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계열사 동원한 ‘위장·독점 수주’ 의혹 제기돼
검증 절차 ‘TAB’ 부실·예산 과다책정 논란…도교육청 “전수점검 후 보완” 뒤늦은 수습
[이동희 기자]=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학교 조리 종사자들의 폐암 예방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사업’이 특정 업체의 독점 수주 및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22년부터 진행된 이번 사업은 일부 학교 현장에서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공사비 과다 책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 논란까지 더해져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되고 있다.
복수 업체로 위장한 독점 수주 의혹…‘회사 쪼개기’ 논란
공청회와 관련 업계 일각에 따르면, 이번 사업을 주도적으로 선점한 A 업체가 모회사를 둔 상태에서 서류상 회사를 분리해 복수의 경쟁업체인 것처럼 위장 입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 당국의 경쟁 입찰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사 물량을 확보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 독점 의혹은 자연스럽게 공사 부실과 예산 부풀리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 현장에서 부적격 부품이 사용되었거나, 설계 대비 과다한 공사비가 책정되어 막대한 교육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환기설비가 설계대로 정상 가동되는지 종합적으로 시험·조정·평가하는 핵심 감리 절차인 TAB(Testing, Adjusting, Balancing) 공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설비 전문가 K 씨는 “일부 학교의 환기시설이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치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핵심 절차인 TAB 검증이 부실했거나 관련 서류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가장 엄격해야 할 관리·감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준 부적합 속출하는데도…공사 지속에 학부모·유관기관 우려 고조
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이 진행된 학교 중 상당수(약 72%)가 기준 적합도에 미달해 오는 7월까지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부실 의혹이 불거지고 전수조사가 정식 발표된 상황에서도, 의혹의 중심에 선 해당 업체가 지난 5월에 이어 다가오는 여름방학에도 여러 학교의 환기시설 개선 공사를 계속해서 맡을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 조리 종사자들과 학부모들은 “부실 및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가 조리원들의 건강권과 직결된 안전 공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행정 절차의 투명성에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 정가와 일각에서는 특정 업체에 공사가 쏠린 배경을 두고 유착 관계나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며 감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관리 감독 권한의 한계…도교육청 “자료는 각 학교에 보존”
사업 관리 전반에 대한 도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도 비판의 대상이다.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예산이 투입된 본청 주도 사업임에도, 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별로 자체 발주 및 공사가 진행되어 핵심 증빙 자료인 TAB 결과 자료는 본청이 아닌 각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청 예산이 대규모로 집행되는 만큼, 본청 담당 부서가 최종 검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정 프로세스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본청의 교차 검증 부재가 결과적으로 부실을 키우고, 중대재해처벌법 발효에 따른 조리실 내 질병 예방이라는 사업의 본래 목적을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도교육청, 뒤늦은 재점검 및 보완 대책 마련 착수
파문이 확산되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의혹이 제기된 13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민간 전문업체를 통한 재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공사가 시행된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2027년 상반기까지 전수점검을 완료하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학교에 대해서는 보완공사와 재시공 방안을 포함한 중기계획을 오는 7월까지 재수립할 방침이다.
공공의 안녕과 직결된 급식실 환경 개선 사업이 특정 업체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법적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행정 신뢰도를 실추시킨 도교육청 내부의 관리 소홀 책임 역시 엄중히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론 보도 제보 접수 및 안내]
본보는 의혹이 제기된 A 업체 및 관련 부서의 공식 반론 및 해명이 접수되는 대로 후속 보도를 통해 충실히 반영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