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67. 연씨 바라문, 부처라는 이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살라국에서 유행하다가 사림(娑林) 마을에 이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가시는 것을 멈추고는 어느 나무 밑에서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당시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의 성은 연씨(煙氏)였다.
그는 부처님 뒤에서 따라오다가 부처님 발자국 속에 천 개의 바퀴살 모양이 있는 것을 보고는 전에 없던 이상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런 발자국이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마땅히 어떤 사람의 발자국인지 찾아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그 발자국을 따라 부처님 처소에 와서 거룩하신 얼굴을 우러러보았는데, 그 얼굴빛은 평화롭고 기쁨에 차서 보는 이마다 믿고 공경할 만했으며, 온갖 모습도 고요하며 안정되고 마음과 뜻도 안정되었으며, 최상으로 조복된 마음은 적멸하고 고요했으며, 몸은 순금의 빛깔로서 마치 금으로 된 누각과 같았다.
바라문은 그 모습을 보고는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하늘이 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는 하늘이 되지 않았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아수라(阿修羅)가 되셨습니까?
아니면 용왕ㆍ건달바(乾闥婆)ㆍ야차(夜叉)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가 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모두 다 되지 않았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당신은 사람이 되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사람이 되지 않았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하늘이나 용왕ㆍ아수라ㆍ건달바ㆍ야차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이 되셨습니까?’ 라고 물었는데도,
당신은 ‘모두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니,
그렇다면 무엇이 되신 것입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ㆍ용ㆍ아수라ㆍ긴나라와
마후라가와 건달바가 아니며
또한 야차와 사람도 아니니
나는 샘[漏]이 다하여 번뇌를 끊었네.
나는 큰 코끼리처럼 잘 조복되었어도
끝내 남에게 제어받지를 않으며
남에게 제어받지 않고 의심 끊었기에
애욕을 끊고 해탈해서 모든 갈래 여의었고
온갖 것 다 알아서 후생(後生)을 끊었네.
마치 분타리(芬陀利)꽃이 잘 피어서
물 속에서 잘 자라나게 되면서도
끝내 물이 묻지를 않아서
청정하고 향기로움을 사람들이 즐기듯이
8법(法)에 더럽히지 않음이 연꽃 같아서
나 역시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
세상 법과 어울리나 물들지 아니하네.
온갖 행(行)에 얽매여 고통 받으며
태어난 모든 것은 다 없어진다고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 늘 관찰함으로써
티끌과 때 멀리하고 뭇 번뇌 끊으며
독한 화살도 뽑고 번뇌도 끊어서
나고 죽음의 맨 끝까지 다해 버렸으니
이 때문에 그 명호를 부처라고 한다네.
연씨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