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서하 동인지 29집
시 5편 보냅니다.
봄비
조르륵 조르륵
천가닥 만가닥
비단실이 내려온다
누가 직조한
눈부신 오색실이냐
나무에 걸터앉아
푸른 잎맥을 엮고
대지에 나붓나붓
꽃수를 놓으니
무채색 나에게도
고운 꽃물 번진다
식목일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 듯 내 마음 기슭에 나무같은 사람을 심는다
내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설레는 이야기로 무성하길 바라며
나도 누군가에게
한 그루 나무로 심어져
그 가슴에서 잘 자라길
또 바라며
오늘도
울창할 숲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
그대는
얼굴은
눈을 떠야 보이지만
마음은
눈을 감아야 보인다지
그럼
눈을 반만 감으면
모두 볼 수 있을까
고독한 바람이 부는 날
깜박 깜박
그대가 보이고
깜박 깜박
그대가 사라진다
팔월
친구야 팔월이다
생각나
맛있는 추억들
이맘때
고향 들녘에서는
알곡들이 여물어 가고
무 배추는 알이 찼다
그때쯤
석이네 과수원을 지나면 풋과일 신맛이
입안에 가득 고였어
밤이면
들마루에 나란히 누워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달은 매일 변화하고
찬란한 은하수는
우리 몸속까지 흘러 들어 같이 꿈을 꾸었지
친구야 8월이다
鄕愁는 香氣롭고
추억은 맛있다
그리우면 가자
우리 손잡고
고향으로 돌아가
넓은 들녘을 거닐고
과수원 옆길을 지나
다시 밤하늘을 보자
입추에 붙이다
봄이 올 때
분홍 치마자락에
꽃 향기를 묻혀 왔드시
가을 네가 올 때는
넉넉한 주머니에
잘 익은 열매를
가득 넣어 오너라
아무리
흐르는게 시간이라지만
괜히 오가서야 되겠느냐
가을이여 !
올 가을에는
네가 나로 남을
나의 오직 하나
못잊을 그대로 오너라
카페 게시글
조선시 원고방
김서하 시 5편 보냅니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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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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