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6,
일요일.
이날은 대한민국 '태극 소녀들'이 FIFA가 주관하는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날이다.
기념비적인 날이며 세계 축구사에 우리 태극 낭자들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가슴 벅차고 감격했다.
그리고 기쁘고 행복했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진솔이가 알바를 해서 자신이 처음으로 번 돈으로 우리 식구들에게 맛나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이천 쌀밥 한정식'이었다.
맥주 2병까지 거금 5만원을 흔쾌하게 썼다.
딸에겐 매우 큰 돈이었다.
식사 후 자신의 체크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서 식구들을 향해 씨익 웃는 모습이 예쁘고 듬직했다.
식사하는 동안 그리고 밥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진솔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나즈막하게 몇 번 전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딸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렸는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금년 여름,
진솔이는 600킬로 '국토순례'를 하고 왔는데 귀가하자마자 곧바로 '알바'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여러 곳을 찾았고 각 업체에 문의했다.
마침 산본의 중심상가에 있는 모 제과점에 일자리가 있었고 그곳에서 주말 알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애들을 키워오면서 자신의 일은 본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일관된 가르침이었다.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하거나 잔소리를 한 적도 없었고 또한 과도하게 애들 일에 관여했던 적도 없었다.
예컨대 '대학입시'도, 금년 여름의 25일간의 '국토순례'도, 제과점 '알바'도 그랬다.
지 스스로 선택했고 그런만큼 더 열심히 달려나갔다.
애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각자 인생의 큰 틀에서만 서로 긴밀하게 얘기했지 각론은 철저하게 스스로 부딪히며 자신의 앞길을 열어가라 일렀다.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잘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항로를 따라 작은 돛단배의 노를 까닥까닥 열심히 저어갔다.
아무튼 첫 급여로 30만원을 받았단다.
돈의 과다를 떠나 정말로 대견했고 녀석이 자랑스러웠다.
우리 식구 네 명이서 맥주 한 잔씩 들고 힘차게 건배했다.
"멋진 진솔이를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브라보!!"
우리는 살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겪게 된다.
진정한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그 행복이 가족들의 건강한 웃음속에, 작은 감사와 만족 안에 녹아 있음을 본다.
아빠는 기도한다.
우리 진솔이가 이 세상을 더욱 순수한 영혼으로 살아가기를.
영혼은 투명하되 가슴은 뜨겁게, 불타는 열정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멋지게 펼쳐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청춘답게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예쁜 딸의 빛나는 인생을 기대하며 또한 신뢰한다.
현진솔, 파이팅.
2010년 9월 27일.
일기.