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보도된 뉴스를 바탕으로 각색된 추리소설입니다.
강민준 형사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세 번째로 다시 읽었다. 실종 신고가 아니었다. 협박 신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건이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의혹 진정서' — 접수 창구에서는 이런 것도 다루냐고 물었지만, 강민준은 서류를 그대로 자기 책상에 올려놓았다.
진정인은 지역 인터넷 매체 '새길신문'의 편집장 한도영이었다. 신문사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라 게재한 기사 하나가 '허위조작정보'로 신고되어 삭제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기사가 어떤 근거로 허위라 판정되었는지 아무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거, 사건이라기보다는 민원 아닙니까." 이수연 형사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민원이 사건이 될 때가 있지." 강민준이 서류를 넘겼다. "누군가 이 기사를 신고했어. 익명으로. 심의 결과도 애매해. 그런데 신문사는 이미 문을 닫기 직전이야. 광고주들이 빠지고 있거든. 이게 우연일까?"
두 사람은 '새길신문' 사무실을 찾았다. 편집장 한도영은 마흔 초반의 마른 남자였다. 눈 밑이 거뭇했다.
"기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역 재개발 특혜 의혹을 다뤘어요. 근거 자료도 다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고가 들어왔고, 심의위원회는 '허위 개연성'이 있다며 게시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누가 심의했습니까?" 이수연이 물었다.
"그게... 명단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위원회 구성도 불투명하고요."
강민준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건물 옥상 난간에 비둘기 몇 마리가 앉아 있었다. 날아오를 듯 말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사는 예상보다 복잡하게 흘러갔다. 심의위원회를 추적하자 위원 명단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했고, 실질적 판단은 위탁받은 민간 기관의 몇 사람이 내리고 있었다. 그 기관의 자금 일부는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지역 기업 후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찾았다." 이수연이 서류를 내밀었다. "이 후원사, 새길신문이 문제 삼은 재개발 사업의 시행사와 연결돼 있어요."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기업이 범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어. 심의위원회에 압력을 넣었다는 증거는 없잖아."
"그럼 뭐가 문제죠?"
"문제는 애초에 이런 일이 가능하게 만든 구조야. 누가 심의하는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시스템. 그 틈을 타고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목소리를 잃지."
두 사람은 법제처와 방송통신심의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개정안 초안을 작성한 담당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은... 사안별로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 기준을 문서로 볼 수 있습니까?" 강민준이 물었다.
공무원은 답을 피했다.
미국 측 관계자의 성명서도 확인했다.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 그리고 자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규제 장벽에 부딪히지 않아야 한다는 요청이 담겨 있었다. 강민준은 그 문서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이건 단순히 외교적 항의가 아니야." 그가 중얼거렸다. "신뢰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 거지. 기준이 불투명한 나라와는, 안심하고 손을 맞잡기 어렵다는 뜻이야."
사건의 결말은 흔한 추리소설처럼 명쾌하지 않았다. 강민준과 이수연은 특정 개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후원 기업과 심의위원회 사이의 연결 고리는 정황상 의심스러웠지만, 명백한 청탁이나 뇌물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이 제출한 수사 보고서는 다른 것을 지목했다.
"진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강민준이 상부에 보고했다. "누가 심의하는지 불투명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공개되지 않는 시스템. 그 틈에서는 누구든 힘 있는 자가 목소리를 조용히 지울 수 있습니다. 범인을 찾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새길신문'이 또 생길 겁니다."
몇 주 후, 강민준은 다시 그 옥상 근처를 지나쳤다. 비둘기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이번엔 참새 몇 마리가 그 사이를 가르며 자유롭게 날아올랐다.
이수연이 다가와 물었다. "새길신문은 어떻게 됐어요?"
"심의 절차가 다시 열렸어. 이번엔 위원 명단도, 판단 기준도 공개하기로 했다더군." 강민준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느리지만, 그게 맞는 방향이야."
"범인은 못 잡았네요."
"범인은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가 말했다. "불투명함 그 자체가 범인이었던 거지. 그리고 그건, 누군가 계속 지켜보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나타나."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하늘 위로 새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방향으로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