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치유의 숲을 품다
거닌 삶이 멀어 아팠나
계절을 갈아입던 숲의 대꾸엔 하늘창이 열렸다
봄처럼 상큼하려다
여름에게 질투하던 풀잎 속삭임도
시크하던 뭇 사내의 가을 지나
흰 꽃말의 배웅으로 겨울이 깊어진다
푸르던 만남이 오던 봄,
계곡을 만진 걸음 따라 동자승 해맑음
마음 품은 이끼에 숲을 씻기 운 이슬이 앉았다
수줍던 바람이 눈 뜨인 여름,
휴가 떠날 산 사람의 반쪽이 열리면
하늘 높인 바다엔 간간히 줄지은 양 때가 뛰어간다
스친 인연 품어주던 가을,
순서 정한 가위바위보에 앞서 누워
붉음을 넓게 펼친 바람비 발맞추어 내려주었다
한 해를 배불리 먹은 겨울,
초록 마디 그은 침엽수의 미소엔
백설의 숨소리, 걸어온 책갈피엔 사계가 쓰였다
다람쥐 소풍길에 눈 맞춘 데크 너머
돌려쓴 계절에 어깨동무한 바람 나란히 웃었고
숲의 노래 따라 부르던 발도장 치유의 숲에 걸렸다
맘에 들은 자연빛에 한생의 지문이 찍혀두었다
말 많은 인생이 그렇게 웃어간다
2. 가을비
색 잃은
낙엽을 씻기더라
볏단을 깔고
도랑을 적시는 넌
안개를 뚫은 아침이면
비 흘림에 근사한 교향곡을 짓고
노을을 삼킨 어둠이면
비 쏠림에 잔잔히 자장가를 연주해
음계를 오르락내리락 옮기고
달라붙은 낙엽을 잡아 모아도
헛불 켠 길섶의 위로 불러가도
목마름을 타고 흐른 가을이 내린다
앞산 골짜기
들녘 황토 벌에
국화 옷 걸친 동산에도
울긋불긋 오색의 눈물로 흐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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