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8세의 스무 살
버스에 타서 카드를 찍으면 삑, 삑. 내 카드는 아직 결제 될 때 소리가 두 번 울렸다. 나와 같은 시각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한 번 울리고 마는 버저 속에서 나의 두 번 울리는 소리는 유난히 튀었다. 어쩌면 탈색한 내 머리카락의 색이 밝아서, 입고 있는 옷이 우리가 늘 보아왔던 교복이 아니어서 더 그럴 수도 있었다. 내 뒤를 따라 버스에 올라타던 이는 두 눈을 껌벅였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내 교통카드는 아직 청소년용이다.
“나 영화 보러 다니면서 교통비로만 벌써 5만원은 쓴 듯.”
“뭘 그렇게 많이 씀? 그렇게나 많이 나오나? 난 그렇게까지는 안 나왔는데.”
“너 아직 청소년 요금이지?”
“응. 부럽냐?”
“너도 곧 이야. 어우, 한 대 때릴까, 아주.”
약 1200원과 700원. 500원의 차이는 꽤 컸다. 10번이면 5000원, 20번이면 만 원. 생일이 늦은 것에 감사할 지경이었다. 어느 때는 성인, 어느 때는 청소년. 술을 사 마시고 밤새 피시방에서 게임을 할 때는 성인, 교통비는 청소년. 자기 좋은 대로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만, 그럴 수 있다는 게 만 18세, 스무 살의 이점 아닌 이점이지 않겠는가. 탈색한 머리카락에 화장한 얼굴, 친구들과 만나 술을 잔뜩 마시고 울렁거리는 속으로 지하철에 몸을 태우고도 내 교통카드는 소리를 두 번 냈다. 삑, 삑. 청소년입니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바뀌니 내 주변 환경마저 뒤집어엎은 듯 변해버렸는데, 그 속에 있는 나 혼자만이 변하지 않은 채였다. 누군가는 나보고 이제 하는 행동에, 나 스스로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나보고 아직 어리니까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 누군가는 능동적으로 움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한다. 이제 다 컸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가 하면 아직 어린년이, 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성인이라는데 그 법적인 부분에서조차 나의 일부는 아직 청소년이었다. 어른과 아이의 사이에 서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횡단보도의 한 가운데에서 차마 도로를 건너지 못하고 우두커니 선 채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누가 설명해줬으면 좋겠네.
이제 나도 투표를 할 수 있나 했더니 아직 나이가 안 되더라. 이번 시험도 보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고작 며칠로 나이가 모자랐다. 영화를 보려니 돈은 성인 요금으로 나갔다. 술을 마실 수 있으면서 지하철은 여전히 청소년 요금이다. 어느 법에선 난 성인이고, 어느 법에선 아직 난 청소년이다. 누군가의 앞에서 나는 성인이고, 다른 누군가의 앞에서 나는 청소년이다.
기준이라도 하나로 명확하면 편할 텐데.
“야, 너 이거 사고 싶어 했잖아. 샀어?”
“아, 그거. 쓰여 있는 건 2016년 1월 1일에 20세가 된 사람부터 살 수 있다는 것 같은데, 결제 창 시스템이 만 19세라 결제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포기했어.”
“엑. 내가 대신 결제 해줘?”
“됐어, 귀찮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