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취임 100일을 맞아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들의 간절한 여망을 받들기 위해서 민생과 민주라는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요약하면, 민주당과 자신은 민생과 민주를 위해 노력한 반면 여당은 야당 파괴에만 몰두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민생과 민주를 위해 노력한 100일’이었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 주장에 대한 여론 평가는 좀 다른 것 같다. 이재명 대표 취임 이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위와 같다. 이재명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그 이전보다 오히려 하향 추세다. 민생과 민주를 향한 100일이었고 이에 대해 여론이 공감했다면,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어야 한다.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이재명 대표 핵심 측근 두 명이 구속된 상황이고, 취업 특혜 의혹으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국 금지를 당했으며, 당 중진 의원도 뇌물 수수 의혹으로 출국 금지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도 구속됐다. 종합해보면, 야당이 탄압이라고 주장할 만하다.
하지만 야당 탄압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 출국 금지 같은 조치는 행정부인 법무부에 의해 가능하다. 하지만 구속이나 압수수색은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때문에 이재명 대표 측근이 구속된 것이나 서훈 전 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검찰 혹은 정권에 의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기 애매하다. 이런 주장은 사법부도 ‘정권의 앞잡이’라는 전제 아래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주장하면 결국 행정부도 ‘정권의 앞잡이’, 사법부도 ‘정권의 앞잡이’가 된다. 결국 자신들이 절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입법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 제도가 ‘정권의 앞잡이’라야 논리적 타당성을 갖게 되는 구조다. 이런 식의 주장과 태도로는 도저히 여론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의 12월 첫째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섰다는 사실만 봐도, 여론이 민주당 주장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정치 행위’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반사 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그리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듯한’ 모습이다. 이런 민주당 태도는 핵심 지지층에는 어필할지 모르지만, 중도층에 호소력 있는 정치 행위는 아닌 것 같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1월 28~30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응답률은 1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화물연대를 비롯한 지하철 노조 등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노조 파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확률은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 개정과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 등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민주당 지지율은 더욱 떨어지고, 오히려 파업에 강경 대응을 하는 윤 대통령에게 반사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때문인지, 이런 예상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리얼미터가 미디어 트리뷴의 의뢰로 실시한 12월 첫째 주 여론조사(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5일간 만 18세 이상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5%포인트 상승한 38.9%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과 지지율 상승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이나 ‘안전운임제’ 개정을 단독으로 강행 추진한다면, 지지율 면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뿐 아니라, 파업 문제와 관련 윤 대통령과 선명한 전선을 형성해 오히려 윤 대통령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좀 더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독 강행 처리 시도보다는,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해 ‘안전운임제’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대(對)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종합적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 자체가 갖는 핵심 지지층 위주의 입법 강행 가능성, 그리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수사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 주장을 보면, 이 두 종류 문제가 섞여 있다. 그래서 상황이 더욱 꼬이는 것이다. 즉, 법안 단독 처리와 같이 통제가 가능한 문제부터 합리적으로 접근해 여론 지지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사법 리스크 같은 통제 범위 밖 사안에 대해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는 분열된 우리 사회를 다시 하나로 만들었다. 포기하지 않는 젊음이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줬다. 다친 몸을 돌보지 않는 젊음은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줬다. 그런데 정치권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자신의 이익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끈기만을 보여줄 뿐이다.
신율 /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8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