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마지막 글은 지금까지 제가 약국에서 일하면서 봐왔던 약물 오남용 사례를 몇 가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적어도 수퍼판매가 됐을 경우 이런 경우도 있다는걸 알면 약 고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한 분이라도 '이래서 약사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정말 고맙구요..
(어떤 약이 수퍼판매로 넘어갈 지 모르니까 그냥 현재 일반약으로 팔고 있는 약에 대해서 언급할게요..)
1. 숙취에 진통제 사용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신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적습니다.
진통제 중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 이지엔)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은 간독성이구요 이부프로펜의 부작용은 위장장애(속쓰림, 위염)입니다.
술 먹어보신 분들은 아시지만 술먹으면 속도 쓰리고 간에 무리도 많이 가지요..
그래서 숙취에 진통제는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술이 깨면 자연히 머리아픈 것도 없어지거든요..
약국에서 진통제 살 때 꼭 술먹어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씀하십시오..
물론 약사가 물어봐야 하는 내용이지만 물어보지 않는다면 본인이 먼저 말하세요.. 본인의 건강이니까요..
2. 종합감기약의 오남용
종합감기약 중에서 판피린, 판콜은 많이 남용되는 약 중에 하나입니다.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카페인 등이 있구요..
카페인이 있어서 각성효과가 약간 있고, 진통제가 있으니까 통증에도 듣겠지요..
그래서 할머니들이 박스로 사다놓고 피곤해도 먹고, 머리가 아파도 먹고, 허리가 아파도 먹고, 이거 먹으면 힘난다고 친구분들과 나눠먹고 그럽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판피린은 감기약입니다.
3. 진통제 남용
요즘 만성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럼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진통제라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게보린, 사리돈, 펜잘 등 복합성분의 진통제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카페인은 진통제 성분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지만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만성두통을 일으킵니다.
또한 게보린과 사리돈에 있는 IPA(이소프로필안티피린)은 부작용이 매우 심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이지요.. 장기복용시 재생불량성빈혈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게보린 달라고 하는 할머니께 많이 먹으면 안좋다고 말씀드리면 20년동안 먹고 안죽었으니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 말합니다.
"20년동안 머리가 아픈 이유가 게보린 때문인 것은 아세요?"
4. 우황청심원은 보약이 아닙니다.
우황청심원은 원래 중풍에 쓰던 치료약으로 꼭 복용해야 할 때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엎어져서 혀가 강직되어 말하지 못하고 목구멍에 가래가 끓어서 인후를 막으며 꺼렁 꺼렁소리가 나는 몸에 열(熱)이 있을 때입니다.
이것을 보약인 것처럼 매일 마시거나 어지럽고 피곤하다고 마시는 분들 많습니다.
또 시험보기 전에 긴장된다고 드시는 분들 많은데요..
우황청심원 먹고 부작용 생겨서 수능 망친 학생도 있었습니다.
5. 박카스 과다복용
어떤 학생이 시험기간이라며 박카스 한 병을 사가더군요..
하루에 2병까지만 마시고 다른 약이랑은 같이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 그 학생 대답 잘해놓구 그날로 5병을 마셨습니다.
잠은 안오는데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집중이 하나도 안되서 시험 망쳤다고 그러더군요..
6. 코감기약
어느 분이 콘택600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콘택을 드리면서 이 약을 졸릴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졸리지 않는 약을 원하시면 다른걸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분 말씀하시길...
"아니.. 감기는 안걸렸는데 잠이 안와서 먹으려고..."
이러시더군요..
물론 졸음이 올 수는 있죠.. 그렇게 사용하라고 수면유도제라는 걸 만들었는데, 감기약을 수면유도제로 사용하다니요.. 필요없는 다른 성분까지 같이 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7. 배아프다고 진통제 복용
진통제 달라고 해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봤더니 배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리통이냐고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라 찬걸 먹어서 배아프고 설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장을 따뜻하게 하는 생약제제와 지사제 줘서 보냈습니다.
이밖에도 약을 잘못 알고 드시는 경우 정말 많은데요..
다 적으려면 넘 오래 걸리고 읽는 분들도 힘드실 것 같아 가장 빈도가 높은 것 몇 개만 적었습니다.
앞으로 수퍼에서 약고를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때가 때인지라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