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야오는 이번에 처음 가 본 곳인데 많지 않은 한국인 여행자들의 후기가 극과 극으로 달랐었다. "인생 최고의 힐링 여행지"라는 사람부터 "달랑 호수 하나, 볼 게 아무 것도 없는 최악의 도시"라는 사람까지. 우리의 결론은? 꽤 괜찮은 여행지.
#1월 19일
구 터미널에서 그린버스를 타고 (66밧) 두 시간을 달려 파야오 터미널에 도착하니 뚝뚝 하나 없다던 누군가의 후기와는 달리 뚝뚝이 두 대 씩이나 기다리고 있다. 80밧을 주고 꽌파야오('꽌' 호수를 가리키는 지역 사투리) 근처에 있는 코지네스트로 갔는데,
구글지도에서 최저가 850밧을 보고 들어간 멀끔한 호텔인데 1,200밧을 달란다. 처음엔 이틀에 1,200이라는 줄 알고 오케이! 여권을 꺼내 체크인을 하려는데 그게 아니다. 1박에 1,200이라는 것이다. 고민과 흥정이 오간 끝에 2박 2,000밧으로 합의를 보았다.
꽌파야오는 큰 호수다. 둘레가 28킬로미터라던가. 호숫가에 조성된 공원길을 따라가다가 일단 쌩따완이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맛있었지만 너무 매웠다. 닛너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너이라고만 해서 오해를 했을까? '좀 맵게 해 주세요'),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가 보니 유람선(?) 선착장이다. 호수 안에 작은 섬을 다녀오는 나룻배를 타는 값이 30밧인데 5명 이상이 되어야 출발한단다. 구명조끼와 밀짚모자와 "부처님 공양용 꽃"을 나눠준다. 섬 안에 있는 티록아람 사원은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부처님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부처님은 어디론가 징발되고 막상 큰 볼거리는 없다. 그렇지만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다니는 것만으로도 30밧 값어치는 충분하다.

호숫가를 따라 소박한 공원이 이어지고





걷다가 앉았다가 주전부리도 하다가

숙소에 들어갔다 나오니 어느새 해가 떨어졌다. 내일은 호수 일몰을 꼭 보리라.
저녁을 먹으러 2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간 야시장은 터도 넓고 음식 파는 부쓰도 많았으나 그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아 좀 썰렁한 분위기였다. 위치가 외져서 그런 걸까? 까이텃과 쏨땀, 카우니여우, 거기에 족발덮밥까지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다.
#1월 20일
느즈막히 일어나 게으름을 부리다가 10시가 넘어서 호텔을 나섰다. (무료 조식이 있는 줄 미리 알았으면 그 정도로 늑장을 부리지는 않았을텐데 ) 호숫가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씩 먹고 어슬렁거리다가

포쿤응암 기념탑(700년 전에 이 지역을 지배하던 왕?을 기리는)을 지나서

북쪽으로 가다가 물 위로 걸을 수 있는 부교를 만났다.



멋진 부교의 끝은 가두리 양식장. 한 쪽에선 방생용 물고기를 판매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낚시를 하고 그리고 여기서는 고기를 키우고.

큰길로 나와서 1킬로쯤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왓씨콤캄이라는 크고 오래된 절이 있는데, 특히 새로 지은 Culture Hall이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내부는 썰렁하다)

(본당 안에 있는 우람한 금불상)
오늘은 날이 꽤 덥다. 절 근처 노점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히고,





호수로 돌아와서 일몰을 마음껏 감상한 다음에 숙소 맞은편에 있는 카우똠포텅이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낮에 지나갈 때는 텅비어 있어서 몰랐는데 저녁에 보니 식당 앞 길거리에는 오토바이가 가득하고 넓은 홀에는 남녀노소 손님들이 가득하다. 로컬 맛집일세.
무텃, 꿍뿌리여우완, 똠얌꿍, 팍붕파이댕까지 이것저것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밤 바다, 아니 밤 호수를 둘러보다가 어제 야시장 가는 길에 보았던 운동 공원에 가서 운동하는 척 폼도 잡아보고,




#1월 21일
호텔 조식을 잘 챙겨 먹고, 하루 숙박을 연장한 다음에 호숫가로 가서 빈둥거렸다. 쏨땀 까이양 파는 아줌마가 빌려준 돗자리에 앉아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종일 빈둥거리다가 저녁은 다시 숙소 앞 카우똠 집에서.

#1월 22일
파야오를 떠나는 날이다. 터미널까지 조금 먼 길을 걸어가서 난 가는 버스를 알아보니 자꾸 프래를 언급하더니 2명 262밧짜리 표를 끊어 준다. 프래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리라는 걸까? (파야오 남쪽으로 프래가 있고 동쪽에 있는 난은 위도상으로는 그 중간쯤이다)
10시 반에 버스를 타고 보니, 난으로는 안 가고 프래를 거쳐 핏사눌록까지 가는 버스다. 지형과 도로 여건상 파야오와 난 사이에는 버스 노선이 없고 프래를 거쳐서만 다닐 수 있는 모양이다. 터미널의 친절남이 자꾸 프래를 언급했던 것은 난까지 가는 버스가 없으니 프래 가서 갈아타라는 이야기였던 것.
차 안에서 생각해 보니 프래에서 난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나중에 또 프래와 핏사눌록을 거쳐 내려가는 동선이 영 맘에들지 않는다. 차라리 이 차 종점인 핏사눌록까지 가서 다음 행선지인 콘캔 쪽으로 넘어가야겠다. 난도 마음에 드는 동네이긴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차장에게 얘기하니 프래에서 내려 표를 다시 사란다. 프래-핏사눌록 157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