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가 살던 방이란다.
밤새 죽어 쓰러져 있다가도 아침만 되면
꿈틀꿈틀 일어나 앉아 눈을 빛내던 방이란다
인재근의 고운 얼굴 아른거리지 않았더라면
해파리처럼 풀어지고 말았을 몸
죽음을 깔아뭉개며 아침마다 되살아나던
근태의 방이란다
동댕이쳐진 신념 손톱 끝에만은 남아 있어
곤두박히는 나락을 쥐어뜯으며 기어오르던
서울구치소 병사 9호실
근태의 방이란다
1986년 5월 31일 토요일 근태를 이감시키고
그의 흔적을 지우려고 새로 말끔히 페인트칠을 했다지만
어쩌리오 창문틈에 남아 있는 근태의 손톱자죽을
철창에서 풍겨오는 그의 입김을
철창 너머 푸른하늘에서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의 두 눈을
눈만 감으면 나는
바람으로 풀어져 울며 울며 펄럭인다
근태가 휘두르던 깃발로
민중의 깃발로
ㅡ 서울구치소 김근태가 머무르던 방에 교대하며 쓴 문익환의 혈시
상록수(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김민기 작사/작곡 양희은 노래
1.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2.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 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3. 우리들 가진것 비록 적어도
손에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4. 우리 가진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