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메커니즘은 아주 간단히 요약해
1) 서로 맞춰주고 살거나
2) 처음부터 서로 맞는 상대와 사는 것이다.
남자는 누구나 자존심이 강하다. 그건 남자가 정상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관계보다 자아를 우선 한다는 점이다. 여자를 사귀는 메커니즘도 단순화 가능하다.
1) 자아보다 관계를 우선하면 여자랑 쉽게 사귀는 것이고
2) 관계보다 자아를 우선하면 여자랑 쉽게 사귀지 못하는 것이다.
여자를 쉽게 사귀는 남자들의 공통점은 뻔하다. 자아가 없다. 다른 데서는 자아가 있어도, 여자 앞에서는 자아가 사라진다. 자존심이고 정체성이고 인생관이고 나발이고 그냥 훌훌 털어 홀딱 벗어버리고 여자를 향해 달리는 것이다. 내가 없는 것이다. 숟가락은 없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 여자와 시선을 마주하기 어렵다. 자아가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좀처럼 관계에 자기 자신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를 위해 자아를 죽일 수 없다.
이와 별개로 관계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성적인 남자, 생각이 많은 남자,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렇다. 여자를 사귄 적이 '별로' 없는 것이다. 여자 경험이 많지 않아서 여자와의 접촉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슈퍼 초자아를 구부리거나 접지 못했기에 여자와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선을 넘지 않고, 뒤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캣콜링은 미친듯이 적극적이었는데 '그래 우리 한번 시원하게 한판 뜨자'고 판 깔아주면 도망간다는 거다. 무서워서 그런 것이다. 선을 넘는 게 무서우니까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시끄럽게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테낮 유형) 이 유형의 경우 결정적인 순간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도망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게 처음 만났을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썸을 타는 단계에서도, 사귀는 중에도, 심지어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에서도 그렇다.
관계보다 자아를 중시하는 심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오만가지 행동 패턴을 낳는다. 다 이해할 필요없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쟤는 관계보다 자아가 더 중요한 놈이라고. 결정적인 순간 도망 가거나, 비뚤어지거나, 관계를 중단한다고.이게 절대로 이상한 게 아니라는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라는 사실만 이해하면 된다. 이 유형은 관계에 서툴다, 센스가 없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H씨가 미국에서 아침에 커피 사온다고 A를 깨워 자동차 키 달라고 했는데 당연히 데려다 줄 줄 알았더니 키만 주고 도로 처자더라는 거. 사실 이 부분은 H의 문제다. 데려다 주는 걸 바랐다면 그렇게 말을 했어야 한다. 그러면 데려다 주었을 것이다.
여자 경험이 많은 남자, 여자 관계가 쉬운 남자는 반대다. 캣콜링은 보수적으로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선을 넘는다. 여자를 휘어잡는다. 관계에 부담이 없다면, 관계를 위해, 목적을 위해, 자기 본분을 위해 자아를 죽일 수 있다. A가 H씨를 데려다 주지 않은 건
1) 데려다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2) 그리고 굳이 관계를 위해 자아를 희생하지 않는 원래의 행동 패턴 때문이다.
관계가 먼저냐 자아가 먼저냐 이 문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얼마나 꼴렸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마음가짐의 문제도 아니다. 순전히 타고난 유전자 프로그래밍, 즉 행동 패턴의 문제다. 그렇게 조건이 좋은데 아직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진짜 이유다. 아무리 여자가 급해도, 아무리 결혼이 중해도, 이 주관 못 버린다고 했다. 왜. 원래 그렇게 프로그래밍 돼 있으니까. 이런 유형 남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다. 특히 고학력 고소득 상류 계층 남자일수록 이런 특징을 자주 보인다. 상식적으로 그렇다. 계집질에 열성적인 남자보다는 본업에 열성적인 남자가 교육 수준도, 경제 수준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남편감이란 지금 나타난 모습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관계보다 자아가 중요한 초자아 생명체를 판단하는 법은 이들 자아가 얼마나 더 구부러지는지 보는 것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일수록, 자기 기준이 더 확고하며, 자기가 옳다는 확신도 더 완고한 법이다. 자기 관리가 엉성한 사람일수록, 자기 기준이 모호하고, 자기가 옳다는 확신도 희미하다. 즉, 더 쉽게 접근 가능한, 그리고 더 쉽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쪽은 후자이며, 같이 살아서 덜 스트레스를 받는 쪽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무일푼 무학력 남자가 단지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일념 하에 학위를 따고, 커리어를 쌓고, 돈을 벌어 환골탈태 한 사례들을 본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한 여자를 위해 쏟아 붓고 생을 마친 남자들의 사례를 부양본능 이야기에서 보았다. 남자에게 수백억이 있어도, 슈퍼맨급 초인적 능력이 있어도, 그거 당신을 위해 쓰지 않으면 말짱 그림의 떡이다. 당신은 남자의 외모 학벌 경제 조건으로 부양 받지 않는다. 당신은 남자의 행동, 액션으로 부양 받는다. 이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할 것인가 판단은 지금 남자가 가진 조건에만 기반할 수 없다. 이 남자가 얼마나 나를 위해 구부러질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결혼을 인생 한방 로또 대박으로 착각할수록 남자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된다. 결혼은 도박이 아니라 마라톤이다. 끝없이 길고 지루한 변수를 상대해야 하는, 매일매일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는 평생의 비즈니스다. 그러기에 당신은 남자의 '유연성'을 중시해야 한다. 관계를 위해 (잠시나마) 자아를 구부릴 수 있는 남자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
위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H씨의 진짜 매력은 자의식 없음이다. 카메라 앞이든, 누구 앞이든, 시간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소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발랄하다. 아무 생각 없는 뇌청순녀는 어떤 남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유형이다. 저렇게 뇌가 청순하면 내가 어떤 병신짓을 해도 맞춰주겠지 행복할 수 있겠지. 우리는 H씨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A와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한 건 H에게 주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좋아했던 건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남자가 '저에겐 주관이 있습니다'라고 나오면
1) 아 그러시군요 하고 받아주거나
2) 그럼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까? 하고 무시하면 된다.
근데 H는 그게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건 아니지 않나? 왜 그런건데? 꼭 그래야 되는 거야? 이렇게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주관에 여자의 주관을 끼워넣거나 비교하거나 설득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짓도 없다.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
슈퍼 초자아를 가진 남자와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자의 자아를 지우는 것 뿐이다. 자아가 없어야 슈퍼 초자아와 어울릴 수 있다. 당신이 여기에 다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물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절대로 나맞가 당신에게 맞춰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정말로 사랑한다면, 가시와 칼날이 사라질 거란 허황된 망상에 빠지면 안된다. 가시와 칼날은 그들 신체의 일부다. 당신은 물이 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남자가 움직이는대로 흘러야 한다. 남자가 '저에겐 주관이 있습니다'하고 나오면 여자는 절대로 여기 엉겨 붙으면 안된다. 절대로 따지거나 토 달면 안 된다. 그냥 '웅웅 그래 아라쏘'하고 맞춰주거나 '우리 주말에 어디 갈까?' 하고 잊어 버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자의 주관에 맞춰주는 것이지만 아무리 부처 간디 같은 사람이어도 남자의 주관에 한없이 맞춰 줄 수는 없다. 그건 아마 인간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당신은 물이 되어야 한다. 물은 그냥 흐른다. 어디에도 아무 것도 담아두지 않고 그냥 흘러가 버린다. 당신도 그냥 흘러가 버리면 된다. 따지지 말고 참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두면 된다. 남자의 주관에 맞춰 주는 시늉만 하면 된다. 최소한, 2번 이상 반복해서 이야기 한 게 있으면 그것만 맞춰 주면 된다. 애당초 처음부터 처음부터 최고의 궁합으로 만난 사람은 아니었으니, 사귀든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애를 낳든 서로 각자 인생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남자의 주관을 존중하는 것이다. 맞춰주진 못해도 최소한 건드리진 않는 것이다. 따지거나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살면 된다. 물처럼 졸졸졸 흘러가 버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비가 돼 돌아오면 된다.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그래도 괜찮다는 듯이. 우리 그냥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다는 듯이.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주말에 뭐하고 놀까? 이러고 눈을 반짝이면 남자의 마음은 가위손의 결말을 향한다.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빠진다. 아주 오랜 세월 뒤의 일일지 몰라도, 자기 몸에 솟아 있던 쇠꼬챙이와 칼날을 하나 둘씩 제 손으로 꺾어 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