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서 2회 '나는 난로다' 공모전 성황…'난로인'들 적정기술 기량 겨뤄
발열통 덧붙인 난로, 거꾸로 타는 난로, '일파만파 난로', 고물 재활용 난로, 드럼통 열풍기…
입춘에 폭설이 내릴 정도로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엔 따뜻한 난로와 고구마가 절로 생각난다. 이런 겨울에 딱 어울리는 고효율 화목난로 공모전 '나는 난로다' 행사가 지난 2월 1일부터 3일간 완주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열렸다.
» 전북 완주에서 열린 '나는 난로다' 전시장.
전국의 난로 장인들이 출품한 59개 작품이 전시되었고, 화목난로·태양열온풍기·폐식용유 바이오디젤 만들기 등에 대한 '적정기술 강의'도 열렸다. 약 6000 명이 방문한 대회장은 한겨울 추위를 녹일 정도로 후끈했다. 자료집은 이틀 만에 동이 났고, 즉석에서 앙코르강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완주군과 함께 준비한 '지역 에너지 자립 적정기술 네트워크(준)'의 김성원 준비위원은 "이번 출품작들은 지난해 담양에서 열린 대회보다 기술적으로 더욱 성숙했다. 효율을 높이면서도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출품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고 평가했다.
총 상금은 1000만원.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금상은 '축열식 더블 큐브난로'를 개발한 이주연씨와 '슈퍼펠렛스토브'를 개발한 한국전씨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의 심사기준은 고효율 화목난로의 구성요소를 잘 반영하면서도 사용 편의성이 높고, 디자인이 훌륭한 난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양산이 가능하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연소방식을 도입한 것에 가산점을 줬다.
» 금상을 받은 이주연씨의 축열식 더블 큐브난로.
» 다른 금상 수상작인 한국전씨의 SPS.
이주연 씨는 금속디자인 작가이다. 우연한 기회에 난로를 디자인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실력파로 이번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난로의 핵심은 완전연소와 열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나무를 태워서 발생한 열이 연통을 통해 바로 나가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이씨는 큐빅 모양의 연소실 위에 발열통을 같은 크기로 설치하고, 열기가 발열통에서 충분히 머물도록 설계했다.
이씨의 '난로 철학'은 이용하는 사람이 사용 용도와 장소에 맞게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난로는 실내용으로, 은근히 오래 타도록 만들었고 했다. 그의 난로는 이미 서울시 동작구 성대골마을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전씨는 캠핑을 아주 좋아한다. 영하 20도의 날씨에서도 캠핑을 하면서 석유난로를 썼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직접 난로를 만들어 봤더니 나무가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3년 동안 나무를 적게 쓰는 효율 좋은 난로를 집중해서 연구했고, 거꾸로 타는 캠핑용 펠릿난로와 화목난로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상금이 100만원인 은상은 세 명이나 수상했다. 김준수씨의 '키다리 화목난로', 강상영씨의 '일파만파', 김흥수씨의 '거창화로'가 그것이다.
'키다리화목난로'는 불이 위에서부터 타서 내려오는 'T-LUD'(Top-Lit Up Draft) 기술을 채택했다는 점이, '일파만파'는 난로 옆에 라디에이터를 붙여 바닥난방, 화덕, 오븐, 열풍을 할 수 있도록 다기능을 접목했다. '거창화로'는 로켓화목난로의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발열과 연소를 개선했다.
» 은상을 받은 김준수씨의 키다리화목 난로.
» 은상을 받은 강상영씨의 일파만파.
동상은 김일환 씨의 '착한 난로'와 안병국 씨의 '잡열 잡는 난로'가 수상했다. 김일환씨는 통영거제환경연합 전 사무국장으로 지금은 적정기술 기술자로 변신했다. '착한 난로'는 발열통을 따로 두어서 열을 충분히 사용하도록 만들어 나무가 많이 안 들어가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안병국씨는 완주에서 만든 불노리영농조합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역 당선자로 완주의 체면을 세웠다.
» 동상 수상작인 김일환씨의 '착한 난로'.
» 역시 동상을 받은 안병국씨의 '잡열 잡는 난로'.
장려상은 정지용씨의 '하이브리드 난로'와 류영옥씨의 '고물딱지 난로'가 수상했다. '하이브리드 난로'는 난로에 착탈식 열교환기를 부착해 온수를 생산하는 방식이고, '고물딱지 난로'는 거의 모든 재료를 재활용한 재료로 사용해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하면서도 효율을 높였다.
» 장려상 수상작인 정지용씨의 '하이브리드 난로'.
» 장려상을 받은 류영옥씨의 '고물딱지 난로'.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난로로 가스통을 쉽게 재활용한 원주공방의 '멧돼지 난로', 드럼통으로 구둘 효과를 낸 '드럼통 구들', 농가 비닐하우스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드럼통 열풍기' 등이 있다. 이들은 수상작은 아니었지만 실용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 원주공방의 '멧돼지 난로'.
» '드럼통 구들'의 얼개.
» 비닐하우스에 쓰기 적합한 '드럼통 온풍기'.
완주군에서는 내년 군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결합해 '나는 난로다' 3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에너지 자립마을 덕암마을에서 고효율화덕으로 'Fire Food'를 준비했는데, 다음에는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임정엽 군수는 올해 완주군의 시정 목표로 ‘로컬 에너지’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농촌도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군민의 에너지 부담을 덜기 위해 적정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복지정책을 적극 도입한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1번지가 된 완주군에서 로컬에너지를 어떻게 일궈낼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 올해 완주군에서 로컬 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는 임정엽 군수.
마지막 날에는 '적정기술 에너지협동조합 포럼'이 열렸다. 앞으로 논의는 더 진행되겠지만 올해 난로를 포함한 농촌에 적합한 적정에너지 기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협동조합이 완주에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난로다' 경진대회도 난로만이 아니라 태양열 온풍기, 단열 건축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완주군은 앞으로 지역에너지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난로인들의 축제로 자리잡은 '나는 난로다'행사는 우리 농촌에 적합한 적정기술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내년 대회가 어떻게 진화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글·사진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첫댓글 우와! 진짜 조흔 기획이네요. 자꾸 이런 것들이 나와야 우리가 핵없는 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대회입니다! 다음 번엔 직접 가서 보고 싶을 정도네요. 우리나라 농촌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