시간이 다 흘러가 버립니다. 실수와 실패는 더욱 나은 삶으로 가는 여정에 불과합니다.
샤워는 ‘소나기처럼 뿜어 내리는 물로 몸을 씻는 일’을 뜻합니다. 아이에게 100시간 동안 강점 샤워를 해주는 순간, 그 아이의 겉모습은 씻겨 내려가고 그 속에 감춰진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고 남에게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드러납니다. 우리에게 만이라도 보여줄 겁니다.
‘작은 변화를 원하면 하는 행동을 바꾸고 큰 변화를 원하면 보는 관점을 바꿔라(스티븐 코비)’고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현실이 되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말로 존중합시다. 포옹하며 응원해줍시다. 한 명 한 명 ‘100시간의 강점 샤워’를 시작합니다. 이 작은 일이 그 아이에게는 맑은 영혼의 심폐소생술일지 모릅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편 하나면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여.
내가 니편 해줄 테니 너는 너 하고픈 대로 다 하고 살아라. 이 할망이 모든 거 다 해줄 거여.”
영화 <계춘할망> 중에서
동네 아이들과 '일상생활기술학교', 이렇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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